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0

[북리뷰]박정희 시대의 권력 이야기

[북리뷰]박정희 시대의 권력 이야기

2014 01/21ㅣ주간경향 1060호

<남산의 부장들>
김충식 지음·폴리티쿠스·3만2000원

2014년 새해 첫 책으로 <남산의 부장들>을 이야기하게 될 줄은 몰랐다. 2013년이 시작될 무렵까지만 해도 그랬다. 1983년에 태어나 철이 들 무렵 이미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된 나라에 살고 있었던 내게, <남산의 부장들>은 MBC 드라마 ‘제3공화국’과 마찬가지로, 그저 흥미 위주로 슬슬 넘겨보는 정치 비화 모음집에 지나지 않았다.

적어도 누구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제목이지만, 혹시 모를 사람들을 위해 간략하게 소개해 보자. <남산의 부장들>은 1961년 설립되어 1981년까지 유지된 대한민국 중앙정보부를 통해, 같은 시기의 한국 현대사를 서술하는 책이다.

중앙정보부를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박정희 시대를 이해할 수 없으며, 박정희 시대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오늘날의 역사에 대해서도 무지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1961년 5월 16일, 박정희와 그의 동료들은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6월 10일 군부는 중앙정보부를 만들었다.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을 내놓은 후, 국가재건최고회의법과 함께 군부는 중앙정보부법을 공표하여 “미국의 CIA와 일본의 내각조사실을 절충한 정보수사기관”을 만들어낸 것이다. 국내외의 정보를 들쑤실 수 있고, 그 정보에 바탕하여 원하는 이를 구속수사할 수 있는, 희대의 권력기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 중앙정보부를 만들고 초대 부장을 역임한 사람이 김종필이다. 그는 농협중앙회에 보관되어 있던 한전의 주식을 강탈한 후 주식시장에 내다 파는 등의 수법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공화당 창당작업에 나섰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화당을 통해 박정희가 대통령에 출마하였고 당선된 것이다.
중앙정보부와 박정희 정권의 역사는 이후로도 18년간 더 흘러가게 되며, <남산의 부장들>은 그 길고 복잡한 세계를 물경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전달한다.

<남산의 부장들>은 동아일보에 1990년부터 1992년까지 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87년 민주화 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후, 김영삼과 김대중의 분열로 인해 노태우가 당선되어버린 바로 그 시점에, 저자 김충식은 중앙정보부와 박정희 정권에 대한 초대형 기획 연재를 진행한 것이다.

본문의 첫 문장은 “전두환 대위의 등장이 빠르다”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두환, 노태우 및 육사 11기들이 시도한 63년 쿠데타 음모가 등장한다. 물론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아무튼 ‘살아있는 권력’들의 행적을 직설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으며, 이 책의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인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민주화 이전의 대한민국을 살아온 사람들이 아닌, 나처럼 민주주의가 너무도 당연한 사람들을 위해 필자는 이 북리뷰를 쓰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은 물론 민주주의와 헌법의 원리를 위배한 도전이며 일탈이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신생 국가의 역사를 놓고 볼 때, 그런 시도가 없었던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국가정보원은 아직도 중앙정보부 시대의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하는 듯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남산의 부장들>을 다시 펼쳐들고 우리가 겪어온 어두운 역사를 곱씹는 것은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닐 것이다.

<노정태 번역가·자유기고가>

2014-01-07

[2030콘서트] 북한은 누구의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모처럼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이미 우리는 그의 기자회견뿐 아니라 질의응답까지 모두 대본대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그가 내놓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국정 방향 및 현 정권의 인식 수준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고.

통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반도의 통일은 경제적 재도약의 기회라고, 우리의 대통령께서는 친히 ‘대박’이라는 서민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우리에게 강렬한 지침을 선사하신 것이다. 대통령 가사라대, 통일은 대박이다.

이 말이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가 난관에 부딪힌 것은 값싼 노동력이나 천연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경제란 어떤 단위 내에서 벌어지는 생산과 소비의 총합이다. 한국은 현재 생산력에 비해 내수시장의 소비력이 부족한 나라다. 값싼 노동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도 노동력이 너무 값싸기 때문에, 한국 경제는 성장동력을 잃었다. 사람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고 더 적은 시간 노동함으로써 남는 시간과 돈으로 소비를 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출산율이 높아진다. 그것은 남북통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통일은 대박”이라고 선언해버린 탓에, 향후 북한 문제는 ‘대박 프레임’을 벗어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진보진영은 이렇게 또 한 번,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 주도권을 빼앗겼다. 우리에게 북한이라는 숙제가 지워져 있음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을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처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사실 박근혜 정부와 야권 일반의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진보진영에는 북한의 ‘김씨 왕조’를 한반도의 유일한 정통 정부로 떠받들고 신성화하는 세력이 있었고, 그들과 맞서기 위해 북한 문제를 아예 처음부터 고려하고 싶어하지도 않았던 또 다른 세력이 있었다. 전자는 현재 내란음모죄로 형사소송을, 헌법재판소에서 정당해산심판을 기다리는 상태이며, 후자는 정치적 구심점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다.

