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3

<로마>에 대해 이것저것

  • 당연히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1.

<로마>는 한 가정부,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식모의 눈으로 바라보는 어떤 가족의 한 시절에 대한 이야기다. 서사의 중심에 선 인물은 식모로 일하는 클레오이지만, 작품의 눈높이는 어린 시절의 감독 본인에게 맞춰져 있다. 아마도 막내아들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2.

한국어로는 작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성체축일 대학살'이 언제인지에 대해서조차 알기 어렵다. TIME지의 기사에 따르면 1971년 6월 10일, 정부가 훈련시킨 깡패 집단인 로스 알코네스(Los Halcones, 영어로는 Falcons(매))가 시위 현장에 투입되었다. 마치 다른 학생운동 정파인 것처럼 위장하여 살인극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클레오의 남자친구였고 그를 임신시킨 후 외면해버린 페르민이 티셔츠 차림이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씨네21>은 로마를 마치 별도의 도시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알폰소 쿠아론이 택한 영화의 재료는 1970년대 초 멕시코의 한 도시, 로마에서 살던 당시 3년간의 기억이었다." 그런데 사실 로마는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 내의 한 구역의 이름이다. 물론 나도 가본 적은 없지만, 구글 지도로 확인되는 정보만 놓고 봐도, 멕시코시티의 한복판에 위치한, 옆에 큰 공원을 끼고 있는 멋진 곳이다. 구글 지도의 스트리트 뷰로 둘러볼 수 있다.

2019년인데, 인터넷으로도 확인 가능한 정보를 찾지 않은 채 기사를 쓴다. 다른 이들은 그런 기사를 보고 베낌으로써, 한국어로 유통되는 정보의 질은 나아지지 않는다.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지겹다.


3.

그래도 국내에 나온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정보들이 도움이 되긴 한다. 가령, 알폰소 쿠아론 본인이 직접 촬영까지 했다고 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카메라는 타일이 깔린 바닥을 보고 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클레오가 물을 붓고 청소를 한다. 어떤 곳에는 물이 고이고 다른 곳에는 물이 빠진다. 거품이 일어나고 부서지고 흘러간다. 고인 물 위로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가 비춰 보인다. 이 단순한 쇼트부터 너무도 아름다워서, 이것만 두 시간을 보고 있어도 만족할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 지경이다. 물, 그림자, 거품. 극도로 단순한 구성 요소들을 섬세하게 담아낸 화면이 실로 압도적이다.

<로마>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 마스킹(영사기가 빛을 쏘지 않는 스크린을 암막으로 가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스킹이 없다면 화면 바깥에서 허옇게 빛이 일어난다. 극중의 1970년 12월 31일 밤 11시 무렵 발생한 산불의 디테일 같은 것이 온전히 전달되기 어렵다.

알폰소 쿠아론 본인이 연거푸 강조했다시피 이 영화는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이 갖춰진 극장에서 봐야 제대로 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이 갖춰진 명필름아트센터에서 관람해본 결과, 그 말이 사실이었다.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은 전방 뿐 아니라 측면과 후방, 심지어 극장의 지붕에도 별개의 스피커를 설치하여 바닥을 제외한 모든 방향에서 사운드를 제공하는 방식인데, 영화를 보면 마치 <로마>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로마>는 멕시코시티를 주요 무대로 삼는 작품이며, 멕시코시티는 소음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로마>는 카메라가 찍어낸 화면 뿐 아니라 마이크로 담아낸 사운드를 통해서도 관객을 압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멕시코시티를 가득 채우고 있던 소음을 담아낸 후 그것을 다시 설계하여 배치하는데, 다른 극장에서 볼 경우 이런 감상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집에서 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아이들의 어머니 소피아가 큰 차를 몰고 가다가 어떤 소음을 만들어내는데,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이 갖춰진 극장에 앉아있으면 그 고통을 거의 온전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

작품의 결말이자 하이라이트인 대목에서 몰려오는 파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로마>의 힘은 거기서 나온다. 알폰소 쿠아론은 아주 소박한 소재를 통해 엄청난 숭고의 체험을 전달할 수 있으리라는 비전을 갖고, 확고하게 실행에 옮겨, 성공했다.


