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1

새 번역서, <야바위 게임>이 나왔습니다.

번역한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야바위 게임>. 원제는 Rigging the Game입니다. 영어 단어 Rig의 어감을 어떻게 살릴까 하다가 일단 가제를 달았는데, 출판사측에서 저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책의 저자인 마이클 슈월비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입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사회학과 교수로, 가령 앤서니 기든스처럼 학술적인 영역을 넘어 대중에게까지 이름을 떨치고 있는 슈퍼스타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좋은 교수, 훌륭한 선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야바위 게임>은 미국의 10여개 대학에서 불평등과 관련한 사회학 수업의 교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번역을 위해 책을 꼼꼼히 읽어보니 잘 알겠더군요. 오랜 세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갈고 닦아온 방법론과 화법이 촘촘히 배어들어가 있습니다. 사회의 불평등을 학생들에게 단번에 느끼게끔 하기 위해, 10명을 교실 앞으로 불러내어 종이접시를 나눠주는 것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상위 10%가 종이접시 열 개 가운데 일곱 개 이상을 차지해버리는 모습을 눈으로 목격하고 나면 학생들로서는 집중하지 않을 도리가 없겠죠.

이렇게 학생들의 이목을 잡아챈 후, 수업이 좀 지루해진다 싶으면 마이클 슈월비는 간단한 사례나 우화를 만들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곤 했나봅니다. <야바위 게임>도 그렇게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덕분에 학생 뿐 아니라 번역자 역시 틈틈이 쉬어가는 기분을 느끼며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순전히 '재미'로만 읽을 책은 아닙니다. 또한 저는 이 책의 내용에 백퍼센트 동의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불평등은 제도와 차별, 약탈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술의 발전이나 새로운 지식과 가치의 창출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겨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히 갓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을 상대로, 주로 경제 영역에서의 불평등에 대해 읽을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현재로서는 <야바위 게임>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블로그에 소개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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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미세먼지 속에서 에너지 문제를 생각하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은 어두컴컴한 날에 과연 태양광이라고 제대로 돌아갈까?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높은 확률로 바람도 잠잠하게 마련인데, 풍력발전기가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나 있나? 당연히 원자력밖에 답이 없다. 대중들이 진실을 깨달아가자 뻔한 허위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분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

4세대 원전 상용화를 최대한 빨리 이룩하고 최고의 속도로 전 지구에 보급하여, 운송수단에 투입되는 화석연료까지 모두 원자력과 기타 비탄소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100년 후 인류의 미래는 심히 암담할 것이다.

지금까지 통용되는 기존 '환경주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UC 버클리 캠퍼스 같은 곳에서 노닥거리던 히피들이 그 골자를 짠 것이어서,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과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에 둔감하다. 사람이 얼어죽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곳이 바로 그곳이니 말이다. 배부른 놈들이 되는대로 지껄여놓은 한가한 소리들...

어릴 때 미국에서 만들어져 일본 건너온 환경주의 책 보고 여러 면에서 황당했다. '잔디밭에 스프링쿨러로 물을 뿌리지 맙시다', '소다 캔 식스팩을 사면 딸려오는 고리를 잘라서 버립시다' 등, 미국에서나 하는 낭비를 제3세계 한국인더러 하지 말라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헛웃음만 나온다.

한국에서 탈원전합시다 원전 하나 줄여요 웅앵웅 하는 소리에 혹하는 것도 대체로 중산층이거나 그 이상, 내지는 문화적 자산이 충분한 계층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풍요가 그 어떤 경우에도 지켜진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발등 찍는 정책도 듣기에 그럴싸하면 지지한다. 미국의 상위 10%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한다. 집집마다 광활한 잔디밭이 딸려있고 거기에 스프링쿨러로 잔디밭에 물 뿌리는 놈들이 만든 '환경주의'를 21세기에 중국발 미세먼지 퍼마시는 한국인들이 왜 곧이곧대로 따라야 하냐고.

