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7

트럼프가 보수 유튜버에게 ‘백마 탄 초인’인 까닭

 [노정태의 뷰파인더⑰] 불량식품 팔아 펼치는 정치 사기극

●특종! 낸시 펠로시 긴급체포
●음모론 신봉자가 만든 ‘대안현실’
●강용석·공병호 등 ‘공인’의 활약?
4·15 총선 부정론과 美 대선 부정론
●보수의 승리 무관심한 ‘보수 유튜버’


뷰파인더는 1983년생 필자가 진영 논리와 묵은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써 내려가는 ‘시대 진단서’입니다.

미국 하원이 1월 12일(현지 시간)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배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텍사스주 알라모의 국경장벽 인근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 근처의 계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알라모=AP 뉴시스]
특종! 낸시 펠로시 미 연방 하원의장이 긴급 체포됐다. 국가반역죄 혐의. 지금까지 잘도 법과 정의의 칼날을 피해간 펠로시도 심판을 받아야 할 때가 됐다. 

또 특종! CIA(중앙정보국) 국장 지나 해스펠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체포됐다. 미국 대통령 선거 조작에 연루된 ‘도미니언’의 서버를 압수할 때 현장에 있던 해스펠은 사실 선거 조작에 개입한 흑막 ‘딥 스테이트’(Deep State)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딥 스테이트’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는 미군들이 지나 헤스펠을 체포했다. 현재 미국의 모처에서 심문하고 있다. 곧 부정투표의 전말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특종! 바티칸에서 교황이 체포됐다. 낸시 펠로시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증거에 고구마 줄기처럼 엮였다. 미국 민주당 뿐 아니라 로마 교황청까지 얽혀 있는 소아성애자들의 네트워크가 탄로난 것이다. 소아 성범죄, 마약, 인신매매 등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추잡한 범죄를 저지른 그들은 곧 감옥으로 가게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어디 있을까. 언론에 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일설에 따르면 그는 텍사스에 마련돼 있는 지하 벙커에 피신한 상태다. 사방에서 본인을 공격하는 ‘딥 스테이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곧 반격이 시작된다. 1월 20일, 조 바이든 가짜 당선자가 취임하기 전, 트럼프는 텍사스에서 군대를 일으켜 워싱턴 DC로 진격할 예정이다.

음모론, 탐닉하거나 유포하거나
이 지점에서 독자 여러분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뉠 것이다. ‘신동아’를 꾸준히 읽어 오신 독자라면 대체로 ‘에이, 저런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는 대체 뭐야’라며 일축할 듯하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저런 온갖 미국 대선 음모론을 진심으로 믿는 분들도 있다. 아마 이 글에도 미국 대선 음모론 신봉자가 키워드 검색이나 기타 방식을 통해 유입될 것이다. 그들은 처음에는 ‘드디어 이 진실이 주류 언론에도 보도 되는구나’라고 좋아했다가, 이 대목에서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아마 악성 댓글을 달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이 칼럼의 도입부에 적어놓은 저 모든 내용은 다 가짜다. 허구이며 픽션(fiction)이고 사실무근 사이버 괴담이다. 낸시 펠로시가 체포됐고 프란체스코 교황이 소아성애자여서 바티칸에서 붙잡혔다니 너무도 밑도 끝도 없는 소리 아닌가. 농담이라고 쳐주기도 민망할 만큼 조악하고 악의적이며 일말의 개연성조차 없는 저질 음모론일 뿐이다. 

