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초기의, 지금 생각해보면 사소한 삽질을 하고 있을 당시, 정상적인 기억력을 지니고 있던 소수의 노무현 지지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곤 했다. "뭐야? 노무현 우리가 준 희망돼지로 대통령 되었잖아, 그럼 우리가 고용한 거잖아. 그러니까 고분고분 우리 말 들어야 하는 거 아냐?" 이제 임기를 3개월 남짓 남겨놓은 상황에서 그 모든 의문들은 나노 단위로 쪼개져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의 '관리 대상'이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 아닌가.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돈을 돼지저금통에 담아서 주는 게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돼지를 그저 잡아먹었을 뿐, '국민'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혼내주겠다는 의사표시로 이해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는 시장이라고 쓰고 삼성이라고 읽는 그 무언가를 제외하면 아무 것도 겁내지 않는 사나이이기 때문에, 애초에 노란색 돼지모양 플라스틱 저금통에 백원 십원 오백원 천원짜리 꼬깃꼬깃 모아서 줘봐야 별무소용이었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에게 '이 돈 받고 대통령 된 다음 엉뚱한 정책 시행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노란색 돼지 모양 저금통이 아니라, 하늘색 이건희 대통령, 아니 회장 모양의 저금통을 보냈어야 하지 않을까. 지지율 10%대의 신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희망' 타령을 보면 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은 그래서이다. 그들은 그 결과가 바로 현재 구현되고 있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기는 커녕, 그것을 다시 한 번 고스란히 답습하면 보다 나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섯불리 희망이 어쩌고 민생이 어쩌고 논하기 전에, 5년 전의 희망돼지가 어떻게 도축되었는지에 대해 잠시나마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는 쪽을 권하고 싶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