4.

그런데 나는 알폰소 쿠아론이 제공하는 숭고의 체험에 압도되지 않았다. '이 사람이 관객인 나에게 숭고함을 느끼게 하려 했다'는 사실만큼은 절감했고, 이렇게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장악하려 드는 영화를 본 것은 실로 오랜만이어서, 경탄했다. 하지만 나는 몰입하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작품의 소재와 이야기의 전개 자체가 계속 소격효과를 불러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클레오는 페르민에게 버림받았다. 소피아도 남편에게 버림받았다. 두 여성은 임신과 출산 과정을 거치며, 바다에서 빠져 죽을뻔한 아이들을 건져내면서, 단단한 연대를 이룬다. 바닷가의 그 장면은 실로 아름답다. 완벽하다. 숭고하다. 하지만 껄끄럽다. 계속 식모로서 살아가고 있는 클레오를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 자체에 내가 동감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멕시코의 원주민들은 스페인어를 쓰는 이주민들에게 땅을 빼앗기고, 도시로 몰려와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농장주를 습격해 땅을 빼앗기도 하지만, 정복자의 후예들과 미국인들은 총 쏘는 연습을 하며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사격을 여성과 아이가 고루 참여하는 레포츠인 양 포장해서 말이다.

이러한 현실을 굳이 '빼앗는 자'와 '빼앗기는 자'로 양분해본다면 감독 자신은 의심할 여지 없이 '빼앗는 자'의 편에 서 있었다. 멕시코시티의 로마라는 곳에서 원주민 식모를 두고 살아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식모살이를 하던 원주민의 관점에서 1970년대를 돌이켜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일종의 서사적, 혹은 윤리적 도박이 된다.

여기서 오해를 막기 위해 말하자면, 알폰소 쿠아론은 그 도박에서 잃지 않았다. 그는 '가진 자'의 눈으로 '못 가진 자'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만들 때 빠질 수 있는 모든 함정을 영리하게 비켜나갔다. 그러나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성공했다는 말과 동일하지는 않다. 클레오와 소피아는 개인적이지만 큰 사건들을 겪으며 단단한 정서적 유대를 맺게 되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로마>의 서사는 그 어떤 비윤리적 선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사랑으로 맺어진 그들의 관계는 여전히 식모와 고용인이다. 클레오는 여전히 바깥채에 살며 따로 밥을 먹고 빨래를 하며 개똥을 치울 것이다. 성인이 되고 헐리우드에서 스타 감독이 된 알폰소 쿠아론은 수십년만에 다시 고향에 돌아와, 본인의 어린 시절을 보살펴준 식모와 꼭 닮은 원주민을 찾아내어 카메라 앞에 세워 연기를 시켰다. 자신을 키워준 식모와 같이 <로마>를 보기까지 했다("클레오에 해당하는 실제 인물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초연될 때 함께 <로마>를 감상했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비윤리적이라고 지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과연 감동적인가?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감동'을 '향유'해도 되는 것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5.

그렇다면 대체 뭘 어쩌라는 것인가? 나 자신에게 수없이 질문을 던져봤는데, 잘 모르겠다. 너무 잘 찍었고 굉장히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냈다. 지금 시대의 제1세계 관객들이 불편해할 수 있을만한 함정은 전부 피하면서도, 멕시코의 현대사 뿐 아니라 코르테스의 아즈텍 제국 정복 이후 진행되어온 수탈의 역사까지 묵직하게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소재를 영화로 만든다면 이보다 잘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알폰소 쿠아론이 목표로 삼고 있는 관객이 아니다. 그 사실을, 영화를 보고 와서 곱씹는 지금까지도 실감한다.

