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비평하면서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도는 하나의 화두가 있다면, 이렇게 담론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장르를 대함에 있어서, 적어도 나는 드라마를 비평하지 말고 드라마로부터 무언가를 논할 수 있는 경지를 추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 차이가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서는 더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반면 이해하지 못하면서 솔직한 사람들은 그게 대체 뭐냐고 물어본 다음 피식 하고 웃어넘길 테고, 마지막으로, 알건 모르건 그럴듯한 문구가 나오면 자신이 원래부터 그 입장을 취하고 있었던 듯이 행세하는 자들은, 내게 설득의 대상이 아니다. 이 일로 돈을 벌고 있으니 대중성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것이 천박한 시선을 통해 작품들을 힐끗 깔아보는 것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늘 상기하고 있는 한, 이 분야에 있어서 드라마는 비평의 대상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정성일의 영화평에서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보는 게 바로 그것이다. 그 영화광은 결국 영화로부터 뛰쳐나가, 자신의 독자들이 가위눌려있는 80년대의 거리 속으로 달려간다. 나는 그의 문장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가, 본의건 본의가 아니건, 지향하고 있는 바에 공감한다.
You woke up this morning Got yourself a gun, Mama always said you'd be The Chosen One.
She said: You're one in a million You've got to burn to shine, But you were born under a bad sign, With a blue moon in your eyes.
You woke up this morning All the love has gone, Your Papa never told you About right and wrong.
But you're looking good, baby, I believe you're feeling fine, (shame about it), Born under a bad sign With a blue moon in your eyes.
You woke up this morning The world turned upside down, Thing's ain't been the same Since the Blues walked into town.
But you're one in a million You've got that shotgun shine. Born under a bad sign, With a blue moon in your eyes.
When you woke up this morning everything you had was gone. By half past ten your head was going ding-dong. Ringing like a bell from your head down to your toes, like a voice telling you there was something you should know. Last night you were flying but today you're so low - ain't it times like these that make you wonder if you'll ever know the meaning of things as they appear to the others; wives, mothers, fathers, sisters and brothers. Don't you wish you didn't function, wish you didn't think beyond the next paycheck and the next little drink' Well you do so make up your mind to go on, 'cos when you woke up this morning everything you had was gone.
When you woke up this morning, When you woke up this morning, When you woke up this morning, Mama said you'd be the Chosen One.
When you woke up this morning, When you woke up this morning, When you woke up this morning, You got yourself a gun.
두 개념의 정의를 명확히 내리지 않고 그저 어감에 의존하여 본다면, 현대 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는 민족주의는 국가주의와 결탁할 수는 있어도 그것과 본질적인 요소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애초부터 '민족국가'에서 출발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혹은 한민족들은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지만, 국가주의와 민족주의가 온전히 포개지는 개념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서 '한국적 특수성'의 일부에 속한다.
가령, 많은 한국인들이 대한민국과 비교하곤 하는 이탈리아의 경우를 보자. 그들의 민족주의는 국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군대가 전설적인 '막장'이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제노바 사람이거나 나폴리 사람이거나 까포네 집안 사람이거나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었을 뿐, 가리발디가 억지로 통일시켜놓고 무솔리니가 인수한 파시즘 국가에 확고한 정체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항복하여 내 한 몸 건사하는 것이 이탈리아 군인들의 제1목표였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 자신의 고장에서 벌어진 소규모 항전에서는 그야말로 득달같은 저항을 벌였고, 그리하여 이탈리아 마피아들은 그 의병대들을 제압하기 위한 무기와 물자를 미국으로부터 지원받기에 이른다.
한국의 경우 민족주의는 국가주의로부터 독립되어서는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는, 미약하고도 시시한 담론 중 하나이다. 그것이 시시한 담론인 이유는, 담론의 기저 차원으로서 마땅히 가지고 있어야 할 토대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민족주의가 자신의 고장에 대한 향수와 거기서 먹던 음식, 마시던 와인, 축구팀의 드리블, 울려퍼지던 성당의 종소리 따위에 근거하고 있다면, 한국의 민족주의는 '우리'가 이루어야 할 '더 큰 하나의 민족'이라는 이상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한민족에게는 공통의 생활 기반이 없을 뿐 아니라 그들을 각각의 지방 사람들로 나누어줄 개별적인 삶의 토대도 없기 때문에, 결국 민족주의 담론은 기껏해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며 '더 큰 민족'에 대한 막연하고도 추상적인 이상향을 제시하는 선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조승희 사건에서 엿보였던 한국인들의 민족주의가 미국의 심기를 거칠게 긁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민족주의를 민족적인 차원에서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다. 조씨 문중에서, 혹은 한인교포회 차원에서 'I'm sorry'했으면 그만일 것을, 한국의 민족주의는 그 시점에서 필연적으로 국가를 호출하고야 말았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그 외의 방식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데 한 국가가 이미 이민을 가버린 국민의 범죄에 대해 지나친 미안함을 표시하는 것은, 피해가 발생한 국가의 사법권과 경찰권을, 미안하다는 핑계로 슬슬 침해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 가령 조승희가 살아있었다면 한국 정부는 어떻게 했을 것인가? 만약, 당시의 '국민 정서'대로 그를 한국에 넘겨서 우리가 사형시키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면, 이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내정 간섭이 되어버린다. 범죄인을 인도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그가 한국인의 혈통을 지니고 있다는 것 외에는 전혀 근거가 없었다. 한국 정부는, 단지 그들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미국 정부에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족주의보다는 국가주의에 더 친화성을 느끼는 나로서는, 한국 민족주의의 이 부실함에 대해서 그다지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민족의식의 부재가 국가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능하는가 하면 그것 또한 절대 그렇지 않다.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법인으로서 국가는 어느 정도 적절한 무력과 집행력을 가지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가주의에 스며든 이 찐득한 민족주의의 점액은 대한민국이 '국민의 권리를 수호하는 기계'로서 작동하는 과정을 철저하게 방해한다. 하지만 내가 오래도록 붙들어온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이 민족적 뿌리의 실종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김수영도 그랬었지만, '전통이라면 아무리 더러운 것이라도 좋다'고 하기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유착이 낳는 폐해가 너무도 심각한 것 같다.1)
1) 사실 김수영이 말한 맥락이야말로 내가 긍정적이라고 묘사한 '민족적 전통'의 부활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지만, 지금은 박정희의 폭력적 근대화를 겪은 다음이기 때문에 그의 절규의 의미가 심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