음모론 신봉자들에게는 특유의 왕성한 활동력이 있다. 댓글을 달고 게시물을 쓰면서 인터넷 곳곳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한다. 그런데 음모론에 탐닉하거나 유포하는 건 이름 없는 익명의 누리꾼 만이 아니다. 여기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런 음모론 유포자 명단에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과 공병호 전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등 ‘공인’에 해당한다고 할 만한 사람들이 버젓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3일 치러진 미 대선 결과를 두고 같은 달 9일 가로세로연구소는 ‘언론이 감추는 미국 부정선거 ‘우리가 깐다!’’라는 제목의 방송을 내보냈다. 한 시간이 넘는 방송 분량 중 20여분 가량이 미국 대선에 할애됐다. 강용석은 바이든이 얻은 표 중 적법(legal)하지 않은 표가 있을 것이라는, 지난해 연말 무렵 유행했던 흔한 미 대선 음모론을 설파했다. 그리고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바이든의 사진 몇 장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과 비교하며 비웃고 낄낄거리는 시간을 보내며 방송을 마무리 지었다. 해당 영상은 2021년 1월 현재 3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공병호TV’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110일 공개된 ‘미국 대선, 증거 발견 / 게임, 끝났다 / MIT출신 천재 공학자, 시바 박사의 위대한 발견’을 틀어보니 이런 말로 영상을 시작한다. “숫자는 흔적을 남깁니다. 아무리 감쪽같이 숨기려 하더라도 조작은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숫자에 고스란히 담기게 됩니다.” 무슨 말일까. ‘미국 대선이 전자개표기 등을 통해 조작됐는데, 그것을 MIT(매사추세츠공대) 출신 천재인 시바 박사가 밝혀냈다’는 것이다. 현재 조회 수 43만회를 기록하고 있는 히트 영상이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법한 유명인들이 하는 방송이기에 이 정도로 ‘수위’를 조절하고 있을 뿐, 일부 보수 유튜버들의 세계는 한층 더 심각하다. 수만, 수십만의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버의 입에서 이 글을 처음 시작할 때 이야기했던 해괴망측한 소리를 듣는 일이 결코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런 황당한 소리가 댓글에 댓글을 타고 인터넷으로 퍼져나간다. 결국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과는 전혀 다른, 현실과 아무 상관이 없는, ‘대안현실’ 속에 살게 되는 것이다.

‘히틀러가 아직도 살아있다’
1월 6일(현지 시간) 미국 상·하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확정하기 위한 합동회의를 개최하자 친(親) 트럼프 시위대 수천 명이 성조기를 들고 국회의사당으로 몰려가 의회를 점거했다. 일부는 맨손으로 의회 건물 외벽을 기어올라 난입을 시도했다. [워싱턴=AFP·AP 뉴시스]
음모론 신봉자들의 ‘대안현실’은 심지어 미 의회 의사당 폭력 난입 사건이 벌어진 후에도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지난 1월 6일, 백악관 앞에 모였던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고무되어 의회까지 행진한 후 창문을 깨고 난입했다. 그 결과 시위대 4명이 죽고 경찰관 한 명도 중상을 입어 결국 사망했다.
 
현장에 난입한 시위대는 워낙 스스로 증거를 많이 남겨놓았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하고 ‘셀카’를 찍어 사방팔방에 올렸다. 이에 미 경찰과 언론은 최근 며칠간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들의 정체를 상당수 파악할 수 있었다. 펠로시 하원의장 집무실에 들어가 책상 위에 발을 얹고 사진을 찍은 사람은 리처드 바넷. 아칸소주 출신 총기 단체 회원이다. 웃옷을 벗고 털목도리와 모자를 쓴 사진으로 유명해진 이는 제이크 앤젤리. 극우 성향 음모론 단체 큐어논(QAnon)의 신봉자로 스스로를 ‘큐어논 샤먼’이라 부르기도 했던 열성분자다. 그 외에도 대부분 비슷하다. 음모론을 신봉하는 백인 극단주의자들이다. 

하지만 ‘대안현실’에 빠져 있는 한국인들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위대를 두고 ‘저놈들은 블랙라이브즈매터(BLM) 운동의 배후에 있는 극좌 테러 조직 안티파(Anti-fa)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도저히 설득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본인들이 지지하던 시위가 극단적인 폭력 사태로 치닫자 ‘저들은 우리 편이 아니라 적이 심어놓은 프락치’라고 우기기까지 하는데 대체 무슨 합리적인 대화와 설득이 가능하겠는가. 

