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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냄새 | 이충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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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 | 전봉관 | |
스나크 사냥 | 미야베 미유키 | |
니체, 프로이트, 맑스 이후 | 김상환 | |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 우석훈 | |
성스러운 테러 | 테리 이글턴 | |
우리 까페나 할까? | 김영혁, 김의식, 임태병, 장민호 | |
5대에 이어진 철 이야기 | 토마스 로터 | |
진단명: 사이코패스 -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이상인격자 | 로버트 D. 헤어 | |
한국의 연쇄살인: 희대의 살인마에 대한 범죄수사와 심리분석 | 표창원 | |
화차 | 미야베 미유키 | |
날짜가 적혀 있는 것은 작년과 같이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구입하여 읽은 책들이다. 독서 목록이므로 순수한 도서만을 범주에 포함시켰고, 따라서 잡지나 신문 기사, 성서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사서 읽은 책이 전부 포함되어 있는지 다소 의심스럽지만, 아무튼 총 72권이며 두 번 읽은 책은 목록에서 제외하였는데, 그러한 원칙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설명하겠다.
확실히 작년에 비해 목록의 길이가 짧아졌다. 그 이유는 대략 4월 무렵부터 페이퍼하우스에 출근하며 이런저런 업무를 전전하였기 때문이다. 학교와 회사를 오가다보니 책을 빌리고 읽을 시간적 여유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그만큼 버는 돈을 책 사는 일에 더욱 할당했어야 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허락한 자료구입비의 상당 부분을, 작년 말까지 대체로 잡지 구입을 위해 썼다. 매주 토요일마다 교보문고로 달려가 《The Economist》를 구입한 후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읽는 것이, 외무고시 수험생으로서 확고한 자각을 지니고 있던 시절 내가 누리던 허영이며 호사였다.
하지만 잡지는, 내가 잡지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긴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발생하는 정보값의 손실이 상당히 큰 매체이다. 평범한 언어로 말하자면 철 지난 잡지는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닐 뿐 그걸 다시 꼼꼼하게 읽고 어쩌고 하는 건 그리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차라리 한 주에 책 한 권을 사는 습관을 들였어야 한다. 이건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겠다. 말 꺼내놓고 보니 대단히 그럴싸하게 느껴지는데, 현재 예산 구조를 확인해본 후 새해 목표에 넣을지 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이다(대뜸 '하겠다'고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서 얻는 할인 효과가 은근히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이 2만원을 넘는 물건이라면 더더욱).
책을 사지 않았다는 것은 그것들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는 말과도 같다. 지금까지는 그러한 방식으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학부를 졸업하게 된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비록 지금 당장이야 대학원에 진학함으로써 '대학 도서관'을 또 하나 옆구리에 끼고 있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마저도 졸업하고 나면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을 전부 적어놓지 않는 한 내 머리 속에는 그저 '책에 대한 추억'만이 남아있게 된다. 대학교 저학년 시절 읽었던 책들이 다 그런 식이다. 흥미롭게 바라보았던, 강렬한 인상을 남긴 팩트들은 대체로 기억에 남았지만, 그 책에서 정말 곱씹어야 할 부분들은 내 머리 속에서 지워진지 오래다. '나 그거 읽었소'라고 자랑할 때가 아니면 쓸모가 없다. 올해 도서구입비의 절반은 한 번도 안 읽은 책에, 나머지 절반은 이미 읽었지만 가지고 있지 않은 책을 구입하는 데에 쓰겠다.
표의 끄트머리에 달려있는, 날짜가 적혀있지 않은 책들이 바로 사서 읽은 것들이다. 아니, 다른 사람에게 빌려 읽은 것들이 적지 않으니, 도서관에서 대출받지 않은 것들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저것들 중 일부는 언제 읽었는지 그 날짜를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지만, 나는 그 일을 사적인 차원에서 하고 싶으므로 여기서는 그냥 떠오르는 대로 적은 그것을 그대로 첨부한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가령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와 《88만원 세대》는 우석훈의 다른 책을 뭉터기로 보던 시절에 읽은 것이다. 그 밖에도 이것저것이 있지만 그건 개별적인 맥락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2007년의 책은 누가 뭐라고 해도 《88만원 세대》였다. 그 책은 지금껏 문제작이었으며 앞으로 적어도 5년간은 문제작일 수밖에 없다. 목록을 다시 확인하다보니 도서관에서 빌려읽기도 했다는 사실이, 즉 중복기재되어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그것을 굳이 정정하지는 않기로 한다. 이미 읽은 책을 번역하는데 예산의 반을 할당하겠다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올해부터는 두 번 이상 반복해서 읽은 경우라도 독서 리스트에 포함시킬 계획이기 때문이다(그러고보니 가지고 있는 책의 목록과 책을 읽은 기록 자체는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군). 영화를 사랑하는 세 단계에 대한 트뤼포의 말은 무엇보다 책에 대해 적용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아무튼, 매우 늦었지만, 이렇게 2007년의 독서 목록을 결산한다.
추가) 누락된 책 세 권을 목록에 추가한다. 특히 이글턴의 《성스러운 테러》를 아주 인상적으로 읽었다. 이택광 선배에 따르면 이글턴은 퇴임한 후 한 달에 한 권 꼴로 책을 내고 있다고 한다. 노동의 의무로부터 해방된 마르크스주의자가 이루어낼 지적 성취를 기대하게 된다.
추가2) 또 누락된 책 세 권이 있었다. 《진단명: 사이코패스》를 다시 꺼내서 만져봤는데, '윤리적 절대 자유'가 낳는 귀결은 결국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한다. 그들은 모든 규율로부터 '탈주'한다. 소유하기 위해 훔치는 도둑은 바로 그 훔치는 행위를 통해 다이아몬드에 경외심을 표하는 것이라고 체스터튼이 말했다. 사이코패스들에게는 그러한,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이 없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천성적으로, 니체가 말하는 '약탈하는 군인들'처럼 살아갈 뿐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자세한 이야기를 더 할 수도 있다.
《화차》의 결말은 말 그대로 '쩐다'. 영화 판권이 팔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그 소설의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일본 대중문학에서 애용하는 '한 줄로 평가하기'가 싫어서 몸서리를 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링에 빠져들어 끝까지 읽게 되었다. 하층민인 주인공이 아버지의 이름을 사망자 명단에서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대까지 사랑으로 버텨오던 부잣집 도련님은 이별을 통보하고 만다. 잠시 딴소리를 하자면, 일본을 중산층만으로 이루어진 사회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것들을 종합하여 볼 때 부당한 일인 것 같다. 아무튼 나는 2007년에 두 권의 미야베 미유키 소설을 읽었는데, 인물에 대한 화자의 '한 줄 평가'가 드물거나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는 《스나크 사냥》이 좋았지만, 스토리텔링과 주제의 흡입력 등에서는 아무래도 《화차》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두 권 모두 한 번쯤 읽어볼만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