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7

일관성의 함정

내일,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 금융통화위원회가 은행채 매입을 골자로 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금리 인하에 찬성한다. 예전에 우리모두에서 활동하던, 다음 아고라의 SDE 같은 경우 금리 인하는 M2의 통제 포기이므로, 결국 원화는 더욱 폭락하고 그에 따라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와 은행에 대한 정부의 직접 자본 투여 등,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대책의 손을 들어주는 이도 없지 않다. 은행에 유동성이 말라붙은 것을 위기의 본질로 파악하는 이들은, 이번 한국은행의 은행채 매입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주제에 대해 더 논하는 것은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다. 지난번 포스트에서와는 달리, 나는 오늘밤에는 판단을 유보한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고 있는 '감세와 재정확대 동시 추진'은 누가 봐도 미친짓이다. 감세를 하면서 재정확대를 하겠다는 건 국채를 더 찍겠다는 말과 똑같다. 하지만 한국 국채를 대체 누가 산단 말인가? 안 팔리는 국채는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결국 시중금리의 폭등에 기름을 끼얹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는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걷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양도세를 더 낮추면, 버블이 꺼질 기미가 보이는 지역에서 이탈하기 위한 매물이 더 나온다. 가격은 더 떨어진다. 게다가 그렇게 아파트가 팔릴 때마다 정부에 들어오는 '실탄'의 양도 줄어든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이제는 더 뭐라고 말을 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말만은 확실히 할 수 있다. '감세'만을 외치는 이명박의 경제팀은 다 제정신이 아니다.

미국 은행들이 부도 위험에 직면했을 때는 밤에 잠이 안 오거나 하지 않았다. 내게 파장이 미친다면 여기서 터지나 저기서 터지나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그쪽에서는 최소한의 시스템이 작동하리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그게 없다. 이명박이라는 비-정치인이 집권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정책적 유연성을 완전히 상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입각해볼 때, 시장 근본주의는 분명히 퇴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만은 예외다. 나는 이게 정말이지 두렵다.

(모든 '근본주의'는 몇 가지의 테제만을 주워섬길 뿐 그것이 이념화하고 있는 대상 자체에 대한 충실한 추구를 결코 뜻하지 않는다. 시장 근본주의자는 그러므로 시장을 마비시킨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이슬람의 정신을 결국 배신한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는 '유동성의 함정'에, 정치적으로는 '일관성의 함정'에 빠져있다. 이명박은 자신이 '경제 꼭 살리겠습니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건설경기 진작시키고 주가지수 띄우고 원-달러 환율 낮추겠다고 약속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불구덩이로 밀어넣고 있다. 그 말대로 안 되는 것을 보고 일부 네티즌, 혹은 노빠들이 '노무현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라고 시시덕거리고 있는데, '이명박:노무현=불황:호황'같은 공식을 만들어서 유포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치가 걸려버린 '일관성의 함정'을 극복하는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이명박이 지금이라도 종부세와 양도세율, 그리고 소득세 누진률을 파격적으로 높이고, 정부 지원을 받은 은행들에게 부실건설사 구조조정을 명령하고, 근로소득자에 대한 환급 외의 다른 방법을 동원하여, 가능한 한 직접적으로 저소득층에게 경제적 지원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나는,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그동안의 모든 원한을 잊고, 또 이명박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엄청난 혐오감을 억누르며, 이명박의 그 종합대책을 지지하고 그것을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전환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

이명박 대 반 이명박이라는 구도를 놓고 본다면, 어차피 이명박 입장에서는 임기 5년이 확보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국회의원 선거도 없고, 또 지지율이 더 떨어질 리도 없으므로 자신의 '일관성'을 지키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다. '일관성의 함정'은 바로 이렇게 작동하고 있다. 만약 한국의 정치가 정상화되기를 바란다면, 이명박에게 일관성의 철회를 요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쪽에서도 일관성을 어느 정도는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이명박<->반 이명박(결국 노무현 ㅋㅋㅋ)' 같은 구도를 유포하고 있는 노빠들이 갖는 또 하나의 '일관성의 함정'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없다.

'이명박이나 노무현이나 그게 그거'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거나, '무슨 일이 있어도 이명박은 용납이 안 된다'라는 소박한 정치의식을 고수하고 있거나, 결국 이명박에게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제 정책을 포기할만한 유인동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내가 어제, 즉 토요일 청계광장에 나갔던 것은 단지 이명박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이명박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기에 촛불집회에, 기회가 되는대로 계속 나간다.

그런데 지금은, 다들 쉬쉬하고 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경제적 난국이다. 이런 상황에서마저 행정부가 올바른 판단을 하건 그른 판단을 하건 절대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이명박에게 그 어떤 유인동기도 제공하지 못한다(비록 나는 앞서 이명박을 '비-정치인'이라 칭했지만, 그것은 발생론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지금은 조금이나마 '정치인'이 되어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이게 무슨 '본격 이명박 사랑하자는 글'도 아니고, 노빠가 싫다고 명빠가 되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제적 위기 속에서, 그것을 부채질하고 있는 '정치 마비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중들 또한 정치적 선택의 정상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정치적 선택을 넘어 윤리적 당위로까지 보일 수 있지만, 오직 그 윤리적 당위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거니와 진보정당도 정당으로서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없다.

