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22

계통 없이

어딘가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김훈은 자신이 다양한 책들을 '계통 없이' 읽고 있다며, 항해술과 선박에 관한 것들을 그 예로 들었다. 읽고 있노라면 선원들의 땀과 근육이 보이는 것 같고, 그래서 그 어떤 소설보다도 더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하다는 식의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뜨끈하고 비릿한 것들에 탐닉하는 그의 취향을 나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저기서 그가 사용한 '계통 없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한 마디 덧붙일 필요가 있다. 그 어구는 "그러한 나의 반역성을 조소하는 듯이 스무살도 넘을까말까한 노는 계집애와 머리가 고슴도치처럼 부수수하게 일어난 쓰메에리의 학생복을 입은 청년이 들어와서 커피니 오트밀이니 사과니 어수선하게 벌여놓고 계통없이 처먹고 있다"(시골 선물)는 김수영의 싯귀를 연상시킨다. 바로 저 느낌이다. 김훈을 진정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댓글 4개:

  1. 기십 기백명을 넘을 뿐더러, 우리 주변에서 수두룩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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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들 중 일부는 김훈의 인터뷰를 통해 '계통 없이'라는 말을 배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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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간만에 본가에 갔더니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는 우리 오빠가 핑크색 책을 한 권 주더군...김훈체에 핑크색이라니 것참...아직 책은 안읽어서 모르것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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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만약 소설이라면 '역사소설'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자신의 회의주의를 입냄새처럼 팍팍 풍기는 것일 테고, 산문집이라면 예의 그놈의 '밥벌이' 타령을 율돌목 왜군 시체처럼 둥둥 띄워놓은 것이겠지. 이렇게 험하게 씹는 나도 한때는 김훈 빠였는데 말야, 믿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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