결국 한국의 정치세력 중 거의 대부분은 북한을 ‘잡아먹어야 할 돼지’쯤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인권 따위 신경 안 쓰고 함부로 부려먹을 수 있는, 빈 땅에 아파트와 빌딩을 짓고 높은 임대료를 받아내거나 건물의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북한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성적으로 착취할 수 있는, 그런 대상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더하고 뺄 것 없이, 한국의 근대사 교육에서 가르치는 ‘사악한 일제’가 조선을 바라보던 그 눈빛 그대로이다. 노동력을 착취하고, 자원을 수탈하는 대상, 즉 식민지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한민족, 동포, 안타까운 우리 혈육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분단 70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힘을 잃어가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 정권에서 정당성을 찾는 시각은, 법원의 판결과는 무관하게, 역사적 오류임이 실증된 상태다. 문제는 그 외의 시선, 정치적으로 올바르면서 남과 북의 거주민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정책의 토대가 될 만한 사고방식이 아직 우리에게 개발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것은 매우 통탄할 일이다. 때늦은 후회겠지만, 박 대통령의 입에서 ‘대박’이라는 말이 터져나오기 전에, 이른바 NL과의 싸움을 통해 진보진영은 바로 그것을 만들고 대비했어야 했다.

200자 원고지 10장 분량의 칼럼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진보적인 시각을 제시할 수는 없다. 문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장주의적 시각을 형성하는 일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북한이라는 ‘대박 시장’의 정보로부터 철저히 차단당해야 하는가? 북한 웹사이트는 여전히 접속이 불가능하다. ‘김정은 눈썹 반토막’ 따위가 과연 ‘대박 투자 정보’인가? 눈썹연필 공장이라도 차려야 하나?

통일이 대박이라고 말하려면, 국민들이 스스로 북한을 알게 하라. 공정한 정보와 기회의 제공 없이 시장주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대박’이라는 달콤한 환상을 제공하며, 한국인들의 탐욕을 들쑤신 채, 북한에 대한 정보를 틀어쥐고, 새로운 북풍을 기획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입력 : 2014.01.07 20:46:23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072046235&code=990100&s_code=ao051#csidx663008e44ef740e8fc5e6f400f29e8c

[2030콘서트]북한은 누구의 것인가

[2030콘서트]북한은 누구의 것인가



입력 : 2014-01-07 20:46:23ㅣ수정 : 2014-01-07 20:46:23

박근혜 대통령이 모처럼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이미 우리는 그의 기자회견뿐 아니라 질의응답까지 모두 대본대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그가 내놓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국정 방향 및 현 정권의 인식 수준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고.

통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반도의 통일은 경제적 재도약의 기회라고, 우리의 대통령께서는 친히 ‘대박’이라는 서민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우리에게 강렬한 지침을 선사하신 것이다. 대통령 가사라대, 통일은 대박이다.

이 말이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가 난관에 부딪힌 것은 값싼 노동력이나 천연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경제란 어떤 단위 내에서 벌어지는 생산과 소비의 총합이다. 한국은 현재 생산력에 비해 내수시장의 소비력이 부족한 나라다. 값싼 노동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도 노동력이 너무 값싸기 때문에, 한국 경제는 성장동력을 잃었다. 사람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고 더 적은 시간 노동함으로써 남는 시간과 돈으로 소비를 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출산율이 높아진다. 그것은 남북통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통일은 대박”이라고 선언해버린 탓에, 향후 북한 문제는 ‘대박 프레임’을 벗어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진보진영은 이렇게 또 한 번,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 주도권을 빼앗겼다. 우리에게 북한이라는 숙제가 지워져 있음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을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처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사실 박근혜 정부와 야권 일반의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진보진영에는 북한의 ‘김씨 왕조’를 한반도의 유일한 정통 정부로 떠받들고 신성화하는 세력이 있었고, 그들과 맞서기 위해 북한 문제를 아예 처음부터 고려하고 싶어하지도 않았던 또 다른 세력이 있었다. 전자는 현재 내란음모죄로 형사소송을, 헌법재판소에서 정당해산심판을 기다리는 상태이며, 후자는 정치적 구심점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다.

