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28

멍청하면 안전하다

멍청하면 안전하다


걱정 마라
당신은 위험하지 않다
당신은 매우 안전하다
멍청하니까

이것은 만고의 진리다
멍청하면 안전하다
그들에게 당신은
놓아 기르는 호주산 청정육이다
안심하고 축제나 즐겨라

멍청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고 있지 않아도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아도
그들에겐 당신이 위험하고
당신에게도 그들이 위험하다

하지만 안심하시라
멍청하면 안전하니까
모래톱에 머리를 처박은
타조새끼마냥
당신은 안전할 수밖에 없으니까.


(08. 08. 28)

댓글 8개:

  1.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가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 독일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의 시

    얼마 전 한 KBS PD가 인용한 시였죠. (시사in)

    인터넷으로 내일 신문을 보다가 문득 경향 발 "지금까지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온 프로그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이병순 KBS 신임사장의 말을 읽었습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프로그램은 변해야 한다는 매우 바람직한 언론 철학을 가지신 분이 케이블 TV나 좀 평정하시지, 잘 하고 있는 KBS(뭐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미디어 포커스 제일 재밌는데 ;; 지식채널 e2 만든 것도 모자라서 ㅡ,,ㅡ)에 와서 왜 난리이신가 생각하다가

    문득 정태님은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해서 블로그로 넘어왔습니다 ㅋㅋ

    정태님의 안녕 허 대짜 수짜 님 글을 읽고 기륭전자에 가볼까 했는데 내일 KBS에 가봐야겠습니다.

    KBS가 베를루스코니의 RAI 꼴이 날까봐 두렵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KBS와 인터넷이 있다는! (인터넷까지 저지당하면 정태님 블로그는 불온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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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KBS 건에 대해서는 다소 복잡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미 정연주 사장이 교체되어 버렸긴 하지만, 음, 리플에서 간단히 이야기하기에는 맥락이 많이 꼬여있죠.

    그리고 저는 마르틴 니묄러의 시가 너무 자주 인용되어, 닳고 닳아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저 시의 화자는, 암묵적으로 자신이 '공산당원, 유대인, 노동조합원, 가톨릭 교도'가 아닌, 어떤 종류의 소수자에도 포함되지 않는 '보통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이 시를 인용하면서, 자꾸만 자신을 '안전한' 위치에 놓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진짜 변화는 '내가 그때 그들과 연대했어야 하는데'가 아니라, '나는 사실 그들과 같은 소수자인데'라고 깨달을 때 오는 게 아닐까요.

    좋은 리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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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 시를 읽을 때마다 알 수 없는 따끔거림이 있었는데 뭔지 정확히 표현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거 였군요. 들어올 때마다 여러가지를 느끼고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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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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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어떻게 하면 정태님처럼 똑똑해질수 있을까요...... ㅋ 질문이 좀 ㅋ 어쨌든 글 한줄 한줄마다 귀지를 꺼내는 듯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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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지나가다/ 간단한 코멘트에서 많은 것을 느끼셨다니 저로서도 참 뿌듯하군요. 말이 나온 김에 저 시에 대한 자세한 평을 조만간 업데이트할 계획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Yuna/ 감사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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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멍청하면 안전하다..
    와닿네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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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안전'이라는 단어를 놓고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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