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5

요즘 근황

1. 《Foreign Policy》 마감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오늘 저녁에 최종적인 교정을 보고, 미국에서 파일에 대한 승인이 떨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업무 스케줄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18일이 발행일이니, 주말을 보내며 편집자의 말을 블로그에 올릴 생각이다.


2. 미국에서 인디맥이 파산했고, 프레리맥이랑 뭐더라, 아무튼 두 개의 거대한 금융회사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 소식을 일요일 밤에 전해들은 나는, 월요일이 되자마자 냉큼 펀드를 환매했다. 그리고 오늘 주가를 확인하면서, 뚝뚝 떨어지고 있군 ㅋㅋㅋ 이러고 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환매 신청이 어제 들어간거고 기준가가 적용되는 시점은 내일이었나 그렇다. 알고도 당하는 기분이다. 망했다, 망했어.

대체 왜 하루씩이나 반응 속도에 차이가 날까?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대량 매도하기 위해 뭔가 필요한 절차라도 있나? 사실 주식을 직접 사고 팔아본 적이 없어서, 매도 매수 신청과 실제 거래 사이에 시간차가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른다. 아무튼 하루씩이나 반응이 늦었다는 그게 놀랍고, 또 실제로 효과가 눈에 보일 정도로 도드라지는 것이 더욱 놀랍다.

계속 붙들고 버텨볼까 말까 고민이 많았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일단 팔기로 했다. 어차피 팔아서 쓸 일이 있는 돈이기도 했다. 원유 가격이 떨어질 턱이 없고, 미국의 경제 위기가 쉽게 해결될 리도 만무하다. 크루그먼이 3월에 경고한 바대로, 어설프게 베어스턴스를 막아주고 해결했다고 자축했다가 지금 더 심한 꼴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나는 그런 뉴스를 대강 다 접해서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게 '내 돈'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명료하게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었다는데 있다. 글로벌 이코노미 시대에 사는 대가를 비싸게 치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글로벌 이코노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대가를 비싸게 치른다.

아무튼 사회에 갓 발을 디딘 젊은이답게, 건실한 적금으로 회귀하기로 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제로는 손해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나쁜 편이, 적립식펀드에 넣었다가 그 액수마저 깎이는 꼴을 보는 것보다는 낫다. 경기가 회복될만한 징조가 보이면 그때부터 다시 다른 투자 방법을 모색해야지.


3. 늘 하고 있었지만, 오늘 경향신문을 보면서 확실히 든 생각. 경향신문은 신문이 아니다. 다른 일간지들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 집단이다. 금강산 피격 사건 같은 핫한 이슈 대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특집을 전면에 떡하니 박아버리는 것은 보통 배짱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러니까 경향이지 싶다가도, 이런 경향을 안 보니까 한국이 이모양이지 싶기도 하다. 어지간한 시사 주간지를 보는 것보다 값이 싼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인 안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방식은 결과적으로 인터넷 시대의 언론으로 생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당장 뜨는 뉴스를 가장 빨리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에서는 어제 뉴스를 편집해서 인쇄물로 보는 것도, 느리다. 일간지는 주간지에 비해 빠른 매체가 아니다. 다만 그 모든 인쇄매체들은 인터넷에 비하면 느릴 뿐이다. 한국의 다른 매체들도 경향처럼, 어떻게 트랜드를 따라잡을까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무게감 있게 느려질까를 고민하기를 바란다. 그게 인쇄매체가 택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짚어본다.


4. 개인적으로 쓰기로 약속한 글도 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주와 이번주는 거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월 10일 커트라인에 맞춰 기말 레포트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다. 그게 고작 닷새 전 일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20일은 산 것 같다.


5. 촛불집회에 대해 할 말이 많고, 두 편의 글로 나눌 수 있는 초고를 7월 9일에 써갈겨놓았지만, 지금 당장은 머리에 여유가 없어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성과 역동성을 찬양하는 이들을 비아냥거리기 위해, 너무도 많은 것을 쉽게 내다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이지 안타깝고 딱하다. 그나마 지금은 그 찬양자들도 집에 들어간 상황 아닌가. 담론의 질서를 재편해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게 최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마감을 마무리지으면서 다시 현장에 나가봐야지.

댓글 7개:

  1. 바쁘시군요 한가해지면 맥주 한고삐 하면서 한국힙합씬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보아요

    답글삭제
  2. Foreign Policy 잘 보고 있습니다..^^;

    답글삭제
  3. 촛불의 대열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평상시 스스로를 '진보진영의 일원'이라고 규정짓던 사람들(소위 식자)의 주장(?)을 가만히 보면.. 이 분들에게는 '촛불시민들'보다 오히려 '조중동'쪽이 더 익숙한 존재인 것처럼 보입니다. 지난 대선, 총선때 '부자되세요' 욕망에 순응한(할 수밖에 없었던) 대중에 대한 의구심을 말하는 스스로가 조중동식의 폭력적 담론체계에 지배당하는 일상에 순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기 싫었던 걸까요? 조중동이 정치적 경쟁자에게 자주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때려붓는 이유 중 하나가 기층민중(?)의 욕구가 '불결'하다는 점을 과장하고 자극해서 지식노동자와 일반 노동대중을 분리하려는 것이겠는데요, 온갖 '좋은 말씀'들로부터 소외된 이웃들에게 '알만한 사람들'이 취해야 할 자세..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답글삭제
  4. Limgeosu/ 맥주 좋죠. 힙합씬에 대해서는 제가 그 이상 아는 바가 없어서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오기 어렵겠지만요.


    aidster/ 오오, 감사합니다!


    봉구/ 그렇게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는 또 아닌 것 같습니다. '촛불시민'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이 현상을 바라보면, 다소 시큰둥한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니까요. 저는 그런 입장 설정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이 현상이 전적으로 오직 과거의 귀환일 뿐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좀 더 진지한 접근과 논의가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5. 조만간 FR정기구독자가 될 수 있는 정규 수입원이 생기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면접 하나 오늘 본 거 떨어질 것 같아요ㅠㅠ 다음 필기시험 또 봐서 붙어야 하나;;;)

    답글삭제
  6. 앗, FP인데 FR이라고 잘못 썼네요; 수정도 안 되고...ㅠㅠ

    답글삭제
  7. 원래 면접이 붙은 것 같다가도 떨어지고, 떨어진 것 같다가도 붙기도 하고 그런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잘 될 거에요. FP 독자가 되어주신다면 저로서는 진심으로 감사드릴 일이고요. 고맙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