우리가 영화를, 혹은 그 외의 창작된 서사를 소비하는 것은 그것이 완벽해서도 아니고 그 어떤 흠이 없어서도 아니다. 보는 이에게 일말의 불편함도 없게 하겠다는 의지로 충만한 몇몇 작품들(머릿속에 몇 개의 예시가 지나가지만 굳이 거론하지는 않겠다)일수록, '나는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올바른 작품의 팬이다'라고 우기는 소위 '팬덤'에 의해 문제가 발생하는 역설도 종종 발견되곤 한다. 윤리는 창작물이 아니라 창작물을 만들고 즐기는 사람의 몫일테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로마>는 가장 좋은 환경에서 볼 이유가 충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라는 매체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여러 번 봐야 한다. 하지만 그 소재와 이야기의 전개 등을 되짚어보면, 단순하고 상쾌한 감동 따위는 점점 설 곳을 잃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게 무슨 해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감상문을 남기는 것이기도 하다. 분명 나 말고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든 사람들이 있을테고, 누군가는 말문을 열어야 하니 말이다.

2019-01-21

새 번역서, <야바위 게임>이 나왔습니다.

번역한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야바위 게임>. 원제는 Rigging the Game입니다. 영어 단어 Rig의 어감을 어떻게 살릴까 하다가 일단 가제를 달았는데, 출판사측에서 저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책의 저자인 마이클 슈월비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입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사회학과 교수로, 가령 앤서니 기든스처럼 학술적인 영역을 넘어 대중에게까지 이름을 떨치고 있는 슈퍼스타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좋은 교수, 훌륭한 선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야바위 게임>은 미국의 10여개 대학에서 불평등과 관련한 사회학 수업의 교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번역을 위해 책을 꼼꼼히 읽어보니 잘 알겠더군요. 오랜 세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갈고 닦아온 방법론과 화법이 촘촘히 배어들어가 있습니다. 사회의 불평등을 학생들에게 단번에 느끼게끔 하기 위해, 10명을 교실 앞으로 불러내어 종이접시를 나눠주는 것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상위 10%가 종이접시 열 개 가운데 일곱 개 이상을 차지해버리는 모습을 눈으로 목격하고 나면 학생들로서는 집중하지 않을 도리가 없겠죠.

이렇게 학생들의 이목을 잡아챈 후, 수업이 좀 지루해진다 싶으면 마이클 슈월비는 간단한 사례나 우화를 만들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곤 했나봅니다. <야바위 게임>도 그렇게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덕분에 학생 뿐 아니라 번역자 역시 틈틈이 쉬어가는 기분을 느끼며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순전히 '재미'로만 읽을 책은 아닙니다. 또한 저는 이 책의 내용에 백퍼센트 동의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불평등은 제도와 차별, 약탈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술의 발전이나 새로운 지식과 가치의 창출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겨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히 갓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을 상대로, 주로 경제 영역에서의 불평등에 대해 읽을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현재로서는 <야바위 게임>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블로그에 소개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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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미세먼지 속에서 에너지 문제를 생각하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은 어두컴컴한 날에 과연 태양광이라고 제대로 돌아갈까?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높은 확률로 바람도 잠잠하게 마련인데, 풍력발전기가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나 있나? 당연히 원자력밖에 답이 없다. 대중들이 진실을 깨달아가자 뻔한 허위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분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

4세대 원전 상용화를 최대한 빨리 이룩하고 최고의 속도로 전 지구에 보급하여, 운송수단에 투입되는 화석연료까지 모두 원자력과 기타 비탄소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100년 후 인류의 미래는 심히 암담할 것이다.

지금까지 통용되는 기존 '환경주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UC 버클리 캠퍼스 같은 곳에서 노닥거리던 히피들이 그 골자를 짠 것이어서,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과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에 둔감하다. 사람이 얼어죽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곳이 바로 그곳이니 말이다. 배부른 놈들이 되는대로 지껄여놓은 한가한 소리들...

