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읽을 때 소리내어 읽지 않는 것이 일반화된 것은 인류 역사상 최근의 일이다. 고대 중세까지는 책을 소리내어 읽고, 입으로 떠들면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근대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유명한 이야기이니 특별히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다시금 사람들은 시끌벅쩍하게 읽고 쓰고 생각한다는 데 있다.
단적으로 나만 해도 그렇다. 혼자 생각하고 몰래 적어놓으면 될 이야기들을 왜 굳이 블로그에 적어놓을까? 혹자는 쉽사리 노출증 따위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태는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에서 읽고 그것을 즉각적으로 공유하거나 코멘트를 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제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피드백을 얻을 수 없는 곳에는 자신의 의견이나 흔적을 남기지조차 않는다. 예전에는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논란이 불거지면 바로 그 글에 리플이 달렸다. 지금은 그 글을 단축 URL로 뭉쳐놓은 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의견을 주고받는다.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근대적 자아, 묵독과 내면의 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구축하는 근대적 자아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별반 새로울 게 없는 뻔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럽게 떠벌이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스스로가 그러한
경향성 하에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읽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써도 충분하다. 지금 나는 사회를 향해
그리 많은 의견을 던질 생각이 없다. 하지만 나는 오래도록 고민하였고 결국 덜컥 블로그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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