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30

이사

지난주 금요일에 이사를 했다. 서울 중구 약수동(신당 2동)에서 이태원으로 옮겼다. 다행히도 비교적 싼 값에 좋은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컴퓨터와 핸드폰을 연결하는 케이블이 집에 있어서 지금 사진을 올릴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전망이 좋고 바람이 잘 불어온다. 2005년 1월 무렵부터 약수동에 살았으니, 3년 반 넘게 그곳에서 터를 잡고 있었던 셈이다. 많은 것을 버리고 이태원으로 건너왔다.

달랑 보증금 500만원 들고 월세방 구하러 다니면서, 이사 예정일은 다가오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른 날이 많았다.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보증금을 마련했고, 월세도 낸다는 것이 뿌듯하다. 하지만 약 2주일 가량, 매일은 아니지만, 부동산을 들락거리며 뺨을 맞고 돌아다닌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나에게 집이란 가을이와 입동이가 기다리는 곳을 의미하지만, 집주인들에게는 한낱 '짐승'에 불과하다. 김수현 드라마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은 집주인의 그 표정과 목소리를 잊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고생을 했지만 아직도 나는 '부동산 6계급'이다. 아무리 열심히 모으고 살았어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반지하 아니면 옥탑이었고, 그나마 옥탑이 훨씬 드물었다. 바람과 햇빛만큼은 넉넉하게 갖고 싶은 건 나만 그런 게 아닐 테니까. 이태원 크라운 호텔 너머에 있는 주택가에 살게 되었다. 강철같은 체력은 남의 일인 듯하다. 이사를 끝낸 후 주말이 지나도록 입안에 헐어있는 곳이 낫지 않는다. 오늘은 입술이 부르트고 있다. 신경을 너무 써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삶은 의미 있는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

댓글 5개:

  1. 오, 이태원으로 갔구나.
    집들이 하면 선물 사서 놀러갈게 ㅋㅋ 이태원에서 맛있는 맥주 한잔 같이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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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네요.
    조금은 쉬시면서 몸도 회복을 좀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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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8con/ 이태원이 생각보다 훨씬 조용한 동네더라구. 조만간 날짜를 잡아볼테니 화장지 및 기타 소모품을 준비하고 있어. 후후.


    erte/ 무식하게 포장이사 안 하고 박스 사와서 일일이 싸고 풀고 하느라 다섯 배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당장 늘어지게 쉴 수야 없지만, 마음 편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죠. '부동산 5계급'인 erte님도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래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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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사를 하셨군요. 이사할때마다 다음번에 꼭 포장이사라는걸 하리라 다짐합니다만, 내삶을 옮기는 것마저 금전의 편리에 의존한다면 버리고 떠나는 일마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사라는게 귀찮고, 그래서 두렵기까지 한 일이지만 자신의 존재를 흔들어대는 삶의 몇안되는 안전한 타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하튼 좋은 보금자리 꾸미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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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안전한 타격'이라는 표현에 퍽 공감이 됩니다. 사실 집을 계약하고 난 다음에는, 힘들고 불편하긴 하지만 '불안'할 일은 없죠. 문제는 방을 보러 다닐 때였는데, 그 경험은 다른 경로로 또 풀어낼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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