캘리포니아 사는 여러분은 모하비 사막을 태양광으로 싹 덮던 말던 알아서 하시고, 여기는 원전 깔아야 한다. 그래야 가난한 노인들이 얼어죽지 않고, 어린 아이들이 나이 들어서도 견딜만한 기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2018-12-31

독서 목록(2018)

  1. 20180103 - 애거서 크리스티, 원은주 옮김, 『다섯 마리 아기 돼지』(서울: 황금가지, 2007),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2.
  2. 20180106 - 앨리슨 벡델, 이현 옮김, 『펀 홈 - 가족 희비극』(경기도 고양시: 움직씨, 2017).
  3. 20180113 - 루이스 캐럴, 이소연 옮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서울: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전자책(리디북스).
  4. 20180120 - Sara Wachter-Boettcher, Technically Wrong: Sexist Apps, Biased Algorithms, and Other Threats of Toxic Tech(New York, NY: W.W.Norton &Company, 2017), 전자책(킨들).
  5. 20180125 - 권헌익, 정병호, 『극장국가 북한: 카리스마 권력은 어떻게 세습되는가』(경기도 파주: 창비, 2013).
  6. 20180203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신정환 옮김, 『돈키호테 성찰』(서울: 을유문화사, 2017), 을유문학세계전집 90.
  7. 20180204 - 팸 존슨 베넷, 최세민 옮김, 『고양이처럼 생각하기』(서울: 페티앙북스, 2017)
  8. 20180205 - David Allen, Getting Things Done: The Art of Stress-Free Productivity(New York, NY: Penguin Books, 2003)
  9. 20180211 - 애비게일 터커, 이다희 옮김, 『거실의 사자: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서울: 마티, 2018)
  10. 20180217 - 일연, 리상호 옮김, 강운구 사진,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서울: 까치, 1999)
  11. 20180222 - 로버트 해리스, 조영학 옮김, 『콘클라베: 신의 선택을 받은 자』(서울: 알에이치코리아, 2018)
  12. 20180223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최인수 옮김, 『플로우,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서울: 한울림, 2004)
  13. 20180225 - 데이비드 맥컬레이 글·그림, 김명남 옮김, 박경한 감수, 『놀라운 인체의 원리』(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크레들, 2017)
  14. 20180304 - 박찬수, 『NL 현대사: 강철서신에서 뉴라이트까지』(서울: 인물과사상사, 2017)
  15. 20180306 - 테리 이글턴, 프레드릭 제임슨, 에드워드 W. 사이드, 김준환 옮김, 『민족주의, 식민주의, 문학』(경기도 고양시: 인간사랑, 2011)
  16. 20180310 - 류동민, 『기억의 몽타주』(서울: 한겨레출판, 2013)
  17. 20180310 - 재키 플래밍, 노지양 옮김, 『여자라는 문제』(서울: 책세상, 2017)
  18. 20180312 - 애슐리 반스, 안기순 옮김,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경기도 파주: 김영사, 2015)
  19. 20180315 - 박흥용, 『박흥용 1986~1992』(경기도 파주: 청년사, 2004)
  20. 20180315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1980년대편: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 1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3)
  21. 20180315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1980년대편: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 2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3)
