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3000원짜리 테이프를 사면 됐다. 점심을 한 끼만 굶으면 고등학생도 음반을 소유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카세트 테이프가 거의 쇠락하고, 모든 음원이 CD로만 유통되던 중간기, 내 주변인들의 음악 소비량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때 막 싹을 틔우기 시작했던 넵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음반 판매가 기록적으로 줄어든 이유는 MP3에만 있지 않다. CD는 휴대하고 다니기 좋은 매체가 아니다. 사이즈가 미묘하게 커서 한 손에 집으면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은 불편하기 때문이다. CD의 기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MD를 포함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던 것은 그런 의미에서 당연한 일이며(소니 안습), 마침 그때 MP3가 대중화되었기 때문에 음반 시장이 된서리를 맞은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CD는 음질이 좋지만 가지고 다니기엔 불편하면서도, 테이프에 비해 적어도 세 배 정도는 비쌌다. 음반 판매가 안 떨어지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싱글 음반을 포함한 몇몇 시도들이 음악계에서 시도되고 있는 것 같지만 때늦은 대응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미 음악은 물리적 매개체를 통하지 않고 유통되고 있으며, 바로 그 방식을 통해 구성되는 시장은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확실히 테이프는 언젠가 늘어나게 마련이니 소리를 저장하는 매체로서 그다지 좋지 않다. 하지만 CD의 애매한 사이즈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것이 DVD까지 이어지게 되었다는 사실만큼은 조금 불만스럽다(CD의 사이즈가 불편하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5.25인치 디스켓이 3.5인치 디스켓에 완전히 쓸려버린 이유를 4.375초 정도만 생각해보자).
필립스가 처음 CD를 개발할 때 표준을 그런 식으로 정해버린 덕택에, 결국 지금은 나같은 구닥다리를 제외한 그 누구도 CDP를 들고 다니지 않고, 그리하여 우리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 갓 산 음반의 비닐을 벗기고 첫 소리를 감상하는 두근거림마저도 함께 잃어버리게 되었다. 어쩌면 그게 음악을 듣는 진짜 즐거움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CDP를 쓰다가 부피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MP3으로 바꾼 지 오래되었어요. 이전에 즐겼던, 음반 사서 돌아가는 길에 버스 안에서 포장 뜯고 CDP에 넣어 돌렸던 즐거움은 이젠...ㅠㅠ 이젠 그나마 그 CDP도 집안 공사하는 통에 가출했는지 간 데를 몰라요ㅠㅠ 좀 더 이뻐해 줄걸;ㅇ;
답글삭제몰래 집에 숨어들어온 동생분이 자기 방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한 나머지 탈취한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답글삭제Well written article.
답글삭제Oh,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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