이것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즐겨 인용하는 히틀러와 관련한 유명한 독일 농담을 연상케 한다. 독일, 네오나치 집단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히틀러가 남긴 친필 편지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네오나치들은 환호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편지는 최근 작성된 것이었다. 그러자 네오나치들은 더욱 크게 환호한다. ‘만세, 총통께서 살아계신다!’ 

시대착오적인 네오나치에게 히틀러의 친필 편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그 편지가 히틀러 사후에 작성된 가짜라고 해도 그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광신도들은 그 가짜 증거를 토대로 ‘히틀러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새로운 신앙 체계를 세워버리기 때문이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 집단과는 합리적 대화가 불가능하다.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을 정해놓은 후, 자의적으로 편집한 정보만을 받아들여 확증편향을 키워나간다. 최근 발전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유튜브 등의 추천 알고리즘으로 인해 그러한 확증편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내가 보고 ‘좋아요’를 누른 것과 비슷한 것만 자꾸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똘똘 뭉친 미 대선 음모론자들을 두고 ‘대깨문’이 아닌 ‘대깨트’라 부르기도 한다. 문재인의 ‘문’을 트럼프의 ‘트’로 바꾸어, 맹목적 신앙의 대상이 문재인이 아닌 트럼프일 뿐 하는 행동은 비슷하다는 비난을 담는 표현이다.

트럼프는 눈 뜨고 코 베인 허수아비?
2020년 5월 28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4·15 총선 부정선거 주장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사전투표 및 개표 공개 시연을 하고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영화 ‘미쓰 홍당무’의 명대사를 떠올려보자. 사람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다. 보수 진영의 일각에서 이토록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로 눈에 띄게 보인다면, 그 이유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마땅하다. 즉, 이 글은 미 대선 음모론에 빠져 있는 대중을 비난하거나 조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특히 보수 진영이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주제다. 

한국의 보수 진영 일각에서 트럼프를 일종의 기복신앙의 대상으로 삼게 된 이유가 있다. 4·15 총선 부정선거 음모론 때문이다. 그들은 원래 이겼던 총선을 선관위의 농간과 중국산 전자투표기와 기타 등등 다양한 음모로 인해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그 전모를 밝히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건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뿐이라고 믿는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 그들을 구원해줄 메시아를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통령제 국가다. 게다가 지방자치의 전통이 깊게 뿌리박혀 있다. 우편투표라는 200년 넘은 부재자 투표 방식이 존재하며, 각 주 심지어 각 카운티마다 개표 방식이 다르다. 또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체로 사전투표에 해당하는 우편투표를 선호하는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반대로 현장투표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하여 미국 대선 당일, ‘K-트럼프 지지자’들의 행복회로는 과열을 넘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현장투표가 먼저 개표되면서 트럼프가 우세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구원자, 메시아, 초인 트럼프는 기어이 부활하여 일단 미국 민주당을 심판하고, 그 다음에는 한국 더불어민주당에 피의 불벼락을 내려칠 터였다. 

물론 그것은 현실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다. 필자가 지난 ‘뷰파인더’ 칼럼(‘느려터진 美대선 개표야말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에서 지적한 것처럼, 미국의 선거 개표는 각 지역의 커뮤니티에서 관할한다. 부정선거가 벌어졌다는 말은 그 모든 풀뿌리 커뮤니티를 미국 민주당이 죄다 장악했다는 말과 같다. 그렇지 않다. 미국의 민주주의는(적어도 투표라는 절차는) 정상 작동했다. 다만 그 정상적인 절차가 원래 느렸는데 선거에서 진 트럼프가 패배 승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느린지 비로소 눈에 보였을 뿐이다. 