  22. 20180315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1980년대편: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 3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3)
  23. 20180316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 1980년대편: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 4권』(서울: 인물과사상사, 2003)
  24. 20180316 - 김민기, 『소리굿 아구/공장의 불빛』(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25. 20180316 - 정연수, 『탄광촌 풍속 이야기』(서울: 북코리아, 2010)
  26. 20180320 - 스티븐 호킹, 전대호 옮김,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서울: 까치, 2013)
  27. 20180403 - Michale Merzenich, Soft-Wired: How the New Science of Brain Plasticity Can Change Your Life(San Francisco: Parnassus Publishing, 2013)
  28. 20180404 - 아미노 요시히코, 김시덕 옮김, 『고문서 반납 여행』(경기도 파주: 글항아리, 2018)
  29. 20180416 - 엘리자베스 워런, 박산호 옮김, 『싸울 기회』(경기도 파주: 글항아리, 2015)
  30. 20180417 - 엘리자베스 워런,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맞벌이의 함정 - 중산층 가정의 위기와 그 대책』(서울: 필맥, 2004)
  31. 20180417 - 엘리자베스 워런,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맞벌이 부부의 경제학』(서울: 한언, 2006)
  32. 20180421 - 강명관, 『허생의 섬, 연암의 아나키즘』(서울: 휴머니스트, 2017)
  33. 20180425 - 헨릭 입센, 김석만 옮김, 『민중의 적』(경기도 파주: 범우사, 1999)
  34. 20180426 - 이승찬, 『모두의 파이썬』(서울: 길벗, 2016)
  35. 20180427 - 마이클 바젤, 최윤석 옮김, 『공개 정보 수집 기법』(서울: 에이콘출판, 2017)
  36. 20180505 - 댄 쾨펠, 김세진 옮김, 『바나나』(서울: 이마고, 2010)
  37. 20180505 - 안철환, 『호미 한자루 농법』(경기도 파주: 들녘, 2016)
  38. 20180509 - 홍명희, 『임꺽정 2 피장편』(경기도 파주: 사계절, 2008)
  39. 20180509 - 리어 키스, 김희정 옮김, 『채식의 배신』(서울: 부키, 2013)
  40. 20180511 - 마이클 폴란, 이순우 옮김, 『세컨 네이처』(서울: 황소자리, 2009)
  41. 20180512 - 심철흠, 『텃밭 농사 무조건 따라하기』(서울: 길벗, 2017)
  42. 20180512 - 오경아,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경기도 파주: 궁리, 2018)
  43. 20180513 - 이상희, 윤신영, 『인류의 기원』(서울: 사이언스북스, 2015)
  44. 20180519 - 이승주, 『토익보다 부동산』(경기도 파주: 아템포, 2018)
  45. 20180521 - 데즈먼드 모리스, 김동광 옮김, 『피플워칭』(서울: 까치, 2004)
  46. 20180602 - 방광자, 『실내 원예』(서울: 대원사, 1991), 빛깔있는 책들 203-84.
  47. 20180603 - 러네이 엥겔른, 김문주 옮김,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경기도 파주: 웅진지식하우스, 2017), 전자책(리디북스).
  48. 20180605 -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류재화 옮김,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서울: 문예출판사, 2018)
  49. 20160610 - 톰 스탠디지, 박중서 옮김, 『식량의 세계사』(서울: 웅진지식하우스, 2012)
  50. 20180615 - 홍명희, 『임꺽정 3 양반편』(경기도 파주: 사계절, 2008)
  51. 20180616 - 홍명희, 『임꺽정 4 의형제편 1』(경기도 파주: 사계절, 2008)
  52. 20180623 - 보리스 와이즈먼, 주디 그로브스 그림, 박지숙 옮김, 『레비스트로스』(경기도 파주: 김영사, 2008), 하룻밤의 지식여행 44
  53. 20180630 - 프랜시스 후쿠야마, 함규진 옮김, 『정치 질서의 기원』(서울: 웅진지식하우스, 2012)
  54. 20180630 - 필립 소디, 하워드 리드 그림, 정해영 옮김, 『사르트르』(경기도 파주: 김영사, 2008), 하룻밤의 지식여행 45
