2007-11-22

2007-11-20

스파이웨어를 품고 있는 스파이 영화

스파이웨어를 품고 있는 스파이 영화



오스카 수상 감독 리안의 최신작 "색, 계"가 여러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며 전 세계의 은막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는 그의 스파이 스릴러는, 일제 부역자를 유혹하고 암살하기 위해 훈련받은 한 젊은 여성을 다루고 있다. 또한 그것은 미국에서 NC-17 등급을 받을 정도로 노골적인 섹스신을 보여준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리안 감독이 화려한 섹스신의 일부를 덜어내지 않으면 그 영화를 극장에서 빼버리겠다는 정부 검열 당국의 위협이 있었다. 그는 그 요구를 받아들였고, 지금 "색, 계"는 고작 두 주만에 9천만 위안을 벌어들이며 중국 박스 오피스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 그 영화는 가볍게 그 해 최고의 히트 상품 중 하나가 되었다.

중국판에서 사라져버린 7분은 몇몇 영화 관람자들이 무삭제판을 보기 위해 국경을 넘어 홍콩으로 가게 만들었다. 놀랍지 않은 일이지만, 무삭제판은 또한 많은 영화광들을, 무삭제판을 다운받기 위해 인터넷으로 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해적질을 하려는 이들은 대신 스파이웨어를 다운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국의 안티 바이러스 업체인 Rising International Software는 "색, 계"의 무료 다운로드를 제공하는 수백 개의 사이트에 사용자의 비밀번호를 훔치는 바이러스가 숨어있을 수 있다고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경고했다.

관리들은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만을 경고하고 있지 않다. 광동성의 의사들은 영화에 등장한 더욱 도전적인 섹스신을 따라하고자 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영화 관람객들에게 충고하고 있다. 중국의 공식 매체인 신화통신에서 운영하는 포털 신화넷은, 한 의사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색, 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성적인 움직임은 비정상적인 체위이다... 체조나 요가 훈련 등을 통해 완전히 유연한 몸을 지니고 있는 여성만이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들을 맹목적으로 따라하다가는 불필요한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영화를 재편집하면서 이안 감독은 영화의 제목을 "섹, 계, 특별히 경계"라고 이름 붙였어야 하지 않을까.



크리스틴 Y. 첸 - FP Passport

2007-11-19

희망돼지의 실패

참여정부가 초기의, 지금 생각해보면 사소한 삽질을 하고 있을 당시, 정상적인 기억력을 지니고 있던 소수의 노무현 지지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곤 했다. "뭐야? 노무현 우리가 준 희망돼지로 대통령 되었잖아, 그럼 우리가 고용한 거잖아. 그러니까 고분고분 우리 말 들어야 하는 거 아냐?" 이제 임기를 3개월 남짓 남겨놓은 상황에서 그 모든 의문들은 나노 단위로 쪼개져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의 '관리 대상'이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 아닌가.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돈을 돼지저금통에 담아서 주는 게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돼지를 그저 잡아먹었을 뿐, '국민'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혼내주겠다는 의사표시로 이해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는 시장이라고 쓰고 삼성이라고 읽는 그 무언가를 제외하면 아무 것도 겁내지 않는 사나이이기 때문에, 애초에 노란색 돼지모양 플라스틱 저금통에 백원 십원 오백원 천원짜리 꼬깃꼬깃 모아서 줘봐야 별무소용이었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에게 '이 돈 받고 대통령 된 다음 엉뚱한 정책 시행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노란색 돼지 모양 저금통이 아니라, 하늘색 이건희 대통령, 아니 회장 모양의 저금통을 보냈어야 하지 않을까. 지지율 10%대의 신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희망' 타령을 보면 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은 그래서이다. 그들은 그 결과가 바로 현재 구현되고 있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기는 커녕, 그것을 다시 한 번 고스란히 답습하면 보다 나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섯불리 희망이 어쩌고 민생이 어쩌고 논하기 전에, 5년 전의 희망돼지가 어떻게 도축되었는지에 대해 잠시나마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는 쪽을 권하고 싶다.

입동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최근 이 블로그를 통해 아기고양이를 주워왔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가을이와 함께 살아야 하므로 계속 사이가 좋지 않은 채로 지속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분양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런데 녀석과 가을이의 관계가, 아주 훌륭하지는 않지만 썩 나쁘지는 않은 정도로 진전되었고, 이래저래 정도 들고 해서, 그냥 내가 기르기로 했습니다. 잠시나마 설레였던 방문자분들께서는 서운하시겠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마음을 달래주셨으면 합니다.

장시간의 회의 끝에 녀석의 이름은 '입동'으로 정해졌습니다. 가을이를 데려올 당시 아름다운 가을 오후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 탓에 그 녀석이 가을이라고 불리게 되었듯이, 이 업둥이를 업어오던 때는 입동이 지나고 가을과 겨울을 가르는 빗방울이 떨어지던 시점이어서, 이렇듯 천시를 고려한 끝에 붙인 이름이니 다들 순순히 납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래는 겨울이라고 부를까 했지만 고양이들의 입장에서는 '가을'이라는 단어와 전혀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입동으로 갔습니다.

사진이나 육아일기 등 방문자들을 즐겁게 할만한 자료는 추후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나마 이 일에 관심을 가져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07-11-18

Visiting the Library in a Strange City

Visiting the Library in a Strange City


by Franz Wright


The words reappear, slowly
developing
on a vast unknown
but precise number of pages

as I enter: the great building
empty of visitors
except for me, reading
the minds of the dead—

moving with exaggerated
and slow-motion care,
as when assigned to lead
the blind kid to his classroom

forty years ago,
down rows
between dusty volumes, a light
snow begin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