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30

정진웅 부장검사의 폭행: 사안의 본질은 가학수사

정진웅 부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의 스마트폰 USIM을 뺏는다는 명분 하에 달려든 사건에 대해, 사건 자체를 없는 것으로 할 수는 없으니, 본질을 호도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사안의 본질은 가학수사다. 국가가 범죄 수사를 명분으로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그 피해자가 검사장이건 시정잡배건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때린 게 핵심이다. 박종철을 '탁'하고 쳐서 '억'하고 죽었다고 하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이다.

수사기관이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도주하는 용의자를 체포할 때 뿐이다. 그 외의 경우에 수사기관이 폭력을 쓰는 게 용납된다면, 해당 국가는 순식간에 독재로 돌아가고, 경찰은 그 독재의 도구로 악용되게 된다.

검사들끼리 '개싸움'한 거라고? 프로레슬링 같은 거 했다고? 그런 '농담'으로 얼버무리는 당신들은 다가오는 독재의 위험을 애써 무시하려 드는, 신독재세력의 부역자들이다. 사안의 본질은 인권이다. 그것도, 마그나 카르타 이후 언제나 가장 중요하게 보호되어왔던, 피의자의 인권.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함께 진지하게 분노해야만 할 시점이다.

댓글 6개:

  1. "그래서 하나의 임의적 행위로 보이는 창조는 무신론자들의 운명만큼이나 변함이 없는 규칙들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조물주가 이 규칙 없이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으리라고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리라. 왜냐하면 규칙 없이는 세계가 존속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몽테스키외《법과 정신》中

    아무리 평소 기조가 니힐리즘이라지만 이런 덴 정면으로 할 말을 해야 마땅하겠습니다.
    이번 정권 들어 일어난 숱한 스캔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게 있습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정의'를 위해서는 '개인'은 유보될 수 있다는 무서운 멘탈리티입니다.
    저들이 명문화된 법의 불완전성을 들먹인다면 묻고 싶습니다. 대체 어느 자연법이 '집단' '이념'을 위해 개인을 경시한 적 있습니까?
    그건 중세 시대 언저리에서나 통할 논리입니다. 왕실을 위해 초개처럼 희생하는 걸 충의라 극찬하고, 주인이 노예의 생사여탈권을 쥔 시대에나 저런 우스갯소리가 통했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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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권 좋아하는 현 정권 사람들, 지지자들, 넓은 의미에서의 진보층이 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폭행한' 사건에 대해 침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국가기관이 대놓고 가학수사를 해놓고도 뻔뻔하게 버티는 모습을 저는 철 든 후 처음 보았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그 근간에는 뭔가 논리적으로도 잘못되어 있고 그 지향성도 그릇된 어떤 철학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는 그런 걸 비판하고, 좀 더 올바른 사고의 틀을 제시하는 것이겠지요. 참을 수가 없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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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엄중한 사안이라 생각하는데 인터넷에서 김어준 식으로 음흉하게 낄낄거리는 밈으로나 소비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소위 스스로를 깨시민으로 규정하는 이들의 수준이 대폭 낮아진 이유는 정권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낄낄거리며 정치를 소비하는 것이 쿨하다는 잘 못된 인식이 아주 크게 우리 사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검사장 뿐 아니라 시민 모두 기본 인권을 보장받고 살아가려면 반드시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데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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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87항쟁이 '경찰이 사람 때렸고, 죽어서' 터진 거라면, 이 정권이 이런 식으로 나와서는 안 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경찰에 터무니없이 큰 권한을 몰아주고 있는 것도 정말 위험한 행동이고요. 검찰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경찰에 비해 국민 눈치를 많이 보는 엘리트 집단이라는 점은 분명한데, 윤석열이 자기네 말 안 듣는다는 이유로 이래도 되나 싶습니다. 진지하게 화를 내야 할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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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 정권 및 그 열혈 지지자들은 전형적인 파시스트들입니다. 대중동원 + 무오류의 지도자 + 극단적 민족주의 + 특정집단 차별 + 유사학문 숭배 + 반대의견 탄압 + 노골적 폭력 등등 파시즘의 요소를 다 갖춘 듯...

    제가 어릴 때부터 반노+반한나라 성향이라 문재인은 처음부터 싫어했지만 추미애가 이토록 사악한 인간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한때 좋아했던 정치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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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피의자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읽기 위해 USIM을 압수수색한 후 그것을 임의의 공기계에 넣고 본인인증을 한다고, 그런 목적으로 한동훈의 USIM을 압수수색했다는데, 정말 나쁜 사람들입니다. 이건 불법 감청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며 영장주의 위반입니다.

      저런 사람들이 테러방지법 어쩌구 하면서 필리버스터를 했고, 저도 거기에 동조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화가 나다 못해 치욕스럽기까지 합니다. 국민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정권은 댓가를 치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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