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을 척박하게 만들면 도시에 사는 자신들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착각은, 근원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자신의 부모를 관념적으로 농촌과 결부시키는 개념적 착각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 부모가 농사짓는 사람들 중에 이런 소리 하는 경우가 많다"는 우석훈의 관찰은, 이러한 사회적 무의식이 그리 복잡한 경로로 생성된 것이 아님을, 다시 말해 그냥 있는 현상에서 출발하여 일반화하고 있는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결국 그들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나오는 그 소년 새끼같이, 제 애비 애미를 끝까지 털어먹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제는 경제적으로 안정도 됐겠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수입차를 마음대로 타고 다닐 수가 없고 아들내미 딸내미 데리고 가서 아웃백에서 칼질 한 번 할 때 너무 값이 비싸다는 것 정도니까, 시골에 있는 노친네들이 농사를 때려치우게 함으로써 그 욕망을 충족시키고 싶다, 뭐 이런 소리.
부모의 희생은 공짜다, 라는 사고방식이 보편적인 것으로 자리잡고 있는 한, 농촌을 희생시켜서 도시민들이 수준 높은 소비생활을 영위하자는 집단 이기주의가 근절되기도 어렵다. 해방 직후, 혹은 일제 강점기를 거친 세대들이, 자식 교육을 제대로 잘못 시킨 것이다. 헌데 그 최종적인 파국을 감당해야 할 사람들은 다름아닌 지금 중고등학교에 다니거나 갓 대학 졸업장을 딴, 아낌없이 털어먹던 그들의 자식들이다. 그 날이 오면, 아낌없이 털어먹던 이들은 자신들이 아이들에게 온갖 정성을 쏟았노라고 정신없이 항변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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