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에 이사를 했다. 서울 중구 약수동(신당 2동)에서 이태원으로 옮겼다. 다행히도 비교적 싼 값에 좋은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컴퓨터와 핸드폰을 연결하는 케이블이 집에 있어서 지금 사진을 올릴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전망이 좋고 바람이 잘 불어온다. 2005년 1월 무렵부터 약수동에 살았으니, 3년 반 넘게 그곳에서 터를 잡고 있었던 셈이다. 많은 것을 버리고 이태원으로 건너왔다.
달랑 보증금 500만원 들고 월세방 구하러 다니면서, 이사 예정일은 다가오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른 날이 많았다.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보증금을 마련했고, 월세도 낸다는 것이 뿌듯하다. 하지만 약 2주일 가량, 매일은 아니지만, 부동산을 들락거리며 뺨을 맞고 돌아다닌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나에게 집이란 가을이와 입동이가 기다리는 곳을 의미하지만, 집주인들에게는 한낱 '짐승'에 불과하다. 김수현 드라마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은 집주인의 그 표정과 목소리를 잊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고생을 했지만 아직도 나는 '부동산 6계급'이다. 아무리 열심히 모으고 살았어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반지하 아니면 옥탑이었고, 그나마 옥탑이 훨씬 드물었다. 바람과 햇빛만큼은 넉넉하게 갖고 싶은 건 나만 그런 게 아닐 테니까. 이태원 크라운 호텔 너머에 있는 주택가에 살게 되었다. 강철같은 체력은 남의 일인 듯하다. 이사를 끝낸 후 주말이 지나도록 입안에 헐어있는 곳이 낫지 않는다. 오늘은 입술이 부르트고 있다. 신경을 너무 써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삶은 의미 있는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
오, 이태원으로 갔구나.
답글삭제집들이 하면 선물 사서 놀러갈게 ㅋㅋ 이태원에서 맛있는 맥주 한잔 같이 마시자!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네요.
답글삭제조금은 쉬시면서 몸도 회복을 좀 하세요 ^^
8con/ 이태원이 생각보다 훨씬 조용한 동네더라구. 조만간 날짜를 잡아볼테니 화장지 및 기타 소모품을 준비하고 있어. 후후.
답글삭제erte/ 무식하게 포장이사 안 하고 박스 사와서 일일이 싸고 풀고 하느라 다섯 배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당장 늘어지게 쉴 수야 없지만, 마음 편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죠. '부동산 5계급'인 erte님도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래요. 고맙습니다.
이사를 하셨군요. 이사할때마다 다음번에 꼭 포장이사라는걸 하리라 다짐합니다만, 내삶을 옮기는 것마저 금전의 편리에 의존한다면 버리고 떠나는 일마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답글삭제이사라는게 귀찮고, 그래서 두렵기까지 한 일이지만 자신의 존재를 흔들어대는 삶의 몇안되는 안전한 타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하튼 좋은 보금자리 꾸미시길 바랍니다.
'안전한 타격'이라는 표현에 퍽 공감이 됩니다. 사실 집을 계약하고 난 다음에는, 힘들고 불편하긴 하지만 '불안'할 일은 없죠. 문제는 방을 보러 다닐 때였는데, 그 경험은 다른 경로로 또 풀어낼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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