계급투표는 철저히 계산적이고, 반 정서적이다. 그러므로 '반 이명박 정서'에 기대어 계급투표를 이끌어내겠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들이 정치적 계산을 통해 투표한다는 신뢰가 없다면, 정치가 올바로 기능하기를 기대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명박을 싫어하는 거라면 나도 남들 부럽지 않지만, 이명박을 싫어하는 것만으로 내 정치성의 모든 것이 드러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렇게 놓고 볼 때 '부정성의 정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긍정'을 해낼 수 있는가이며, 그 어떤 정당과 정치인도 그것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관성의 함정'에 빠진 한국 정치를 묶는 키워드는 결국 '이명박'과 '노무현'으로 귀착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신자유주의 때문이다'라고 바이트 낭비를 하고 있는 노무현은, 결국 부정성의 정치를 회귀하게 하며 이명박 정부를 더욱 '일관성의 함정'으로 몰아넣고 있는 중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상적인 정치적 선택의 과정을 되살려내야 한다. 지금은 모든 국가의 경제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움직이는 그런 격동기이므로, 만약 지금 이 신용경색과 실물경제 압박을 제대로 이겨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명박 정부의 '실력'에 대한 인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노무현 때에는 주가가 많이 올랐고 부동산 가격도 폭등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건설사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은 이미 참여정부 당시부터 씨앗이 뿌려진 것이다. 규제지역 한 두개 더 만들었다고 둘러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명박은 노무현과 말로는 대립각을 세우면서 바로 그 경제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사인'을 보냈고, 서울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이 그 '사인'을 이해하고 몰표를 준 것이 바로 이명박 당선의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명박은 주가지수, 부동산 가격, 환율 등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그 '숫자'에만 목을 매달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경제가 가지고 있던 본질적인 결함이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며, 여기서 그 숫자들만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만약 이명박이 지금의 경제 위기를 올바로 극복할 수 있다면, 그는 거듭난 것이다.

그 '거듭난 이명박'을 받아들여줄 용기가 우리에게 없다면, 다시 말해 '일관성의 함정'에서 벗어난 이명박에게, 국민들 또한 '일관성의 함정'에서 벗어나 정당한 평가를 해줄 용기가 없다면, 대한민국이 처한 정치적 불능 상태는 해결될 수 없다. 또한 계급정치의 도래를 기대할 수도 없다. 부정성의 정치는 '일관성의 함정'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으며, 동시에 '비판적 지지'라는 이름으로 계급투표의 목을 오래도록 졸라온 바로 그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기독교 신자이며, 이 위기의 시대를 맞아 두손 꼭 잡고 기도를 한다고 쳐보자. ". . .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이 구절의 의미를 곱씹게 되는 새벽이 아닐 수 없다.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내는 그 시스템에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혹은 '용서'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를 때리고 물대포도 뿌린 그 새끼마저도 용서하겠다는 각오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통령님께 힘을 실어 드리자는 말이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경제를 올바로 살려낸다면, 청와대의 그 인간도 '대통령'으로 인정할 각오를 하자는 말이다. '이명박 즐, (노무현 짱)'을 퍼뜨리고 다니는 자들의 농간에 놀아날만큼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그런 종류의 '일관성의 함정'이야말로, 이름만 꺼내도 지긋지긋한 '비판적 지지론'이 기대고 있던 '부정성의 정치'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다.

물론 나는 이명박 정부가 그 일을 해낼 수 없으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솔직히 기대도 안한다. 하지만 나 자신의 태도만큼은, 약간의 일관성을 포기하고서라도 정치적 선을 위해 변경할 준비가 되어 있다. 자려고 누웠다가 잠이 안 와서, 하이데거가 쓴 「칸트의 존재 테제」를 읽다가 이 글을 썼다. 잠들기 전에 기도를 한 번 더 해야겠다.

댓글 8개:

  1. 글쎄요 기준금리인하가 시중금리인하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데 정반대의 가정하에 금리인하에 찬성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드네요. 그리고 재정확대 정책이 곧 금리폭등을 부른다는 논리도 좀 거칠게 보이는데요... 기본적으로 신용경색과 유동성위기라는 본질적인 부분에 혼돈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답글삭제
  2. 혹시 재정확대를 정반대로 알고 계신건 아닌지...ㅋㅋㅋ 재정확대와 국채추가발행과 동일어라니... ㄷㄷㄷ

    답글삭제
  3. 익명/ 신용경색과 유동성위기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은, 한국은행이 은행채를 매입함으로써 현재의 신용경색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반면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이들은 통화량 확대로 인한 초인플레이션의 도래를 우려하고 있고요. 기준금리 인하가 시중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은행채를 매입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해소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믿고 저는 지금의 입장을 지키고 있는 거죠. 감사합니다.