트럼프는 졌다. 역대 최다 득표인 7300만 표 이상을 얻었지만 소용없었다. ‘트럼프는 안 된다’는 민심이 무려 8000만 표 이상 조 바이든에게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모든 선거가 그렇지만 패배의 원인은 결국 후보에게 있다. 후보가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마저도 하지 않은 채, 극단적인 지지층을 계속 부추기다가, 불장난이 너무 크게 번져 결국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참사를 빚어내고 말았다. 그러고도 지금까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자존심만을 지키기 위해 버티는 중이다. 

백번 양보해서 트럼프가 부정선거의 희생자라고 해보자. 현직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 부정선거에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가정해보자는 말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선거에서조차 눈 뜨고 코 베일만큼 무능한 허수아비일 것이다. 그런 트럼프가 어떻게 한국의 부정선거를 바로잡아줄 수 있단 말인가?

쏟아지는 ‘슈퍼챗’(Super chat)
미국 대선 부정 선거론자들은 답답하다. 원하는 답을 시원하게 듣고 싶지만, 주류 언론을 통해서는 도저히 들을 수가 없다. 이유는 명백하다.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4·15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믿고 싶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 혹은 정당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달콤한 거짓말을 해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으려니 자꾸 허구에 의존하게 된다. 카드빚을 돌려막듯, 구명보트를 타고 표류하는 선원이 바닷물을 들이키듯, 잘못된 악순환의 길로 빠져들게 된다. 이것은 그 사람들 개개인 뿐 아니라, 그들을 잠재적 우호 세력으로 여기는 보수 정치, 더 나아가 한국 정치 전체의 비극이다. 

더 나쁜 건 그런 심리 상태를 이용해 장사를 하려 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소위 ‘보수 유튜버’들의 상당수가 그렇다. 일부는 진심으로 미국 대선 부정선거론을 믿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짐작컨대 대다수는 속으로 딴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원고를 쓰기 위해 조회 수가 높은 몇 개의 영상을 체크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보수 유튜버’는 보수의 승리에 관심이 없다. 구독자들이 점점 더 극단적이고 허무맹랑한 소리에 빨려들게 몰아간다. 사회 전체를 향한 설득력을 잃고 정치적으로 고립되도록 만든다. 하지만 상관없다. 오히려 더 좋아한다. 그렇게 고립돼 있어야, ‘주류 언론은 우리가 아는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믿어야, 자신들에게 ‘슈퍼챗’(Super chat·실시간 후원금)을 쏘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거짓을 팔아 돈벌이를 하겠다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없는 셈이다. 

트럼프의 행보 역시 ‘보수 유튜버’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그는 공화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고 중도층을 포섭해 장기적인 승리의 발판을 다지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지지층을 극단적으로 몰아갔다. 그 결과 중도층의 민심이 대거 이탈했다. 결국 공화당은 조지아 주의 상원 의석 두 개도 빼앗겨 대통령과 상·하원을 모두 잃고 말았다. 트럼프는 미국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리고 공화당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말았다.

불량식품 장수
사기꾼 잡는 검사 출신 국회의원 김웅은 ‘검사내전’에서 사기라는 범죄의 특성에 대해 설명한다. 물론 사기꾼은 나쁘다. 하지만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사기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 역시 ‘결백’하지는 않다. 본인의 욕심 때문에 스스로를 속이고, 그렇게 사기 피해자가 된 사례를 숱하게 접하며 얻은 결론이었다. 

이는 정치적 사기극, 즉 음모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4·15 총선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억울한 마음이 모여 음모론으로 향했다. 그 음모론을 지탱하기 위해 더 큰 음모론에 몰두한다. 그러니 불량식품 장수 같은 사람들이 기승을 부린다. 가짜 뉴스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결국 소비자들이 먼저 각성하는 방법밖에 없다.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밀레니얼 선언’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


노정태 철학에세이스트 basil8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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