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4일, 이탈리아에서 치러진 국민투표가 부결되었다. 상원과 하원 동수로 이루어진 이탈리아의 양원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여, 상원의 숫자를 3분의 1로 줄이고, 총리가 갖는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투표에서, 마테오 렌치 총리가 이끄는 국민투표 찬성파는 참패를 당했다. 투표 결과는 찬성 40%, 반대 60%. 무려 20%p 차이가 나는 엄청난 패배다.
이탈리아는 하나의 국민국가를 이루고 있지만 대단히 강한 지역색과 역사와 문화를 가진 지방들의 연합체이다. 그렇게 분열적인 문화적 바탕 위에, 상원과 하원이 동수로 구성되어 법안 발의권과 부결권을 동시에 갖고 있다보니,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간 63차례나 정권이 바뀌는 극도로 불안정하고 비효율적인 정치 체계가 유지되어 왔다. 마테오 렌치 총리는 그러한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결국은 자신이 가장 큰 권력을 쥐게 되는 개헌안을 추진했고, 실패했다.
문제는 반대파를 주도한 것이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을 주도하고 있는 오성운동이라는 것이다. 이번 승리를 계기로 오성운동이 더 큰 영향력을 얻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유럽연합으로부터의 탈퇴를 이끌어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었다.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투표에 참가했으며 찬성 234표, 반대 56표, 무효 7표, 기권 2표로 집계되었다. 오후 3시부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평화롭게 진행된 탄핵소추의결서가 오후 5시 넘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되면서, 현재 그의 국가원수 및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은 정지되어 있는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그의 탄핵을 지지하던 70% 이상의 한국인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음식 쿠폰 등을 선물하고, 탄핵안 가결을 기념하여 외식을 하러 가는 등, 그야말로 '창조경제'의 한마당이 펼쳐졌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지지층의 반감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표정 관리에 들어갔으며, 이후 펼쳐질 조기 대선 정국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12월 9일이 아니라 12월 2일에 표결을 했다면, 비박계가 마음을 굳히고 돌아올 시간이 없었을 것이므로, 탄핵안은 부결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인들의 정신 세계에 깊고도 큰 상처를 남겼을 것이 분명하다. 이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이 결과는 박지원이라는 한 정치인의 과감한 희생적 결단과, 그렇게 얻어진 시간동안 정치권을 압박해낸 유권자들의 합작품으로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렇게 한 고비를 넘겼다.
* 4선에 도전하는 독일 총리 앙겔레 메르켈이 '문화적 관용주의'의 종언을 선포했다. 12월 6일, 그는 기독민주당 당원 대회에서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독일 내의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2015년 전격적으로 시리아 난민들에게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89만명이 한꺼번에 입국하도록 하였던 메르켈이기에 이러한 결정은 큰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서구권을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적 움직임에 대한 대응이다. 이전과 같은 이민자 포용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한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프랑스의 중도 우파가 전신을 덮는 수영복인 '부르키니'를 금지했던 것처럼, 유럽의 기존 우파들은 스스로 타협 가능하다고 여기는 부분을 양보하고 있는 셈이다.
종교의 자유는 다른 자유와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 합리적 근거 및 절차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 여성들에게 스스로 원하는 옷을 입을 권리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다. 과연 메르켈의 이러한, 극우 세력을 향한 유화적 움직임이, 다른 자유의 침해를 최소화하며 극우파의 부상을 억누를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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