  55. 20180713 - CIA, 홍희범 옮김, 『실용 총서. 생활 공작』(서울: 워크룸, 2018)
  56. 20180714 - 댄 애리얼리, 제프 크라이슬러, 『부의 감각』(서울: 청림출판, 2018)
  57. 20180715 - 오에 겐자부로, 정수윤 옮김, 『읽는 인간』(경기도 일산: 위즈덤하우스, 2015)
  58. 20180715 - Jordan B. Peterson, 12 Rules for LIfe: An Antidote to Chaos (Toronto: Random House Canada, 2018), 전자책(킨들)
  59. 20180715 - 크레이그 톰슨, 박중서 옮김, 『하비비』(경기도 파주: 미메시스, 2013)
  60. 20180718 - 피터 틸, 블레이크 매스터스, 이지연 옮김, 『제로 투 원』(서울: 한경BP, 2014), 전자책(리디북스)
  61. 20180721 - 곽재식,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경기도 일산: 위즈덤하우스, 2018)
  62. 20180722 - 이소영, 『식물산책』(경기도 파주: 글항아리, 2018)
  63. 20180723 - 박이소, 『박이소, 설치를 위한 드로잉』(서울: 사무소, 2014)
  64. 20180725 - 프랜시스 스토너 손더스, 유광태, 임채원 옮김, 『문화적 냉전: CIA와 지식인들』(서울: 그린비, 2016)
  65. 20180728 - 앨런 무어, 데이브 기븐스 그림, 정지욱 옮김, 『왓치맨 1』(서울: 시공사, 2008)
  66. 20180728 - 앨런 무어, 데이브 기븐스 그림, 정지욱 옮김, 『왓치맨 2』(서울: 시공사, 2008)
  67. 20180729 - 앤디 위너, 김부민 옮김, 『물건의 탄생: 일상 속 물건들의 사소한 역사』(서울: 푸른지식, 2017)
  68. 20180729 - 벤자민 퍼시, 이재경 옮김, 『쓰릴 미: 소설가는 어떻게 독자를 사로잡는가』(서울: 홍시, 2018)
  69. 20180731 - 존슨 너새니얼 펄트, 박광호 옮김, 『대한민국 무력 정치사: 민족주의자와 경찰, 조폭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서울: 현실문화연구, 2016)
  70. 20180803 - Ray Dalio, Principles(New York: Simon & Schuster, 2017), 전자책(킨들)
  71. 20180805 - 마릴린 크리거, 김소희 옮김, 『고양이 클리커 트레이닝: 칭찬으로 문제행동 해결하기』(서울: 페티앙북스, 2016)
  72. 20180805 - 앨런 무어, 케빈 오닐 그림, 『젠틀맨 리그 - 비범한 신사 연맹 Vol. 3: 백 년』(서울: 시공사, 2018)
  73. 20180809 - 우메사오 다다오, 김욱 옮김, 『지적 생산의 기술』(서울: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18)
  74. 20180810 - 샬럿 브론테, 류경희 옮김, 『제인 에어 1』(서울: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전자책(리디북스)
  75. 20180811 - 샬럿 브론테, 류경희 옮김, 『제인 에어 2』(서울: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전자책(리디북스)
  76. 20180812 - 완주숙녀회, 이보현, 안홍준 그림, 『안 부르고 혼자 고침』(서울: 휴머니스트, 2018)
  77. 20180817 - 윌리엄 셰익스피어, 강석주 옮김, 『오셀로』(서울: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전자책(리디북스)
  78. 20180819 - 진 필립스, 강동혁 옮김, 『밤의 동물원』(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8), 가제본.
  79. 20180819 - 래리 고닉, 노승영 옮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국사』(경기도 파주: 궁리, 2018)
  80. 20180820 - 윤동주, 홍장학 엮음, 『정본 윤동주 전집』(서울: 문학과지성사, 2004)
  81. 20180820 - 윌리엄 셰익스피어, 김강 옮김, 『맥베스』(서울: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전자책(리디북스)
  82. 20180822 - 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옮김, 『햄릿』(서울: 민음사, 1998)
  83. 20180823 - 페트르 루드비크, 김유미 옮김, 『미루는 습관을 이기는 작은 책』(서울: 비즈니스북스, 2018), 전자책(리디북스)
