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나쁜 연애’ 하듯 하는 정치
내 판단·생각 스스로 믿지 못하게 하는 ‘나쁜 연애' 수작
부동산 정책도 공공의대도 정부가 하는 정신 조종 폭력
일상에서도 정치에서도 가스라이팅은 범죄
유명한 심리학 실험.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고백하면 승산이 높아진다. 안정된 곳에 있을 때와 달리 불안감으로 인해 가슴이 뛰고, 그 가슴 뛰는 것을 상대에 대한 호감으로 혼동하기 때문이다. 옛날에 나온 청춘 연애물에는 남자 주인공이 친구들에게 깡패나 치한 흉내를 내게 한 후 자신이 그 악당을 쫓아내는 용사인 척 하다가 들켜 망신당하는 전개도 곧잘 등장했다. 불안하면 ‘내 편’을 찾고 쉽게 호감을 느끼며 의지하게 된다는 계산의 반영인 셈이다.
하지만 그딴 수작은 연애 시장에서 퇴출당한 지 오래다. 상대방을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몰아가고,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며, 더 큰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상대를 놀라게 하고 달래주는 것, 병 주고 약 주는 짓은 더 이상 연애의 기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정신 조종 폭력 행위인 것이다.
가스라이팅은 미국의 심리치료사 로빈 스턴이 연극 ‘가스등‘에서 영감을 받아 정착시킨 표현이다. 잉그리드 버그먼 주연의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한 그 작품에서, 남편은 아내가 스스로의 판단을 믿지 못하도록 하여 정신적인 궁지로 몰아간다. 아내는 남편에게 의존하면서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 용어 자체는 이렇듯 학대당하는 여성에 대한 상담에서 비롯했지만, 가스라이팅의 범위는 남녀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친구 사이의 따돌림, 직장이나 군대 등에서 벌어지는 괴롭힘 등에서도 가스라이팅은 다양한 방식으로 관찰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가스라이팅을 할 수도 있다. 스물세 번인지 몇 번인지 수도 없이 갈아엎는 문재인표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 정책 내놓았다가 분위기 안 좋으면 손바닥처럼 뒤집고, 특례에 예외에 유예 조치 따위를 허둥지둥 꺼내 든다. 이제는 공인중개사나 회계사도 뭐가 어떻게 되는지 한 번에 파악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국민은 처음에 문재인 정권에 호의적이었다. 그저 서툴러서 그렇거니 이해해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많은 장관이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가는 와중에도 김현미 장관만은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보며 사람들은 뒤늦게나마 분위기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 불안과 혼돈은 문재인 정권의 선의가 낳은 부작용이 아닐 수도 있구나. 국민이 부동산과 관련해 불안과 혼돈에 빠지는 것이야말로 저들의 ‘선의’ 그 자체일 수도 있겠구나.
부동산 ‘패닉 바잉‘이 시작되고, 특히 30대 젊은이들이 ‘영끌’하여 집을 사기 시작한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시장을 믿어서가 아니다. 문재인을 믿지 못해서다. 집값이 안정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신뢰가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 요동칠지 알 수 없다는 불신이, 국민의 발걸음을 부동산으로 향하게 만들고 있다.
패닉 바잉에 나선 젊은 실수요자들을 향해 ‘다주택자 매물을 영끌해서 받아준다니 안타깝다’고 비아냥댄 김현미 장관의 발언도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가스라이팅의 교과서적 행동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모든 고위 인사를 모범으로 삼는다면 지금이라도 서울, 그것도 강남의 아파트를 사야 한다. 그걸 따라 하는 청년들에게 국토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빈정거리고 비웃는다. 졸지에 수억원의 빚을 진 30대로서는 가슴이 철렁할 것이다.
그게 바로 가스라이팅의 효과다. 내 판단과 생각을 스스로 믿지 못하게 하는 것. 내 인생의 결정권을 남에게 넘긴 채 그저 복종하는 존재로 전락하는 것. 가재 붕어 게로 개천에 주저앉아, 저 위에서 선량한 손길로 나를 구원해줄 누군가를 맥없이 기다리게 길들이는 것.
부동산 정책뿐일까? 정부는 코로나 2차 유행이라는 공포 속에서 공공의대라는 명분을 내걸고 ‘음서의대’를 만들어 시민단체 추천으로 의사 면허를 주겠다고 했다. 의사들은 코로나부터 잡자는데, 정부는 ‘전면 철회’라는 말을 절대 안 한다. 방역을 정치화하고 국민 건강을 해치는 쪽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다. 하지만 판을 쥐고 흔들 수 있는 힘은 정부에 있다. 국민과 의사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겠다고 덤벼들고 있는 중이다.
지금 누군가가 ‘나쁜 연애’ 하듯이 정치를 하고 있다. 소위 ‘문빠’들은 악당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주는 ‘문프’가 멋져보인다고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상의 영역에서도, 정치적 차원에서도, 가스라이팅은 범죄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 가스라이팅을 중단하라.
원문 링크: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0/09/02/XQP3MTNQNBG5XDPGNUCGK3HA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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