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21

외우내환의 시대, 언론의 진정한 가치

Foreign Policy 7/8월호 편집자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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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내환의 시대, 언론의 진정한 가치




외우내환의 시대입니다. 격동하는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가 하면, 급기야 금강산을 관광하던 국민이 북한 군인의 총에 맞아 피살되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절일수록 우리는 《Foreign Policy》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주식 투자를 했다가 시장 상황이 악조건에 빠져 괴로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미 《Foreign Policy》는 2008년 3/4월호, “세계 금융 공황, 머지 않았다”를 통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세계 경제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지난호의 “건축가가 독재 권력 곁으로 가는 까닭”이라는 기사를 기억하십니까? 이 기사가 나간 이후 미국에서는 ‘양심적인 건축가’를 표방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 심각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Foreign Policy》는 내일의 주가를 예측하지 않습니다. 다음 달의 트렌드를 논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오직 ‘본질’ 뿐입니다.

한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중국 주가는 떨어지지 않는다고 루머가 떠돌았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놓고 보면, 올림픽이 가져다 주는 경제적 효과는 오히려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다고 존 호버만은 주장합니다. “올림픽을 다시 생각한다”를 놓치지 마십시오. 심지어는 개최국이 금메달을 더 잘 딸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아니며, 다만 거대 스포츠 마케팅의 각축장이 되어있을 뿐이라는 것이 이번호 “Prime Numbers: 금메달”의 내용입니다. 다른 매체가 올림픽을 보도할 때, 《Foreign Policy》는 올림픽 이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아닌 아시아의 기적은 어디 있을까요. 아시아 국가 중 드물게 민주주의를 잘 시행하고 있는 인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호 커버스토리 “아시아의 기적- 중국식이냐 인도식이냐”가 바로 그 인도의 경제적 역사와 발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야쉥 후앙이 쓴 장문의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 진전을 서로 대립된 것으로만 치부하는 것이, 정작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이것은 실로 놀라운 시각의 변화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두 마리 다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한 마리도 잡을 수 없다는 역설적인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Foreign Policy》와 평화기금이 선정한 “2008 실패 국가 지수”를, 그 관점에서 바라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결과가 도드라집니다. 중동에서 독보적인 군사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세계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민주주의를 다지지 못한 이스라엘을 FP는 ‘실패 국가’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라는 명칭 하에 UN을 도외시한 제2의 국제기구를 창설하고자 하는 미국의 정치적 기동 또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는 못합니다. “그들만의 리그 - 새 국제기구 구상, 왜?”를 읽어보십시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표방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외우내환의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Foreign Policy》를 손에서 놓을 수 없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Foreign Policy》는 차라리 하나의 풍향계와도 같은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도 못하는 일부 국내 언론과는 달리,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하여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국제 사회’라는 말은 결코 과장된 수사가 아닙니다. 기상 이변과 식량 가격 폭등 등으로 인하여, 지구촌 사람들은 다가올 폭풍을 바싹 웅크린 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Foreign Policy》의 7/8월호는 ‘민주주의’라는 화두를 제기합니다. 이것은 또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제 페이지를 넘겨, 격랑을 해쳐나가는 지성의 향연에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어판 편집부

댓글 3개:

  1. 음, FP 볼 만하겠는데요? 무엇보다, 저는 이스라엘의 민주주의가 꽤나 쓸 만한 건지 알았거든요. 팔레스타인 문제를 떠나서 말이죠. 우선, 이스라엘은 국회의원 선거 때 100%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꽤나 괜찮은 방법이거든요.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로서 정당 중심의 정치를 하게 하고, 나머지 지역 대표는 지방 자치에 맡겨버리는 것. 한국에서도 실시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쨌든 한 번 보고 싶은데요. 왜 민주주의가 안 된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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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지난 호를 보고 꽤 감동을 먹어서 계속 구독하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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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조명래/ 아랍인들이 원내에 진출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본다면 이스라엘의 민주주의가 성공적이지만, 인구의 5분의 1을 아랍 민족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볼 때 아직 정치적 안정을 논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는 어떤 면으로는 성공적이고 또 어떤 면으로는 성공적이지 않다는 것이 Foreing Policy의 평가죠. 지난호에서 "이스라엘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문제적인 기사가 나간 후, 이번호의 독자 편지란에서 그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서 구입하시거나, 02-713-0143으로 전화하셔서 담당자 김신영씨에게 문의하시면 FP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루시엘/ 와우, 고맙습니다. 02-713-0143으로 연락하셔서 담당자 김신영씨에게 문의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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