어릴 때 미국에서 만들어져 일본 건너온 환경주의 책 보고 여러 면에서 황당했다. '잔디밭에 스프링쿨러로 물을 뿌리지 맙시다', '소다 캔 식스팩을 사면 딸려오는 고리를 잘라서 버립시다' 등, 미국에서나 하는 낭비를 제3세계 한국인더러 하지 말라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헛웃음만 나온다.

한국에서 탈원전합시다 원전 하나 줄여요 웅앵웅 하는 소리에 혹하는 것도 대체로 중산층이거나 그 이상, 내지는 문화적 자산이 충분한 계층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풍요가 그 어떤 경우에도 지켜진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발등 찍는 정책도 듣기에 그럴싸하면 지지한다. 미국의 상위 10%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한다. 집집마다 광활한 잔디밭이 딸려있고 거기에 스프링쿨러로 잔디밭에 물 뿌리는 놈들이 만든 '환경주의'를 21세기에 중국발 미세먼지 퍼마시는 한국인들이 왜 곧이곧대로 따라야 하냐고.

캘리포니아 사는 여러분은 모하비 사막을 태양광으로 싹 덮던 말던 알아서 하시고, 여기는 원전 깔아야 한다. 그래야 가난한 노인들이 얼어죽지 않고, 어린 아이들이 나이 들어서도 견딜만한 기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2018-12-31

독서 목록(2018)