결국 한국의 정치세력 중 거의 대부분은 북한을 ‘잡아먹어야 할 돼지’쯤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인권 따위 신경 안 쓰고 함부로 부려먹을 수 있는, 빈 땅에 아파트와 빌딩을 짓고 높은 임대료를 받아내거나 건물의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북한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성적으로 착취할 수 있는, 그런 대상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더하고 뺄 것 없이, 한국의 근대사 교육에서 가르치는 ‘사악한 일제’가 조선을 바라보던 그 눈빛 그대로이다. 노동력을 착취하고, 자원을 수탈하는 대상, 즉 식민지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한민족, 동포, 안타까운 우리 혈육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분단 70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힘을 잃어가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 정권에서 정당성을 찾는 시각은, 법원의 판결과는 무관하게, 역사적 오류임이 실증된 상태다. 문제는 그 외의 시선, 정치적으로 올바르면서 남과 북의 거주민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정책의 토대가 될 만한 사고방식이 아직 우리에게 개발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것은 매우 통탄할 일이다. 때늦은 후회겠지만, 박 대통령의 입에서 ‘대박’이라는 말이 터져나오기 전에, 이른바 NL과의 싸움을 통해 진보진영은 바로 그것을 만들고 대비했어야 했다.

200자 원고지 10장 분량의 칼럼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진보적인 시각을 제시할 수는 없다. 문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장주의적 시각을 형성하는 일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북한이라는 ‘대박 시장’의 정보로부터 철저히 차단당해야 하는가? 북한 웹사이트는 여전히 접속이 불가능하다. ‘김정은 눈썹 반토막’ 따위가 과연 ‘대박 투자 정보’인가? 눈썹연필 공장이라도 차려야 하나?

통일이 대박이라고 말하려면, 국민들이 스스로 북한을 알게 하라. 공정한 정보와 기회의 제공 없이 시장주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대박’이라는 달콤한 환상을 제공하며, 한국인들의 탐욕을 들쑤신 채, 북한에 대한 정보를 틀어쥐고, 새로운 북풍을 기획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2013-12-31

