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면 elisp(emacs lisp) 코드 다섯 줄(주석 제외)에 불과하지만, 나름 성취라고 할 수 있으므로, 기록 삼아 올려둡니다.
코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defun new-file-with-date-time ()
"날짜-시간 표기된 새 파일 만들기"
(interactive)
(find-file (format-time-string "~/Dropbox/txt/%y%m%d-%H%M%S.txt")))
(global-set-key (kbd "C-c C-n") 'new-file-with-date-time)
;; 날짜 시간 표기법은 이 링크를 참고 https://www.gnu.org/software/emacs/manual/html_node/elisp/Time-Parsing.html
이게 뭐 하는 거냐. 제가 글 쓸 때 쓰는 emacs라는 텍스트 에디터가 있습니다. 1976년에 만들어진, 저보다 나이가 많은 소프트웨어입니다.
구시대의 유물답게 emacs는 수많은 세팅을 자기 손으로 직접 해야 합니다. 그 단점은 반대로, 본인이 원하면 기존에 없던 기능을 써서 넣을 수도 있다는 뜻이 됩니다.
저 코드는 이런 뜻입니다. 이맥스에서 어떤 파일을 편집중이건, ctrl-c ctrl-n 을 입력하면, 210616-203308.txt 같은 이름의 새 파일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즉 저는 언제나 어느 상황에서나, '지금 이 순간'을 파일명으로 삼은 텍스트 파일을 만들고, 내용을 입력한 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저장 경로는 제가 텍스트 파일을 모아두는 드롭박스 내 txt 폴더.
이 '자체 확장 기능'은 세 가지 기능을 제공합니다. 1)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내용을 빨리 적어놓기 2) 메모에 고유 식별자(날짜-시간) 부여하기 3) 모바일에서도 접근 가능하게 하기(드롭박스라서 자동 싱크)
저는 프로그래밍을 따로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단지 영어로 어떻게 어떻게 구글 검색을 좀 해보면 남들이 쓴 코드를 찾아볼 수 있고, 그걸 붙여넣어 실험해보다 보면 작동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거죠.
그런 식이다보니, 솔직히 저 코드에서 (interactive)가 왜 들어가야 하는지 그 이유는 아직도 이해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제가 원하는 기능을 스스로 구현해냈으니, 그거면 된 거죠.
이런 글을 왜 쓰나 싶지만, 자랑? 기록? 뭐가 됐건 그냥 올려봅니다.
(참고로 제가 이준석의 '엑셀 시험' 어쩌구를 보고 콧방귀를 뀐 이유도 이런 겁니다. 저는 learning curve가 굉장히 가파른 고대 유물 소프트웨어를 즐겨 쓰는 사람이고, 심지어 간단한 스크립트도 짭니다. 하지만 이게 저의 '글쟁이'로서의 '능력'과 상관 있나요? 없습니다. 좋은 글쟁이는 글을 제 시간에 읽기 좋게 쓰는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HWP에서 원고지 매수 확인하는 기능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이제 다시, 일하러 가야죠.)
답글삭제최초의 영어사전을 쓴 새뮤얼 존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 무언가를 아는 지식, 그리고 그러한 지식이 어디 있는지 아는 지식."
21세기처럼 투명해진 시대에 전자의 절대량은 더 이상 어떤 권위나 실질적인 자격으로 기능하지 않습니다.
혹자는 후자를 두고 그저 구글 검색능력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지식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누가 언제 어디에 어떻게 무엇을 왜 쓰는지 아는 것 말이죠.
그걸 깨닫지 못하면 지식이 아니라 지성이 미숙한 겁니다. 훨씬 치명적이죠.
저 역시 인문학을 공부하다 기술계통으로 온 사람이라 내세울 건 자격증 뿐이고, 그나마 현장에서 크게 쓸모있던 적도 없습니다. 근데, 모르는 건 물어서 하면 됩니다. 걸어다니는 현장사전들이 있으니까요. 엑셀 모르면 엘리뜨 비서 보좌관들에게 맡기면 됩니다.
누가 뭘 잘 하는지 아는 지식이야말로 21세기형 지식이 아니겠습니까. 혼자 꾸역꾸역 다 하려 드는 게 무지한 거고.
아닌게아니라 프로그래머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더라고요. '최고의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다.' 제가 영어로 검색을 해서 대충 스크립트를 짜는 걸 보면, 맞는 것 같습니다.
삭제4차 산업혁명이니 뭐니 호들갑 떨기 전에 한국은 일단 한국어로 풍부한 정보를 축적할 궁리부터 해야 하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로만 읽고 쓸 때와, 영어를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제 지식과 정보의 폭이 너무도 달라졌습니다.
제대로 된 인문학 연구자는 늘 "외국어를 통해 양질의 정보를 얻자"는 생각과 "이걸 한국어로 출판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같이 하지요.
삭제어찌됐든 모국어에 그 나라의 모든 게 담겨 있고, 학자는 모국어라는 전이해를 통해 세계를 사유하는데, 꼭 접해야 할 자료가 이미 번역이 되어 있다면 학계 전체의 효율성의 차원에서 원서를 붙들고 있는 것과 비교가 안 되죠.
물론, 박 모 씨같은 여당 정치인이 통대학원생들 앞에서 "번역기로 하면 되지 않아요?" 드립 치는 나라에선 갈 길이 멉니다.
Garbage in, garbage out입니다. 결국 번역기도 번역가의 수준을 따라가는 법이거든요. 제가 영어, 일본어를 읽고 듣고 말하고 쓸 줄 알고 불어, 독어를 읽을 줄 안다고 해도 전문 통번역 인력만 못하지요.
지식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성 떨어지는 위정자와 입법자가 정부와 국회에 있으면 지식의 흐름은 집단 지성으로 이행하지 못하고 소수 엘리트에게 희생을 종용하길 계속하겠지요.
왜 워드안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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