  1. 20180103 - 애거서 크리스티, 원은주 옮김, 『다섯 마리 아기 돼지』(서울: 황금가지, 2007),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2.
  2. 20180106 - 앨리슨 벡델, 이현 옮김, 『펀 홈 - 가족 희비극』(경기도 고양시: 움직씨, 2017).
  3. 20180113 - 루이스 캐럴, 이소연 옮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서울: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전자책(리디북스).
  4. 20180120 - Sara Wachter-Boettcher, Technically Wrong: Sexist Apps, Biased Algorithms, and Other Threats of Toxic Tech(New York, NY: W.W.Norton &Company, 2017), 전자책(킨들).
  5. 20180125 - 권헌익, 정병호, 『극장국가 북한: 카리스마 권력은 어떻게 세습되는가』(경기도 파주: 창비, 2013).
  6. 20180203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신정환 옮김, 『돈키호테 성찰』(서울: 을유문화사, 2017), 을유문학세계전집 90.
  7. 20180204 - 팸 존슨 베넷, 최세민 옮김, 『고양이처럼 생각하기』(서울: 페티앙북스, 2017)
  8. 20180205 - David Allen, Getting Things Done: The Art of Stress-Free Productivity(New York, NY: Penguin Books, 2003)
  9. 20180211 - 애비게일 터커, 이다희 옮김, 『거실의 사자: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서울: 마티, 2018)
  10. 20180217 - 일연, 리상호 옮김, 강운구 사진,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서울: 까치, 1999)
  11. 20180222 - 로버트 해리스, 조영학 옮김, 『콘클라베: 신의 선택을 받은 자』(서울: 알에이치코리아, 2018)
  12. 20180223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최인수 옮김, 『플로우,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서울: 한울림, 2004)
  13. 20180225 - 데이비드 맥컬레이 글·그림, 김명남 옮김, 박경한 감수, 『놀라운 인체의 원리』(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크레들, 2017)
  14. 20180304 - 박찬수, 『NL 현대사: 강철서신에서 뉴라이트까지』(서울: 인물과사상사, 2017)
  15. 20180306 - 테리 이글턴, 프레드릭 제임슨, 에드워드 W. 사이드, 김준환 옮김, 『민족주의, 식민주의, 문학』(경기도 고양시: 인간사랑, 2011)
  16. 20180310 - 류동민, 『기억의 몽타주』(서울: 한겨레출판, 2013)
  17. 20180310 - 재키 플래밍, 노지양 옮김, 『여자라는 문제』(서울: 책세상, 2017)
  18. 20180312 - 애슐리 반스, 안기순 옮김,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경기도 파주: 김영사, 2015)
  19. 20180315 - 박흥용, 『박흥용 1986~1992』(경기도 파주: 청년사, 2004)
  20. 20180315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1980년대편: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 1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3)
  21. 20180315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1980년대편: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 2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3)
  22. 20180315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1980년대편: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 3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3)
  23. 20180316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1980년대편: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 4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3)
  24. 20180316 - 김민기, 『소리굿 아구/공장의 불빛』(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25. 20180316 - 정연수, 『탄광촌 풍속 이야기』(서울: 북코리아, 2010)
  26. 20180320 - 스티븐 호킹, 전대호 옮김,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서울: 까치, 2013)
  27. 20180403 - Michale Merzenich, Soft-Wired: How the New Science of Brain Plasticity Can Change Your Life(San Francisco: Parnassus Publishing, 2013)
  28. 20180404 - 아미노 요시히코, 김시덕 옮김, 『고문서 반납 여행』(경기도 파주: 글항아리, 2018)
  29. 20180416 - 엘리자베스 워런, 박산호 옮김, 『싸울 기회』(경기도 파주: 글항아리, 2015)
  30. 20180417 - 엘리자베스 워런,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맞벌이의 함정 - 중산층 가정의 위기와 그 대책』(서울: 필맥, 2004)