2013년 독서 목록

2013년 독서 목록

  1. 20130103 - 빅토르 위고, 정기수 옮김, 『레 미제라블 4』(서울: 민음사, 2012)
  2. 20130103 - 빅토르 위고, 정기수 옮김, 『레 미제라블 5』(서울: 민음사, 2012)
  3. 20130105 - Albert O. Hirshman, The Passions and the Interests: Political Arguments for Capitalism before Its Triumph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7)
  4. 20130114 - Paul Krugman, End This Depression Now!(New York: W. W. Norton & Company, 2012)
  5. 20130128 - Tyler Cowen, The Great Stagnation(New York: Dutton, 2011)
  6. 20130207 - 고종석, 『해피 패밀리』(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3)
  7. 20130207 - 고종석, 『제망매』(서울: 문학동네, 1997)
  8. 20130210 - Daniel Drezner, The Theories of International Politics and Zombies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1)
  9. 20130221 - Pavel Tsatsouline, The Naked Warrior (St. Paul, MN: Dragon Door Publications, 2003)
  10. 20130221 - 김윤식, 『이광수와 그의 시대 1』(서울: 솔, 1999), 개정증보판. 1986년 초판 발행
  11. 20130222 - 김윤식, 『이광수와 그의 시대 2』(서울: 솔, 1999), 개정증보판. 1986년 초판 발행
  12. 20130223 - 데이브 히키, 박대정 옮김, 임근준 해설, 『보이지 않는 용』(서울: 마음산책, 2011)
  13. 20130328 - 매튜 A. 크렌슨, 벤자민 긴스버그, 서복경 옮김,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서울: 후마니타스, 2013)
  14. 20130409 - 마쓰시타 기와, 황선종 옮김, 『주거 인테리어 해부도감』(서울: 더숲, 2013)
  15. 20130422 - 패트릭 콜린슨, 이종인 옮김, 『종교개혁』(서울: 을유문화사, 2005)
  16. 20130427 - 우병현, 『구글을 가장 잘 쓰는 직장인 되기』(경기도 파주: 휴먼큐브, 2013)
  17. 20130601 - 브라이언 본, 토니 해리스, 임태현 옮김, 『엑스 마키나 디럭스 에디션 01』(서울: 시공사, 2013)
  18. 20130601 - 브라이언 본, 토니 해리스, 임태현 옮김, 『엑스 마키나 디럭스 에디션 02』(서울: 시공사, 2013)
  19. 20130613 - 폴 크루그먼, 박세연 옮김,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경기도 파주: 엘도라도, 2013)
  20. 20130707 - 사사키 아쓰시, 송태욱 옮김, 『일본, 현대, 사상』(경기도 파주: 을유문화사, 2010)
  21. 20130707 - 정유정, 『28』(서울: 은행나무, 2013)
  22. 20130709 - 커트 보네거트, 박웅희 옮김, 『제5도살장』(서울: 아이필드, 2005)
  23. 20130714 -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시지프 신화』(서울: 책세상, 1998)
  24. 20130726 - 재레드 다이아몬드, 강주헌 옮김, 『어제까지의 세계』(서울: 김영사, 2013)
  25. 20130910 - 주대환, 『대한민국을 사색하다』(서울: 산책자, 2008)
  26. 20131001 - 마이클 더다, 김용언 옮김, 『코난 도일을 읽는 밤』(서울: 을유문화사, 2013)
  27. 20131002 - 버트런드 러셀, 장성주 옮김, 『인기 없는 에세이』(서울: 함께읽는책, 2013)
  28. 20131004 - 커트 뷰식, 스튜어트 이모넨, 최원서 옮김, 『슈퍼맨: 시크릿 아이덴티티』(서울: 시공사, 2011)
  29. 20131005 - 앨런 무어, 데이브 기본즈, 정지욱 옮김, 『왓치맨 1』(서울: 시공사, 2008)
  30. 20131005 - 앨런 무어, 데이브 기본즈, 정지욱 옮김, 『왓치맨 2』(서울: 시공사, 2008)
  31. 20131006 - 데이비드 맥컬레이, 장석봉 옮김, 『땅속 세상』(경기도 파주: 한길사, 2004)
  32. 20131007 - 마크 밀러, 존 로미타 주니어, 정지욱 옮김, 『킥애스 2 전주곡: 힛걸』(서울: 시공사, 2013)
  33. 20131007 - 고바야시 히데오, 유은경 옮김, 『고바야시 히데오 평론집』(서울: 소화, 2003)
  34. 20131008 - 마크 밀러, 존 로미타 주니어, 정지욱 옮김, 『킥애스 1』(서울: 시공사, 2013)
  35. 20131008 - 마크 밀러, 존 로미타 주니어, 정지욱 옮김, 『킥애스 2』(서울: 시공사, 2013)
  36. 20131014 - 프란츠 카프카, 김영옥 옮김, 『오드라덱이 들려주는 이야기』(서울: 문학과지성사, 1998)
  37. 20131028 - 김사과, 『천국에서』(경기도 파주: 창비, 2013)
  38. 20131030 - Paul Auster, Hand To Mouth (New York: Picador, 1997)
  39. 20131031 - 김사과, 『테러의 시』(서울: 민음사, 2012)
  40. 20131031 - 김사과, 『풀이 눕는다』(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09)
  41. 20131114 - 안토니오 타부키, 김운찬 옮김, 『플라톤의 위염』(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3)
  42. 20131115 - 마리 노이라트, 로빈 킨로스, 최슬기 옮김, 『트랜스포머: 아이소타이프 도표를 만드는 원리』(서울: 작업실유령, 2013)
  43. 20131128 - 조지 F. 케넌, 유강은 옮김, 『조지 케넌의 미국 외교 50년』(서울: 가람기획, 2013)
  44. 20131209 - 마이클 R. 캔필드 엮음, 에드워드 O. 윌슨 외 지음, 김병순 옮김, 『과학자의 관찰 노트』(서울: 휴먼사이언스, 2013)
  45. 20131212 - 박홍수, 『철도의 눈물』(서울: 후마니타스, 2013)
  46. 20131225 - 박해천, 『아파트 게임』(서울: 휴머니스트, 2013)

* 이 독서 목록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은 책들을, 시간 순서에 따라 특별한 기준 없이 채워넣은 것이다.

* 이 독서 목록을 통해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절대적인 참고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 이 독서 목록에는 '논객시대'를 연재하면서 읽은 책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걸 넣자니 너무 목록이 불어난다는 생각 때문에 안 적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자의적인 기준을 도입하고 나자,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은 책이면 일단 포함시킨다는 기준과 충돌하게 되었으며, 한 해 100권은 읽어야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 폴 오스터의 Hand To Mouth는 예비군 훈련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겨우 읽어낼 수 있었다.

* 내년 예비군 훈련에는 또 무슨 책을 들고 가야 하나.

