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진보진영'의 인사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지만원의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론(이하 '영구분단론')의 지지자라는 것은 사실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자신들이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받는다는 것을 정당성의 근거로 삼는 자들이 민주노동당을 점거해버린 상황이다. 게다가 진보진영의 특성상 북한을 떠안겠다는 발언과 내치겠다는 발언은 모두 만만치 않은 부담감을 안겨준다. 등장한지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구분단론'은 여전히 매혹적이다. '아, 몰라 씨바, 그냥 지들끼리 알아서 하게 냅둬!'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정책적인 변화가 이른바 'NL'진영에게 반드시 타격으로 돌아가리라고 가정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만약 지금 당장 영구 분단 체제가 정착된 후, 2년 후 북한의 통치 체계가 무너졌다고 가정해보자. 가까운 시일 내에 남한이 북한에 중국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일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북한이 망하면 그 영토와 인구의 거의 대부분은 중국에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우리가 베이징 올림픽의 전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티벳의 항쟁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중국의 소수민족 지배는 그리 인도적이지 않다.
물론 흔히 말하는 '주사파'의 궁극적인 존립 근거는 북한에 자신들을 받아줄 정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그것만이 '민족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김정일 정권이 몰락함으로써 주사파의 존재 근거가 희박해진다고 해도 민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국경 너머에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청이, 극우파와 '민족주의자'들에게서 공히 울려퍼지는 상황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가정해볼 수 있다. 혹은 그 반대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이들이 북한에서 발생하는 현실을 외면하려 들고, 그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는 경우도 상상해볼 수 있다. 탈북자들을 일차적으로 받아주는 완충제 역할을 현재는 중국이 하고 있었으나, 중국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북한에서 탈출하는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이 외에도 가능한 문제의 조합은 끝이 없다.
'영구분단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일종의 이론적 도피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이들은 그 누구라도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그가 한반도의 이남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하필이면 좌파 정당의 지지자일 경우, 자신들이 진보적이라고 착각하는 모종의 종교 집단의 구성원과 맞닥뜨리거나, 그들이 벌이는 해악을 목도하거나, 그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데, 물론 넌더리가 난다. 하지만 남북문제는 오직 남한과 북한과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 자체가 한국이 처해있는 국제 정세 중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영구분단론' 처럼 대책 없는 대외정책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나는 지금 당장 중국이 북한을 넘어 남한까지 통합하려 들 것이라거나, 그럴 수 있다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북한이 망하면서 중국에 편입된다면 지금처럼 속 편하게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 같은 말을 할 수 있었던 시점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이 선거를 앞두고 무력시위를 펼친 지금, 진보신당의 논평이 어떻게 나올지 나름대로 귀추가 주목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이다. 진보진영에는,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이러한 사태에 대처할 수 있을만한 이론적인 기반이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 북한의 무력 시위는 한반도 평화에 위협이 된다. 그것은 정권을 유지하고픈 북한의 통치자들과 한국의 극우파 등에게만 이득이 되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와 같은 상황을 나열하고 원론적인 차원에서 비판하는 것 이상의 정당 논평은 사실상 무의미하고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 지점에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그러한 논평의 이론적 근거가 '영구분단론'이어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90년대가 아니다. 2008년에도 '영구분단론'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지적인 나태와 정서적인 미성숙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한윤형하고 또 한 판 하는거? 그럼 난 심판봐야쥐~~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