  31. 20180417 - 엘리자베스 워런,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맞벌이 부부의 경제학』(서울: 한언, 2006)
  32. 20180421 - 강명관, 『허생의 섬, 연암의 아나키즘』(서울: 휴머니스트, 2017)
  33. 20180425 - 헨릭 입센, 김석만 옮김, 『민중의 적』(경기도 파주: 범우사, 1999)
  34. 20180426 - 이승찬, 『모두의 파이썬』(서울: 길벗, 2016)
  35. 20180427 - 마이클 바젤, 최윤석 옮김, 『공개 정보 수집 기법』(서울: 에이콘출판, 2017)
  36. 20180505 - 댄 쾨펠, 김세진 옮김, 『바나나』(서울: 이마고, 2010)
  37. 20180505 - 안철환, 『호미 한자루 농법』(경기도 파주: 들녘, 2016)
  38. 20180509 - 홍명희, 『임꺽정 2 피장편』(경기도 파주: 사계절, 2008)
  39. 20180509 - 리어 키스, 김희정 옮김, 『채식의 배신』(서울: 부키, 2013)
  40. 20180511 - 마이클 폴란, 이순우 옮김, 『세컨 네이처』(서울: 황소자리, 2009)
  41. 20180512 - 심철흠, 『텃밭 농사 무조건 따라하기』(서울: 길벗, 2017)
  42. 20180512 - 오경아,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경기도 파주: 궁리, 2018)
  43. 20180513 - 이상희, 윤신영, 『인류의 기원』(서울: 사이언스북스, 2015)
  44. 20180519 - 이승주, 『토익보다 부동산』(경기도 파주: 아템포, 2018)
  45. 20180521 - 데즈먼드 모리스, 김동광 옮김, 『피플워칭』(서울: 까치, 2004)
  46. 20180602 - 방광자, 『실내 원예』(서울: 대원사, 1991), 빛깔있는 책들 203-84.
  47. 20180603 - 러네이 엥겔른, 김문주 옮김,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경기도 파주: 웅진지식하우스, 2017), 전자책(리디북스).
  48. 20180605 -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류재화 옮김,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서울: 문예출판사, 2018)
  49. 20160610 - 톰 스탠디지, 박중서 옮김, 『식량의 세계사』(서울: 웅진지식하우스, 2012)
  50. 20180615 - 홍명희, 『임꺽정 3 양반편』(경기도 파주: 사계절, 2008)
  51. 20180616 - 홍명희, 『임꺽정 4 의형제편 1』(경기도 파주: 사계절, 2008)
  52. 20180623 - 보리스 와이즈먼, 주디 그로브스 그림, 박지숙 옮김, 『레비스트로스』(경기도 파주: 김영사, 2008), 하룻밤의 지식여행 44
  53. 20180630 - 프랜시스 후쿠야마, 함규진 옮김, 『정치 질서의 기원』(서울: 웅진지식하우스, 2012)
  54. 20180630 - 필립 소디, 하워드 리드 그림, 정해영 옮김, 『사르트르』(경기도 파주: 김영사, 2008), 하룻밤의 지식여행 45
  55. 20180713 - CIA, 홍희범 옮김, 『실용 총서. 생활 공작』(서울: 워크룸, 2018)
  56. 20180714 - 댄 애리얼리, 제프 크라이슬러, 『부의 감각』(서울: 청림출판, 2018)
  57. 20180715 - 오에 겐자부로, 정수윤 옮김, 『읽는 인간』(경기도 일산: 위즈덤하우스, 2015)
  58. 20180715 - Jordan B. Peterson, 12 Rules for LIfe: An Antidote to Chaos (Toronto: Random House Canada, 2018), 전자책(킨들)
  59. 20180715 - 크레이그 톰슨, 박중서 옮김, 『하비비』(경기도 파주: 미메시스, 2013)
  60. 20180718 - 피터 틸, 블레이크 매스터스, 이지연 옮김, 『제로 투 원』(서울: 한경BP, 2014), 전자책(리디북스)
  61. 20180721 - 곽재식,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경기도 일산: 위즈덤하우스, 2018)
  62. 20180722 - 이소영, 『식물산책』(경기도 파주: 글항아리, 2018)
  63. 20180723 - 박이소, 『박이소, 설치를 위한 드로잉』(서울: 사무소, 2014)
  64. 20180725 - 프랜시스 스토너 손더스, 유광태, 임채원 옮김, 『문화적 냉전: CIA와 지식인들』(서울: 그린비, 2016)
  65. 20180728 - 앨런 무어, 데이브 기븐스 그림, 정지욱 옮김, 『왓치맨 1』(서울: 시공사, 2008)
  66. 20180728 - 앨런 무어, 데이브 기븐스 그림, 정지욱 옮김, 『왓치맨 2』(서울: 시공사, 2008)
  67. 20180729 - 앤디 위너, 김부민 옮김, 『물건의 탄생: 일상 속 물건들의 사소한 역사』(서울: 푸른지식, 2017)
  68. 20180729 - 벤자민 퍼시, 이재경 옮김, 『쓰릴 미: 소설가는 어떻게 독자를 사로잡는가』(서울: 홍시, 2018)
  69. 20180731 - 존슨 너새니얼 펄트, 박광호 옮김, 『대한민국 무력 정치사: 민족주의자와 경찰, 조폭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서울: 현실문화연구, 2016)
  70. 20180803 - Ray Dalio, Principles(New York: Simon & Schuster, 2017), 전자책(킨들)
  71. 20180805 - 마릴린 크리거, 김소희 옮김, 『고양이 클리커 트레이닝: 칭찬으로 문제행동 해결하기』(서울: 페티앙북스, 2016)
  72. 20180805 - 앨런 무어, 케빈 오닐 그림, 『젠틀맨 리그 - 비범한 신사 연맹 Vol. 3: 백 년』(서울: 시공사, 2018)
  73. 20180809 - 우메사오 다다오, 김욱 옮김, 『지적 생산의 기술』(서울: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18)
  74. 20180810 - 샬럿 브론테, 류경희 옮김, 『제인 에어 1』(서울: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전자책(리디북스)
  75. 20180811 - 샬럿 브론테, 류경희 옮김, 『제인 에어 2』(서울: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전자책(리디북스)