* 2013년의 출판계는 스스로 이슈를 생산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습이었다. 시장 규모는 줄어들고, 독자들은 떨어져나가고 있다. 특히 정치, 사회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책을 사는 사람들의 성향이 거의 뻔히 보이는 지경인데, 이것은 출판계를 넘어서 한국 전체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배우고, 많이 생각하는, 새로운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2013-12-18

[2030콘서트] ‘학대하는 어머니’ 박근혜·최연혜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진보 진영은 국가를 너그러운 부모에, 보수 진영은 엄격한 아버지에 비유하는 경향이 있다. 전자는 약자에게 너그러운 복지 정책을 선호하는 반면, 후자는 엄격한 법 집행과 질서에 방점을 둔다는 것이다. 과연 이 이론이 맞는 것인지, 무려 7000명이 넘는 직원들을 직위해제시켜 놓은 후, 최연혜 철도공사 사장은 파업 노동자들을 두고 “회초리를 든 어머니의 찢어지는 마음으로 직위해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철도파업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곰곰이 짚어보면, 박근혜 정부와 국토교통부, 최연혜 사장의 태도는 ‘엄격한 아버지’에서 한참 벗어나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엄격한 아버지가 엄격한 것은 자식을 사랑하고 더 잘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반면 국토부의 입김하에 철도공사가 수행하는 법인 분리는 철도공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만성 적자를 더욱 증가하게 만들 뿐이다. 철도파업에 대응하는 정부는 눈물을 머금고 회초리를 든 엄격한 어머니가 아니다. 소금밥을 먹여가며 아이를 학대하고 죽게 만드는, 친권을 박탈당해 마땅한 아동학대범 어머니인 것이다.

정부는 철도공사의 방만한 운영으로 인해 적자가 누적되었으므로 경쟁체제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왜 철도공사가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핵심은 기업들이 이용하는 화물열차의 운임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나 철광석, 석탄 등을 실어나르는 열차는 손익분기점에 턱없이 못 미치는 요금을 받고 있다. 마치 가정용 전기 요금을 올리면서도 대기업에는 산업용 전기를 헐값에 마구 퍼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듯 구조적으로 적자를 강요해놓고는, 많은 수의 신규 승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서발 KTX를 따로 분리해, 안 그래도 적자를 끌어안고 있는 기존의 철도공사와 경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과연 ‘경쟁’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적자는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흑자가 날 만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따로 떼어준 채, ‘경쟁’을 하라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인가? 게다가 정부의 해명과 달리 수서발 KTX는 본질적으로 주식회사다. 이 때문에 정관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국내 재벌 및 해외 투기 자본에 조각조각 팔려나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을 등에 업은 철도공사는 스스로를 망하게 하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이익은 남에게 주고, 손해는 고스란히 떠안으며, 숙련된 기술자들을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다. 철도는 어차피 경쟁체제를 만들 수 없는, 자연독점이 성립하는 분야라는 것을 우리는 아무 경제학 원론 책이나 펼쳐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원리’를 존중한다는 그들은 꼭 이럴 때에만 시장 원리를 모른 척한다. 세계적인 운영 능력을 자랑하지만 덩치가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우리의 철도를, 또 한 번 반토막 내려고 덤벼든다. 그것이 바로 수서발 KTX의 법인 분리이며, 철도 민영화의 시작이다.

이러니 ‘엄격한 아버지’가 아니라, ‘학대하는 어머니’ 모델을 우리는 떠올릴 수밖에 없다. 철도공사 사장은 불과 1년 전 자신이 신문 칼럼에서 했던 말을 고스란히 뒤집고 민영화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 정부는 철도공사더러 적자를 해결하라면서 흑자 노선을 빼앗아가고 적자를 더욱 키울 것을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영화가 아니라는데 정부를 신뢰하지 않느냐’며 국민들을 다그치고, 검찰은 냉큼 철도노조 간부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국민들은 잘해보겠다는데, 노동조합은 회사를 더욱 크고 강하게 만들고 싶다는데, 사장과 정부와 대통령이 나서서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가 이러는 사이 중국은 신의주, 평양, 개성을 잇는 고속도로 및 고속철도 개설권을 북한으로부터 따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국 철도의 덩치를 더 키워서 북한을 넘어 세계로 향하게 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의 ‘학대하는 어머니’들은 철도를 자본이 뜯어먹기 좋도록 토막 내버릴 심산이다. 생각해보면 한국의 지배계급은 늘 그래왔다. 이 나라를 작고 힘없이 끌려가는 노예 상태로 전락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지배력을 유지하려 들었다. 이번 철도파업은 그런 의미에서 철도노조만의 것이 아니다. ‘학대하는 어머니’를 이겨내기 위한 우리 모두의 싸움인 것이다.


입력 : 2013.12.17 20:35:31 수정 : 2013.12.18 01: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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