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재편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본인의 선거 과정에서 수석 전략가 역할을 맡았던 스티브 배넌(Steve Bannon)를 NSC에 당연배석하도록 행정 명령을 내렸다.
이것은 대단히 이례적일 뿐 아니라 상식에 반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첫째, 당연히 NSC에 참석해야 할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합동참모본부장이 배제되었다. 국가의 안보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에 국가정보국 국장과 합동찬모본부장의 참석 권한이 없다. 오직 특정한 이슈가 있을 때에만 참석할 수 있도록 강등되었다. 둘째,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그 어떤 공직 경험도 없고, 다만 트럼프의 선거 운동을 도왔을 뿐인 백인우월주의자다.
현재 미국 "민주당 상·하원은 배넌을 NSC 수석회의의 당연직 위원에서 제외하고 DNI 국장과 합동참모본부장을 복귀시키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제출"한 상태다. 이것은 공화당 내에서도 큰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사안이지만 아직 공화당의 공식적 대응은 관측되고 있지 않다. 대단히 위험할 뿐 아니라 상징적인 사건으로, 전 세계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안보 위협이 백악관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 2월 3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방한했다. 그는 약 24시간 가량 한국에 채류하며 미국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대북 정책 및 동북아 정책의 방향이 유지될 것임을 확인했다. 그는 한미동맹에 대해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linchpin)"이라고 했는데,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부터 사용했던 'linchpin'을 되풀이한 것은 한·미 동맹의 큰 틀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다. 또한 그는 1972년, 1973년, 1974년 세 차례 해병 소대장으로 강릉에 훈련을 왔을 때 자신에게 김치를 가져다 주었던 '정 하사'를 만나고 싶다는 립서비스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 하사'가 실존인물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은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1970년대 초 미국인이, 한국인이 가져다주는 김치를 먹었다고?).
중요한 것은 이런 '있지도 않은 추억'을 굳이 창작해서 들먹여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 중국에 대한 견제 태세를 강화하려는 새로운 정부의 방향성 때문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실각해 있고 가장 유력한 야권 대선 주자의 주변에 친중파가 득시글거리는 상황 속에서, 아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조차 배치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신임 미 국방장관은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평택 기지를 바라보며 '원더풀'을 연신 내뱉으면서, '정 하사'와의 보도자료용 추억을 회상한다.
이번 동아시아 방문은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들렀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이 트럼프의 취임 이전에 그와 만남을 가졌던 것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일본은 최선을 다해 미국의 새로운 정권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하다못해 연방법원에 의해 가로막힌 트럼프의 '무슬림 밴' 행정명령에 발맞춰 일본항공(JAL)은 해당 6개국의 승객을 거부하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그러한 일본의 노력은 전세계적인 비난과 조롱의 대상일 뿐이며 그 효과마저도 의문스러운 반면, 한국의 경우 국내의 싸드 배치 반대 여론이 일종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 현지시각으로 1월 30일 오후 7시 50분, 캐나다 퀘백 시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모스크)에서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총 6명으로, 고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살아가고 있는 무슬림들이었다. 용의자는 알렉산드레 비소네테(27세, 男, Alexandre Bissonnette). 라발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 반 외국인, 반 페미니즘 등을 소재로 인터넷에서 트롤링(악플을 달며 시비를 거는 행동)을 일삼아왔다.
용의자가 현장에서 체포되고 신원을 확인하던 중이었지만, 폭스 뉴스는 용의자'들'이 '모로코 출신'이라고 트윗을 올렸다(해당 트윗은 현재 지워진 상태지만 캡쳐를 이 트윗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수상실에서는 폭스 뉴스를 향해 해당 트윗이 잘못되었음을 강하게 지적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폭스는 트윗을 삭제했으며, 야당인 보수당은 그러한 수상실의 행보에 대해 비판을 내놓았다. '물론 그 트윗은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었지만 수상은 보다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비판의 내용이었다.
용의자인 알렉산드레 비소네테는 프랑스어 사용자로 미국보다 프랑스의 극우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보도되고 있으나, 동시에 트럼프의 당선을 지지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에 사는 한국계 남성들이 트럼프의 당선을 두고 '노동 계급의 분노'를 운운하는 사이, 그 본질인 백인우월주의 혹은 인종주의가 진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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