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26

여전히 아름다운지



정황상 멀쩡히 잘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전 여자친구에게 "변한 건 없니, 날 웃게했던 예전 그 말투도 여전히 그대로니. 난 달라졌어. 예전만큼 웃지 않고 좀 야위었어, 널 만날 때보다"라고 징징거리는, 루저 마인드의 정수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토이의 이 곡은, 그러나 '식스 센스' 뺨칠만한 대 반전을 품고 있는 가요계의 숨겨진 문제작이기도 하다. 곡의 말미에 다다르면 화자는, "그는 어떠니, 우리 함께한 날들 잊을만큼 너에게 잘해주니. 행복해야 해, 나의 모자람 채워줄 좋은 사람 만났으니까"라고 실토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 놈은 솔로가 아닌데, 문제는 이 개자식이 분명 아까는 "하지만 말야, 이른 아침 혼자 눈을 뜰 때 내 곁에 네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때에 (우우우) 나도 몰래 눈물이 흘러"라고 있는 청승 없는 청승 다 떨어놓은 그 루저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헤어진 이후 만난 애인은 "나의 모자람 채워줄"만큼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른 아침 혼자 눈을 뜰 때"에는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화자는 전 여자친구를 두고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부를 수 없을 것만 같은 가사를 읊고 있다. 되게 하고 싶은가보다.

댓글 5개:

  1. 노래의 정황으로 보았을 때 '나의 모자람 채워줄 좋은 사람'은 화자의 현재 애인이 아니라, 헤어진 애인에게 새로 생긴 남자친구인듯 한데? 이 국보급 찌질이는 아마도 여전히 매일 혼자 눈뜨고 있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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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러니까 "[너는] 행복해야 해, 나의 모자람..."이라는 거구나. 그렇지만 난 처음 듣는 순간부터 너무도 자연스럽게 "행복해야 해, [나도] 나의 모자람 채워줄 좋은 사람..." 으로 이해했거든.

    대체로 헤어진 후에 먼저 상대에게 '요즘 애인이 있나, 있다면 근황은 어떤가' 따위를 묻는 쪽은, 자기한테 새로 생긴 사람 자랑을 하려고 하잖아. 그래서 나한테는 이 노래의 주인공이 신나게 찌질한 구라를 풀다가, 곡 러닝 타임이 다 끝나도록 해도 안되니까, 에라 하는 기분으로 '니 애인은 그래 잘 해주냐? 나도 좋은 사람 만나고 있다 이것아' 같은 소리를 하는 거로 들려. 와, 풀어서 설명을 하면 할수록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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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더운데 뭐 그런 노랠 듣고 그래요
    아현동마님 주제가나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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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어쩌다보니 귀에 들려와서요. 참고로 아현동 마님은 7월 16일 방영 예정입니다. 하늘이시여에서 리아가 부른 '미안~ 미안~'을 뛰어넘는 주제가가 나와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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