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6

사진들

잊을만 하면 올라오는 사진들입니다.

다량의 이미지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1. 크리스마스 특별 감자 셀러드.



당근과 빨간 파프리카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 보았음.



2. 가을이와 입동이




무릎고양이 입동이...


의 앞발.


부엌 매트에 턱을 괸 입동이


책장 정리하던 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가을이


둘이 별로 안 친한 분위기


책상을 정복한 가을이


생체 레그워머 입동이



3. 저는 장남입니다


된장남...


악플을 상대하다가 지친 된장남...


이런 분위기의 까페에서...


집필에 몰두하는 된장남인 것입니다.

하나의 산맥이 필요하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자들이 있다. 그런 어리석은 자들이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지 못한 채 누군가를 천박하다고 말할 때 나는 차라리 비애감이 든다. 인문학은 필요하지만 인문학 하는 사람이 많을 필요는 없다는 말은, 나무가 자라는 것은 좋지만 숲은 필요하지 않다는 말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위대한 문학의 시대를 뒷받침하고 있던 것은 위대한 작가들이 아니다. 그 작가들처럼 되고 싶어서 그들의 책을 사고 문체를 흉내내며 문예지를 탐독하던 지망생들이야말로 시대의 버팀목이다. 평지의 거봉은 없다. 모든 높은 봉우리는 비슷한 높이의 산들과 함께 산맥을 이루고, 산맥은 가장 야트막한 언덕까지 쭉 이어진다. 한 마리 호랑이의 포효를 위해서는 하나의 산맥이 필요하다.

2009-12-23

싸움을 멈추고 열린 마음으로

그 누군들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지겹지 않겠는가. 지난 며칠 동안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과연 진보정당의 지지자들이 상대편의 주장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진보정당의 지지자라고 두루뭉실하게 말하지 말고 나 스스로의 모습을 돌이켜보자. 과연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말도 경청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왔던가? 무조건 귀를 막고 반대되는 논리를 세우기 위해 매진해온 것은 아닐까? 앞으로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말이라고 해서 덮어놓고 외면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우리 당은 의석이 둘 뿐인 작은 정당입니다. 독자적으로 총선을 치를 경우 잃을 것은 없습니다. 의석도 늘어날 것이요 당의 존재도 널리 알릴 수 있습니다. 반면 현재 백여 개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파멸적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수도권 선거는 보통 2천표 안팎의 차이로 승패가 갈립니다. 약 10만 명이 투표하는 선거구라면 유효투표의 2% 안팎의 차이가 승부를 결정합니다. 우리당 후보들은 지역구의 성격과 후보의 경쟁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도권에서 그보다는 훨씬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며, 한나라당보다는 잠재적 민주당 지지표를 훨씬 많이 빼앗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준다는 비난이 일겠지만 상관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민주당이 리모델링 신당으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음을 분명하게 경고했고 민주당 의원들이 정당개혁의 흐름에 합류할 것을 끈질기게 요청했지만 그들은 그것을 거부했습니다."


와, 정말 구구절절 옳은 말이구남.

2009-12-10

오바마 노벨상 수상 연설

* 우리는 새로운 아메리카나로 들어갔음. 제 머리에 왕관을 얹은 나폴레옹처럼, 오바마의 입을 빌어 미국은 이제 대놓고 세계 경찰이 되는 듯.

* 부시가 시작한 'war on terror'가 오바마에 의해 추인된 것도 기록 포인트.

* '제국의 몰락'을 말하는 분들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이 '제국의 몰락'으로 바뀌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제국의 시대가 본격화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전후 관계를 거꾸로 보면 안 됨.

* 연설 졸라 잘 함. 우크라이나 총리 율리아 티모센코의 얼굴에 밀려오는 감동의 쓰나미. 애는 자는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윌 스미스. 기타등등.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다

소유권의 핵심은 처분권이다. 내가 내 연필을 소유하고 있다면, 나는 그것을 남에게 팔 수 있다. 아무 의미 없이 그것을 부러뜨리거나, 크로마티 고교에 나온 것처럼 괜히 씹어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내 자유다. 반면 가을이가 내 연필을 빌려서 공책에 낙서를 하고 있다면, 내가 허락한 범위 내에서 그 연필을 사용해야 한다. 주인인 나의 허락 없이 그것을 남에게 양도하거나 매매하거나 처분해버리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오공감의 44 사이즈 논란을 보고 있노라면, 여성이 자신의 몸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턱없이 많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프랑소와즈 사강의 유명한 말처럼,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그것이 소유권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피오줌을 싸건 말건 당신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신체는 그러나, 여성의 소유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것은 대체로 '자손'을 생산하기 위한 도구, 즉 가부장 혹은 혈족의 소유물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여성들이 자녀를 낳고 키울 수 없다고 주체적으로 판단하여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량한 캠페인으로 현재의 출산율 저하 경향에 대응하고자 하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의 기저에는 바로 이런 전근대적 여성관이 깔려 있다고 말하는 것도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

평소에 그토록 이명박 정부의 여성정책, 혹은 인구정책에 대해 가볍게 비아냥거리던 이글루스의 여론 또한 거의 비슷한 프레임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혈뇨가 나오도록 밥을 굶는 사람이 왜 '건강하라'는 명령을 들어야 하는가? 그 사람의 몸은 그 사람의 것이라는 기초적인 자유주의적 명제에 동의한다면 애초에 그런 값산 '충고'를 함부로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것이 '상식'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실로 놀랍다.

극심한 다이어트를 통해 스스로의 건강을 해치는 행위는 성매매나 장기매매와 같지 않다. 성매매나 장기매매의 경우 그것을 합법화하면 대부분의 경우 경제적으로 궁박한 상황에 몰린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자의적으로'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마저도 법으로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암스테르담의 합법적 성매매로 인해 그 지역에 얼마나 많은 동구권 여성들이 몰려들었는지를 떠올려보면 그 '자발성'의 허구성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다이어트를 통한 건강의 저하는 그런 외부효과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남성들이 근육을 키우기 위해 호르몬 성분이 함유된 약물을 주사하고 먹으며 인공적으로 추출된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는 경우와 비교해보자. 문제의 여성은 혈뇨를 누었지만 단백질 보충제를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소변에 단백질 성분이 섞여 나오고 그 과정에서 신장에 무리가 온다. 그러나 그 누구도 보디빌더 앞에서 '지금, 스스로를 사랑하고 계십니까'라고 느끼한 충고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남성'의 몸은 남성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소유권 행사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할 권리가 스스로에게 없다는 것을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적 가치가 지닌 몇몇 미덕을 옹호하면서 동시에 자유주의의 폐단에 항거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입장을 가진 이들이 태초부터 겪어야 했던 딜레마이다.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사회가 여성들에게 특정한 미의 형태를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은 타당하지만,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에게 '너는 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해야만 한다'고 외치는 전근대적 함성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다. 제발 기초적인 것들부터 지키면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