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2

20170205 - 20170211: 미일 정상회담, 박근혜 탄핵 심판 변론기일 연장, 일본 법원의 트렌스젠더 불임수술 의무화 위헌소송 기각

* 2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긴밀한 동맹 관계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일본은 센카쿠열도의 영토 분쟁에서 미국이 일본의 편을 들어줄 것임을 재확인했고, 미국은 TPP에서 탈퇴한 대신 일본과의 양자 무역 협정을 채결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입장을 제시했다.

아베는 정상회담 이전에 '미국에 일자리를 70만개 만들겠다'는 등, 트럼프의 백악관이 제시하는 온갖 종류의 경제적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향을 강하게 드러내어 왔다. 그렇기에 센카쿠열도 영토 분쟁에서 미일 안보조약 5자가 변함없이 적용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과연 그렇게 큰 성과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출범부터 지금까지 불안정성 그 자체였다는 점을 놓고 볼 때, 신임 미 대통령으로부터 기존의 원칙을 직접 재확인받았다는 것은 아베의 외교적 성취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정상회담은 내용만큼이나 의전이 중요하다. 의전은 상대방으로부터 어떻게 대접받느냐, 그리고 상대를 어떻게 대접하느냐를 놓고 벌이는 외교전의 최첨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는 아베의 손을 19초 동안이나 붙들고 움켜쥐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곤혹스러움을 안겨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는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플로리다 남부 팜 비치에 위치한 트럼프의 별장에서 이틀 밤을 보내며 함께 골프도 즐겼다. 그 별장 자체가 트럼프의 소유인 탓에, 일본 정부가 숙박료를 지불한다면, 대통령직을 이용해 돈을 번 셈이 된다.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던 이해상충을 이유로 들어 트럼프는 아베에게 별장 숙박비까지 '쐈다'. 온갖 립서비스와 굴욕적인 악수 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의전은 이렇게 챙기는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한 변론기일이 2월 22일까지 연장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측에서, 이미 한 차례 건강을 이유로 증인신문에 불출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소환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주심인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그것을 수락했기 때문이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김기춘을 2월 20일 오후 2시에,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22일에 소환하여 조사하기로 했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기일은 최소 2월 22일까지 연장되었다.

변론기일의 연장이 중요한 것은 이후 심판 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변론기일이 모두 종료된 후에 결정문을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작성에는 최소 1주일에서 최대 1달이 넘는 시간이 걸리므로, 2월 22일에 변론이 마무리된다면 아무리 빨라도 3월 초에나 탄핵의 인용이건 기각이건 결정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2월 말 탄핵은 이미 물 건너갔고, 3월 초에 결정이 나는 것이 최선이나, 만약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되는 3월 15일 이후가 된다면 남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총 7명으로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대폭 줄어든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변론기일의 종료를 앞두고 출석 의사를 밝힌 후 그것을 미루는 방식으로 최대한 변론기일을 늦춰서 헌재 재판관을 7명까지 줄인 후, 자신에게 유리한 결론이 나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은 소송 전략으로서 어느 정도 말이 되고, 현재 박근혜의 변호인측이 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처럼 보이므로, 아마도 맞을 것이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증인인 박근혜 본인이 출석한다는 핑계로 심판을 지연시킬 때, 그것을 헌재가 어떻게 통제하여 제 시간에 심판을 끝낼 수 있느냐이다. 대단히 중요한 일정이 걸린 사안으로, 지속적인 추적이 필요하다.

* 2월 8일, 일본 오카야마(岡山) 가정법원 즈야마 지원은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을 한 트랜스젠더(FTM)의 성별전환인정 요구 소송을 기각했다. 원고인 우스이 다카키토는 호르몬 요법중이지만 난소 적출을 하지 않은 사람이다.

일본의 경우, 트랜스젠더가 전환 이후의 성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술을 통해 전환 이전 성별의 성기를 제거해야 한다. 우스이의 경우에는 FTM이므로 난소 등을 적출해야 본인의 새로운 성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MTF라면 고환과 음경 등을 제거하지 않으면 법적인 여성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언론에서 보도된 바에 따르면 우스이는 호적상 이름도 남성적인 이름으로 바꿨지만 "(성별전환은) 수술 여부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본질"이라는 생각에서 난소적출 등의 수술은 받지 않았다."

일본은 각 지자체 단위로 동성혼을 사실혼으로 인정하는 등, 동북아시아 3국 중 상대적으로 가장 진전된 성소수자 정책을 펴고 있는 나라다. 우스이 또한 "작년 봄부터 파트너인 야마모토 미유키(39), 야마모토의 장남(6)과 셋이서 살고 있"다. 이 판결은 그 자체만으로 보면 퇴행적이지만, 판결이 제기된 맥락을 놓고 볼 때, 일본이 가령 대한민국보다 'Gay Divide'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보다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성소수자 정책이 요구된다.

* 일러두기: 2017년 2월 13일 21:30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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