  84. 20180824 - 황교익, 『소문난 옛날 맛집』(서울: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85. 20180824 - 황교익, 『허기진 도시의 밭은 식탐』(서울: 따비, 2017)
  86. 20180830 - 조지 R. R. 마틴, 이수현 옮김, 『왕좌의 게임』(서울: 은행나무, 2016), 개정판, 전자책(리디북스)
  87. 20180902 - 에바 가브리엘손, 마리프랑수아즈 콜롱바니, 황가한 옮김, 『밀레니엄 스티그와 나』(서울: 뿔, 2011)
  88. 20180902 - 홍기빈,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서울: 책세상, 2011)
  89. 20180903 - 스티그 라르손, 임호경 옮김, 『밀레니엄 1권: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7)
  90. 20180904 - 스티그 라르손, 임호경 옮김, 『밀레니엄 2권: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7)
  91. 20180904 - 스티그 라르손, 임호경 옮김, 『밀레니엄 3권: 벌집을 발로 찬 소녀』(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7)
  92. 20180905 -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임호경 옮김, 『밀레니엄 4권: 거미줄에 걸린 소녀』(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7)
  93. 20180907 - 엠마뉴엘 시에티, 심은진 옮김, 『쇼트』(서울: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6), 카이에 뒤 시네마 영화이론 2
  94. 20180908 - 벵상 피넬, 심은진 옮김, 『몽타주』(서울: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8), 카이에 뒤 시네마 영화이론 6
  95. 20180908 - 조엘 마니, 김호영 옮김, 『시점』(서울: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7), 카이에 뒤 시네마 영화이론 4
  96. 20180909 - 구스타보 메르카도, 김성호 옮김, 『필름메이커의 눈』(서울: 비즈앤비즈, 2014)
  97. 20180911 - 유발 하라리, 전병근 옮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경기도 파주: 김영사, 2018), 전자책(리디북스)
  98. 20180913 - 앙투안 드 베크, 세르주 투비아나, 한상준 옮김, 『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서울: 을유문화사, 2006)
  99. 20180923 - 에리히 캐스트너, 발터 트리어 그림, 장영은 옮김, 『에밀과 탐정들』(서울: 시공사, 1995)
  100. 20181004 - 에리히 캐스트너, 발터 트리어 그림, 김서정 옮김, 『로테와 루이제』(서울: 시공사, 1995)
  101. 20181008 - 알렉산더 맥켄드릭, 폴 크로닌 엮음, 김윤철 옮김, 『영화 수업』(서울: 북하우스, 2014), 2판, 초판 2012.
  102. 20181028 - 권훤익, 이한중 옮김, 『또 하나의 냉전』(서울: 민음사, 2013)
  103. 20181102 - 팀 와이너, 이경식 옮김, 『잿더미의 유산』(서울: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104. 20181104 - 서보명, 『미국의 묵시록』(경기도 파주: 아카넷, 2017)
  105. 20181108 - 윤김지영,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서울: 은행나무, 2018)
  106. 20181111 - 조지 오웰, 정영목 옮김, 『카탈로니아 찬가』(서울: 민음사, 2001)
  107. 20181204 - 김시덕, 『서울 선언』(경기도 파주: 열린책들, 2018)
  108. 20181216 - W. G. 제발트, 이재영 옮김, 『토성의 고리』(경기도 파주: 창비, 2011)
  109. 20181216 - 사이토 미나코, 김성민 옮김, 『취미는 독서』(서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6)
  110. 20181220 - 장용민, 『건축무한육면각체 1』(경기도 파주: 엘릭시르, 2016)
  111. 20181221 - 장용민, 『건축무한육면각체 2』(경기도 파주: 엘릭시르, 2016)
  112. 20181223 - 이바라기 타모츠, 공순복 옮김, 『나이팅게일 평전』(경기도 파주: 군자출판사, 2016)
  113. 20181227 - 움베르토 에코, 이세욱 옮김, 『제0호』(경기도 파주: 열린책들, 2018)

