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9

희망돼지의 실패

참여정부가 초기의, 지금 생각해보면 사소한 삽질을 하고 있을 당시, 정상적인 기억력을 지니고 있던 소수의 노무현 지지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곤 했다. "뭐야? 노무현 우리가 준 희망돼지로 대통령 되었잖아, 그럼 우리가 고용한 거잖아. 그러니까 고분고분 우리 말 들어야 하는 거 아냐?" 이제 임기를 3개월 남짓 남겨놓은 상황에서 그 모든 의문들은 나노 단위로 쪼개져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의 '관리 대상'이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 아닌가.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돈을 돼지저금통에 담아서 주는 게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돼지를 그저 잡아먹었을 뿐, '국민'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혼내주겠다는 의사표시로 이해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는 시장이라고 쓰고 삼성이라고 읽는 그 무언가를 제외하면 아무 것도 겁내지 않는 사나이이기 때문에, 애초에 노란색 돼지모양 플라스틱 저금통에 백원 십원 오백원 천원짜리 꼬깃꼬깃 모아서 줘봐야 별무소용이었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에게 '이 돈 받고 대통령 된 다음 엉뚱한 정책 시행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노란색 돼지 모양 저금통이 아니라, 하늘색 이건희 대통령, 아니 회장 모양의 저금통을 보냈어야 하지 않을까. 지지율 10%대의 신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희망' 타령을 보면 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은 그래서이다. 그들은 그 결과가 바로 현재 구현되고 있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기는 커녕, 그것을 다시 한 번 고스란히 답습하면 보다 나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섯불리 희망이 어쩌고 민생이 어쩌고 논하기 전에, 5년 전의 희망돼지가 어떻게 도축되었는지에 대해 잠시나마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는 쪽을 권하고 싶다.

입동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최근 이 블로그를 통해 아기고양이를 주워왔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가을이와 함께 살아야 하므로 계속 사이가 좋지 않은 채로 지속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분양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런데 녀석과 가을이의 관계가, 아주 훌륭하지는 않지만 썩 나쁘지는 않은 정도로 진전되었고, 이래저래 정도 들고 해서, 그냥 내가 기르기로 했습니다. 잠시나마 설레였던 방문자분들께서는 서운하시겠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마음을 달래주셨으면 합니다.

장시간의 회의 끝에 녀석의 이름은 '입동'으로 정해졌습니다. 가을이를 데려올 당시 아름다운 가을 오후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 탓에 그 녀석이 가을이라고 불리게 되었듯이, 이 업둥이를 업어오던 때는 입동이 지나고 가을과 겨울을 가르는 빗방울이 떨어지던 시점이어서, 이렇듯 천시를 고려한 끝에 붙인 이름이니 다들 순순히 납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래는 겨울이라고 부를까 했지만 고양이들의 입장에서는 '가을'이라는 단어와 전혀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입동으로 갔습니다.

사진이나 육아일기 등 방문자들을 즐겁게 할만한 자료는 추후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나마 이 일에 관심을 가져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07-11-18

Visiting the Library in a Strange City

Visiting the Library in a Strange City


by Franz Wright


The words reappear, slowly
developing
on a vast unknown
but precise number of pages

as I enter: the great building
empty of visitors
except for me, reading
the minds of the dead—

moving with exaggerated
and slow-motion care,
as when assigned to lead
the blind kid to his classroom

forty years ago,
down rows
between dusty volumes, a light
snow beginning.

2007-11-15

새끼고양이를 주웠습니다

새끼고양이를 주웠습니다. 나이는 2~3개월 가량 되어보이고, 암컷이며, 검은색 흰색 혼합입니다. 사진을 핸드폰에서 꺼내기에는 다소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가을이같은 미묘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분위기 있게 생겼습니다. 성격이 아주 대범해서, 가을이가 잔뜩 경계하고 하악거리는데도 전혀 굴하지 않고 주는 밥 잘 먹고 이불 위에서 잡니다. 제가 데리고 오는 동안에도 단 한 번도 겁내거나 앙탈부리지 않았고요. 마치 만화 [아기와 나]의 검은 머리 아기, 이름이 뭐더라, 아무튼 그 애 같군요.

당장 식구로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만약 가을이가 계속 불안해하고 하악질을 한다면 저는 이 새끼고양이를 다른 분께 분양할 생각입니다. 고양이를 기르는 일에 관심이 있는 방문자께서는 이후 올라올 경과 보고를 주의 깊게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2007-11-14

철학을 공부하는 남학생들에게

--한 가지 금언.

자신의 성욕을 인간 보편의 욕망으로 치환하여 드러내지 말라. 그것은 잘생긴 프랑스 철학자들에게만 허용된 특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