  76. 20180812 - 완주숙녀회, 이보현, 안홍준 그림, 『안 부르고 혼자 고침』(서울: 휴머니스트, 2018)
  77. 20180817 - 윌리엄 셰익스피어, 강석주 옮김, 『오셀로』(서울: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전자책(리디북스)
  78. 20180819 - 진 필립스, 강동혁 옮김, 『밤의 동물원』(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8), 가제본.
  79. 20180819 - 래리 고닉, 노승영 옮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국사』(경기도 파주: 궁리, 2018)
  80. 20180820 - 윤동주, 홍장학 엮음, 『정본 윤동주 전집』(서울: 문학과지성사, 2004)
  81. 20180820 - 윌리엄 셰익스피어, 김강 옮김, 『맥베스』(서울: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전자책(리디북스)
  82. 20180822 - 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옮김, 『햄릿』(서울: 민음사, 1998)
  83. 20180823 - 페트르 루드비크, 김유미 옮김, 『미루는 습관을 이기는 작은 책』(서울: 비즈니스북스, 2018), 전자책(리디북스)
  84. 20180824 - 황교익, 『소문난 옛날 맛집』(서울: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85. 20180824 - 황교익, 『허기진 도시의 밭은 식탐』(서울: 따비, 2017)
  86. 20180830 - 조지 R. R. 마틴, 이수현 옮김, 『왕좌의 게임』(서울: 은행나무, 2016), 개정판, 전자책(리디북스)
  87. 20180902 - 에바 가브리엘손, 마리프랑수아즈 콜롱바니, 황가한 옮김, 『밀레니엄 스티그와 나』(서울: 뿔, 2011)
  88. 20180902 - 홍기빈,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서울: 책세상, 2011)
  89. 20180903 - 스티그 라르손, 임호경 옮김, 『밀레니엄 1권: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7)
  90. 20180904 - 스티그 라르손, 임호경 옮김, 『밀레니엄 2권: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7)
  91. 20180904 - 스티그 라르손, 임호경 옮김, 『밀레니엄 3권: 벌집을 발로 찬 소녀』(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7)
  92. 20180905 -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임호경 옮김, 『밀레니엄 4권: 거미줄에 걸린 소녀』(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7)
  93. 20180907 - 엠마뉴엘 시에티, 심은진 옮김, 『쇼트』(서울: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6), 카이에 뒤 시네마 영화이론 2
  94. 20180908 - 벵상 피넬, 심은진 옮김, 『몽타주』(서울: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8), 카이에 뒤 시네마 영화이론 6
  95. 20180908 - 조엘 마니, 김호영 옮김, 『시점』(서울: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7), 카이에 뒤 시네마 영화이론 4
  96. 20180909 - 구스타보 메르카도, 김성호 옮김, 『필름메이커의 눈』(서울: 비즈앤비즈, 2014)
  97. 20180911 - 유발 하라리, 전병근 옮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경기도 파주: 김영사, 2018), 전자책(리디북스)
  98. 20180913 - 앙투안 드 베크, 세르주 투비아나, 한상준 옮김, 『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서울: 을유문화사, 2006)
  99. 20180923 - 에리히 캐스트너, 발터 트리어 그림, 장영은 옮김, 『에밀과 탐정들』(서울: 시공사, 1995)
  100. 20181004 - 에리히 캐스트너, 발터 트리어 그림, 김서정 옮김, 『로테와 루이제』(서울: 시공사, 1995)
  101. 20181008 - 알렉산더 맥켄드릭, 폴 크로닌 엮음, 김윤철 옮김, 『영화 수업』(서울: 북하우스, 2014), 2판, 초판 2012.
  102. 20181028 - 권훤익, 이한중 옮김, 『또 하나의 냉전』(서울: 민음사, 2013)
  103. 20181102 - 팀 와이너, 이경식 옮김, 『잿더미의 유산』(서울: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104. 20181104 - 서보명, 『미국의 묵시록』(경기도 파주: 아카넷, 2017)
  105. 20181108 - 윤김지영,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서울: 은행나무, 2018)
  106. 20181111 - 조지 오웰, 정영목 옮김, 『카탈로니아 찬가』(서울: 민음사, 2001)
  107. 20181204 - 김시덕, 『서울 선언』(경기도 파주: 열린책들, 2018)
  108. 20181216 - W. G. 제발트, 이재영 옮김, 『토성의 고리』(경기도 파주: 창비, 2011)
  109. 20181216 - 사이토 미나코, 김성민 옮김, 『취미는 독서』(서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6)
  110. 20181220 - 장용민, 『건축무한육면각체 1』(경기도 파주: 엘릭시르, 2016)
  111. 20181221 - 장용민, 『건축무한육면각체 2』(경기도 파주: 엘릭시르, 2016)
  112. 20181223 - 이바라기 타모츠, 공순복 옮김, 『나이팅게일 평전』(경기도 파주: 군자출판사, 2016)
  113. 20181227 - 움베르토 에코, 이세욱 옮김, 『제0호』(경기도 파주: 열린책들, 2018)

