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선 당시의 일. 홍준표 후보의 자서전에서 '돼지발정제' 운운했던 대목의 논란이 커지자, 다른 후보들이 일제히 비난했다.
그 중 가장 수위가 셌던 사람은 안철수. '나는 홍준표 후보와 대화하지 않겠소'라고 TV 토론에서 선언했다.
수세에 몰려 있던 홍준표는 안철수의 그런 대응에서 활로를 찾았다. '안 후보님? 정말 나랑 이야기 안 할 거에요? 응?' 이러면서 어린아이 놀리듯 가지고 놀았고, 오히려 안철수가 외통수에 몰렸다.
여성가족부를 대하는 인수위의 모습을 보며 문득 그 무렵 생각이 든다.
여성가족부는 신뢰를 잃었다. '피해호소인' 운운하는 모습을 보며 등을 돌린 여성들도 많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진행하던 사업 중에는 여성들에게 필수적인 것이 많다. '여성부'가 아닌 '가족부'로서 집행하던 예산도 상당하다.
그런 것들을 합리적으로 재구성, 재편성해야 한다. 또 어제 오늘 거론되고 있는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예산 등 석연찮은 대목을 확인하고 교정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당연히 인수위 테이블에는 여성가족부 자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가족부를 해체하기 위해서라도 여성가족부를 불러야 하지 않나?
'여성가족부 해체'라고 썼으니 인수위 단계에서 아예 포함도 안 시킨다! 이런 태도가, '나는 홍준표 너님과는 토론 안해!' 해버리던 2017년 안철수의 미숙한 태도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볼 일이다.
지난번에도 말했듯 이런 태도를 취하면 대외적으로 '안티페미 행정부'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게 될까? '석유 대신 반도체가 나오는 사우디' 정도로 취급당할 것이다. 나라망신이다.
윤석열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그 외 관계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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