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자들이 있다. 그런 어리석은 자들이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지 못한 채 누군가를 천박하다고 말할 때
나는 차라리 비애감이 든다. 인문학은 필요하지만 인문학 하는 사람이 많을 필요는 없다는 말은, 나무가 자라는 것은 좋지만 숲은
필요하지 않다는 말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위대한 문학의 시대를 뒷받침하고 있던 것은 위대한 작가들이 아니다. 그 작가들처럼 되고
싶어서 그들의 책을 사고 문체를 흉내내며 문예지를 탐독하던 지망생들이야말로 시대의 버팀목이다. 평지의 거봉은 없다. 모든 높은
봉우리는 비슷한 높이의 산들과 함께 산맥을 이루고, 산맥은 가장 야트막한 언덕까지 쭉 이어진다. 한 마리 호랑이의 포효를 위해서는
하나의 산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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