2018년 한 해 동안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읽은 책의 목록. 참고하기 위해 일부만 본 책은 목록에 넣지 않았다. 읽은 책 가운데 실수로 누락되었거나, 임의로 뺀 책이 있을 수 있다. 100권 이상 읽었지만 상반기 무렵 예상했던 것만큼 읽지는 못했다.

2018-12-23

포방터 돈가스가 '소확행'인가

한국의 언론 종사자들도 분명히 SNS를 할 것이고,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상당히 많이, 열심히들 하고 있을 것인데, 왜 이 현상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는지 의문스럽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여 큰 화제를 불러모은 '돈카 2014' 돈가스집, 일명 '포방터 돈가스'의 인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언론의 소개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2018년 12월 23일 조선일보 기사.

돈가스 하나 먹기 위해 밤을 새우는 일은 남들 보기엔 ‘쓸데없는 짓’ ‘실없는 짓’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그런데 9시간 이상 줄을 서서 돈가스 한 그릇을 먹는 ‘노력의 과잉투자’를 이들은 다 기꺼이 하고 있었다. 트렌트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소확행’을 꼽고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이다. 적어도 어떤 사람들에겐 ‘소확행’이 ‘지구를 지키는 일’ 만큼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돈가스 집 앞의 긴 행렬은 증명하고 있었다.

이 문단에서 스스로 지적하고 있다시피 거기 기다리며 줄을 서는 이들에게 이 돈가스집에서 돈가스를 먹는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그렇다면 '소확행'이라는 말에 현상을 끼워맞추기보다, 왜 이들에게는 돈가스 하나 먹는 게 이토록 중요한 일이 되었는지 이유를 따져 물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원인은 단순하다. SNS에 인증하는 문화가 낳은 현상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처럼 불특정다수에게 전시하는 종류의 SNS를 하지 않더라도, 카카오톡이나 기타 지인들에게 공유하는 SNS를 누구나 다 하는 세상이다. '야, 나 그 유명한 백종원 포방터 돈가스 먹고 왔다'고 한마디 하면서 인증하고 싶은 바로 그 욕망이 이런 고난의 행군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는 말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을 인증하고, 그리하여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절벽이라던가 폭포라던가 하는 곳에서 인증샷을 찍어서 올리려다가 목숨을 잃거나 위험에 빠지는 사람들이 나온다. 또래집단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청소년들은 별별 행동을 다 하고, 어른들 역시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거나 소득수준에 걸맞지 않는 소비를 감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평소에 잘 타지도 못하는 산을 굳이 올라가서 셀카를 찍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넣는 중년들이나, 포방터 돈가스집에 전날 새벽부터 줄을 서서 인증샷을 올리는 청년들이나, 인증의 행복을 찾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의 언론이 사회 현상을 보다 심층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