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축’이라는 표현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프럼은, 그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부시 행정부에서 다져놓은 길을 전적으로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그는 부시가 민주주의를 밀어붙이며 국제 질서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를 놓고 보면, 그 말에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그 대화의 상대방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정일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쳤던 김현식에 따르면, 자신이 ‘평범한 학생’에 불과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을 일부러 고위직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김일성으로부터 인정받아 ‘장군’이 된 것은 1993년 북핵 위기 당시 가장 큰 목소리로 강경 대응을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아웅산 테러 사건의 ‘보도 기사’를 북한의 언론인들은 미리 써 놓고 있었습니다. “김정일과의 마지막 수업을 위하여”는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비화(秘話)로 가득 차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이렇듯 두 명의 지도자에 대한 평가와 재평가, 회고와 전망이 담겨 있는 기사 외에도, 이번호 《Foreign Policy》는 허약한 정치, 부실한 경제 윤리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Prime Numbers의 “쓰레기 지구”와 “죽음을 만드는 사람들 - 가짜 약의 세계”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기사입니다. 중국과 인도처럼 급성장하는 나라에서는,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는 동시에 가짜 약품들도 마구 생산됩니다. 쓰레기를 수거하고 의약품을 단속해야 할 정부가 부패와 무능으로 인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할뿐더러 타국 국민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FP Index의 테러리즘 지수 수치가 예년에 비해 낮아졌다고 해도 세계가 안전해졌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 때문입니다. 나쁜 치세는 호랑이보다, 테러리스트보다 더 무섭습니다.
《Foreign Policy》는 질문과 답을 한 권에 담는 매체입니다. 레이먼드 피스먼과 에드워드 미구엘은 “상식만 알아도 ‘부패’가 보인다”에서, 경제학적 기지를 발휘해 부패를 추적하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그 내용은 독자 여러분이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필자들은 마치 ‘지식과 정보를 통해 나쁜 정치를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 같습니다.
임기 말을 향해 달려가는 문제적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와, 철권통치를 이어가고 있는 독재자에 대한 폭로가 동시에 담겨 있는 매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부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친인척 비리와 간첩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정국입니다. 과거가 되어 있을 현재를, 훗날 긍정적인 시각에서 재평가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번호 《Foreign Policy》는 평가와 반성, 회고와 성찰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을 그 지성의 토론장으로 초대합니다.
포린폴리시 한국어판 9/10월호 편집자의 말입니다. 책은 지난주에 나왔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늦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호에 대해서도 블로그 방문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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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호부터 구독신청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네요. 빨리 보고 싶어지네요. ^^
답글삭제저런, 날이 밝는대로 담당 부서에 문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후에도 소식이 없으면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보세요.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답글삭제아하, 이런 분야에서 일하시는군요. 어려운 분야... :)
답글삭제국제정치분야 그 자체보다 매체를 만들고 꾸려나가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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