2018년 한 해 동안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읽은 책의 목록. 참고하기 위해 일부만 본 책은 목록에 넣지 않았다. 읽은 책 가운데 실수로 누락되었거나, 임의로 뺀 책이 있을 수 있다. 100권 이상 읽었지만 상반기 무렵 예상했던 것만큼 읽지는 못했다.

2018-12-23

포방터 돈가스가 '소확행'인가

한국의 언론 종사자들도 분명히 SNS를 할 것이고,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상당히 많이, 열심히들 하고 있을 것인데, 왜 이 현상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는지 의문스럽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여 큰 화제를 불러모은 '돈카 2014' 돈가스집, 일명 '포방터 돈가스'의 인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언론의 소개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2018년 12월 23일 조선일보 기사.

돈가스 하나 먹기 위해 밤을 새우는 일은 남들 보기엔 ‘쓸데없는 짓’ ‘실없는 짓’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그런데 9시간 이상 줄을 서서 돈가스 한 그릇을 먹는 ‘노력의 과잉투자’를 이들은 다 기꺼이 하고 있었다. 트렌트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소확행’을 꼽고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이다. 적어도 어떤 사람들에겐 ‘소확행’이 ‘지구를 지키는 일’ 만큼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돈가스 집 앞의 긴 행렬은 증명하고 있었다.

이 문단에서 스스로 지적하고 있다시피 거기 기다리며 줄을 서는 이들에게 이 돈가스집에서 돈가스를 먹는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그렇다면 '소확행'이라는 말에 현상을 끼워맞추기보다, 왜 이들에게는 돈가스 하나 먹는 게 이토록 중요한 일이 되었는지 이유를 따져 물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원인은 단순하다. SNS에 인증하는 문화가 낳은 현상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처럼 불특정다수에게 전시하는 종류의 SNS를 하지 않더라도, 카카오톡이나 기타 지인들에게 공유하는 SNS를 누구나 다 하는 세상이다. '야, 나 그 유명한 백종원 포방터 돈가스 먹고 왔다'고 한마디 하면서 인증하고 싶은 바로 그 욕망이 이런 고난의 행군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는 말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을 인증하고, 그리하여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절벽이라던가 폭포라던가 하는 곳에서 인증샷을 찍어서 올리려다가 목숨을 잃거나 위험에 빠지는 사람들이 나온다. 또래집단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청소년들은 별별 행동을 다 하고, 어른들 역시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거나 소득수준에 걸맞지 않는 소비를 감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평소에 잘 타지도 못하는 산을 굳이 올라가서 셀카를 찍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넣는 중년들이나, 포방터 돈가스집에 전날 새벽부터 줄을 서서 인증샷을 올리는 청년들이나, 인증의 행복을 찾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의 언론이 사회 현상을 보다 심층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왜 20대 여성은 현 정권을 지지하는가

며칠 전부터 언론에서 '20대 남성이 현 정권에 등을 돌린 이유'를 알아보자고 나서는 모양새다. 가령 중앙일보에 실린 이 기사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물어보아야 할 질문이 있다. 왜 20대 여성은 현 정권을 지지하는가? 갓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젊은이의 취업이 어렵다면 그것은 남녀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이다. 남자들은 '페미니스트 정권'이라는 구호 자체에 실망한 듯한 기색을 보이지만, 여자들은 그 거창한 구호가 한낱 말잔치로 끝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20대 여성은 현 정권을 든든하게 지지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꼰대질'을 더민주가 안 하지는 않지만 자한당 측은 감추려 들지도 않는다는 것. 둘째, 더민주 자한당 양자택일 구도가 유권자에게 사실상 강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셋째, 가장 직접적으로 꼰대질을 당하는 코호트가 노골적인 자한당 꼰대보다는 위선적인 민주꼰대를 지지하는 것.

가령 탁현민 같은 분이 청와대에서 버티는 차원을 넘어 실세로 살아가고 있는 '페미니스트 정권'을 보면 우습다는 생각이 들고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전 정권에서는 윤창중이 여성 인턴을 자기 호텔방에 불렀는데 그때 팬티만 입고 있었는지 팬티도 안 입고 있었는지 등을 놓고 한동안 언론이 시끌시끌했다. 그런 식이다.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절대평가를 하면 현 정권은 합격이 아니지만 정치는 상대평가다.

그래서 현 정권, 청와대, 더민주, 지지자들은 절대 자한당의 숨통을 끊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든 살아날 구석을 뚫어주고 빌미를 마련해준다. 이른바 적대적 공존 구도인 것이다. 20대 여성은 한국 사회의 억압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인구 집단이기에, 이들은 탁현민이 벌이는 온갖 쇼를 보며 혀를 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해한 백색 음모'를 유포하여 여자들을 시집보내자는 소리까지 했던 지난 정권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치 세력에는 차마 표를 주지 못한다.

물론 나는 현 정권의 에너지 정책, 경제 정책, 교육 정책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며, 여성주의의 실천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을 여지가 차고 넘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론조사상 20대 여성들의 지지율 높은 걸 '얼빠들'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건 천박한 여성혐오일 뿐이다. 정치적 지지와 반대는 그런 식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다양한 갈등이 있고, 그 갈등 가운데 무엇이 지배적인 갈등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20대 여성의 지지를 좌우하는 대단히 큰 갈등은, 한국 사회가 '젊은 여자'들을 너무도 쉽게 손가락질하고 재단하며 평가하려 든다는 사실 그 자체다. 유권자 집단으로서의 20대 여성은 그런 면에서, 여성에 대한 비하와 조롱을 일삼던 이들과 한 편에 서는 일은 절대 피하려고 들 것이며, 그것은 어지간한 경제적 유인동기마저도 가볍게 능가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더민주 정권이 경제를 어지간히 말아먹어도, 윤서인이 찍는 정당과 대선후보에 20대 여성들이 투표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대통령 지지율은 경기 따라 좌우되지만 정치적 성향은 훨씬 견고하다. 사람이 밥을 굶으면 죽지만, 예수님의 말마따나 빵만으로 사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대선에 홍준표가 나온다고 했을 때, 20대 여성들이 홍준표를 찍게 하려면, 홍준표가 문자 그대로 이순신급 업적을 쌓아도 절반 정도 넘어올까 말까라고 볼 수 있다. 왜일까? 20대 여성을 계속 멸시하는 자들(윤서인, 일베, 기타등등)과 같은 후보를 찍는다는 것은, 20대 여성의 입장에서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너무 당연한 인간의 심리다.

경상도의 자칭 '진보'들은 김영삼이 경제 다 말아먹은 직후에도 전라도 사람 김대중 찍기 싫어서 조순을 지지한다는 둥, 정동영이 후보 되니까 이명박을 찍지 않나 선거날 낚시 가자고 인증샷 놀이 하지 않나, 그러고 있었다. 그때 그런 선택을 했던 이들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의 호남혐오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심지어 본인들이 당하는 입장인 20대 여성들이, '김치녀' 운운하며 낄낄대는 이들과 같은 후보에 표를 던지고 인증샷을 올릴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20대 여성이니까 만만하게 보고 '계도'하려 들지 말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판단을 복잡하게 하지 않는다. '내가 신뢰하는 이 사람이 신뢰하는 저 사람이 신뢰하는 그 사람을 신뢰'한다. 그러니까 경제 정책이나 탁현민이나 뭐나 뭐나 마음에 안 들어도, 통상적인 20대 여성이 윤서인이랑 같은 후보를 찍을 수는 없다. 신뢰의 사슬이 뚝 끊긴다.

20대 여성 입장에서 볼 때, '정부 하는 꼴은 영 마음에 안 들지만 저 새끼 때문에 야당은 못 찍겠다'에서 '저 새끼'에 해당하는 사람이 자한당 내외에 너무도 많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제3의 세력을 지지하면서 장기간에 걸친 정치적 투자를 할 유인동기나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적대적 공존 구도의 견고한 버팀목이 되고 만다. 고령의 남성들이 그런 매커니즘으로 자한당 찍듯이 젊은 여성들도 저런 이유로 더민주의 열렬한 지지층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 놀랍게도, 여자도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