    익명/ 정부는 감세와 재정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돈을 안 걷고, 돈을 더 쓰고. 다음해 예산으로 떠넘기는 것도 한계가 있죠. 결국 국채 추가 발행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른 어떤 방식이 있을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글삭제
  4. 국민 전체적이익을 고려해서 대통령직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면 순진.. 부쉬는 오늘 시리아 공격했죠.. 이유는 부쉬일당의 전리품인 석유가 고점150달러대에서 60달러대이니 별로 남는게 없죠.. 말년에라도 가격좀 올려보자는 잔머리쓴거.. 오늘 명박이의 금리인하는 이집단의 자산구성이 부동산에 올인했다는걸 알수있죠.. 환율보다 금리 주식보다 부동산가격에 더 민감한 집단이란걸 확인하게 해준겁니다. 노빠일당들이 꽃피우고 열매맺은거를 더 열매맺을줄알고 서리맞은 꼴인데요.노빠일당들이 씨앗만 뿌렸다는데는 어이없음. 명박이 탓하는 사람일수록 노무현시절의 달콤한 투기의 맛을 본사람들입니다.이게 더 우스운 상황...

    답글삭제
  5. 입법, 사법, 행정부에서 각각 생각하는 '국민의 이익'은 물론 다르겠지만, 삼권 모두 나름의 '국민의 이익'을 추구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명박이 생각하는 '국민'이 대단히 협소한 집단이라는 거죠.

    말씀하신대로 이명박 타도를 외치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자신이 묻어놓은 펀드가 반토막났다는 이유로 그런 소리를 하는 것 같은데, 사실 주가가 지금처럼 치솟는 과정에서 건설사가 은행으로부터 대량의 부실대출을 받았고, 그것을 갚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국 금융 위기의 본질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정치인 뿐 아니라 국민들 또한 일종의 '태도 변경'을 해야 할 필요가 있죠.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6. 신용위기와 유동성위기는 엄연히 다른 말입니다. 현재 한국의 상황을 정확히 말하면 유동성은 과잉인데 신용이 경색된 상황, 즉 돈은 많은데 흐르지 않고 뭉쳐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이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금리문제도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금리인하가 경기회복과 연결된다는 교과서적 도식을 대입해 우리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은, 더하기 빼기만 가지고 미적분을 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름없는 자세이지요... 검은전망의 패닉이 지배하는 경제 하에서 금리인하가 소비와 투자를 진작한다는 교과서적 도식은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그것은 경제주체가 각각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여건과 이성을 가지고 있을 때의 이야기이지요.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험성과 지금 정부의 마구잡이식 뿌려대기 정책으로는 갈수록 위기만 더할 뿐입니다. 이제는 진통제보다 정확한 진단과 장기적 입원치료가 필요한 시기이지요... 그냥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나머지는 노정태님께서 발품을 팔아보세요.....

    답글삭제
  7. 저들의 투두리스트에 서민경제안정 대한민국747을 끄적이다 만 흔적이라도 있다면 육식동물 풀먹는 날에 대비한 마음의 준비라도 해볼텐데요. 나라놓고 나라먹기 사다리 걷어차기 1% 지들끼리 살기좋은 세상 만들기만이 집권 목적이라는 게 너무도 분명한 식인종들을 놓고... 대략 김칫국이신 듯-_-;

    이명박이 서민 위한 정책을 내놔봤자 국민들 입장에선 그간의 피해와 분노의 대가로 삼기에도 미흡할 뿐더러 지금껏 죽도록 패놓고 아 미안 밥 먹고 다시 하자 뭐 이런 느낌일 거고, 이명박 역시 임기 4년 넘게 남은 시점에 천민들 따위의 지지를 받기 위해 탐욕을 버릴 리가 없죠.

    그나마 가능한, 최고로 긍정적인 상황이랬자, 한나라당마저 상당수가 등을 돌린 상태에서 탄핵/하야 직전에 몰려 마지못해 궁시렁대는 정도일텐데 뭘 지지하고... 지지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까지를 해야 하나요-_-;; 지지하는 듯한 움직임만 보여도 아니 반대를 철회하는 듯한 움직임만 보여도 바로 전국민 상대로 삽 들릴 생각에 몰두할 인종들이라는 거 수백번 속고도 무슨 기대와 희망인가요-_- 아놔, 이 땅의 수구 보수들 상대로 기대라니요. 한강 인도교 날아갈 때 고이 접어 버렸어야죠.

    민주당 노무현 민노당 진보신당 민생민주국민회의 시민단체 촛불 모두가 닥치고 연대해서 치사하고 야비할 정도로 앉은 자리 풀도 안 날 정도로 안면몰수하고 공조를 해도 뭐가 될까 말까 한데... 역시나 사분오열이더군요-_-; 갑갑하네요. 좌파는 분열로 망하고 우파는 부패로 망한다더니 참 속상합니다.

    P.S. 참, 노무현정부 때 부동산 폭등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활약 덕분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니던가요? ;;

    답글삭제
  8. 익명/ 지적하신 부분이 맞습니다. 신용위기와 유동성위기는 다르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특히 현재 은행들이 겪고 있는 신용위기는 일부 건설사를 포함한 기업들의 현금 흐름 장애로 인한 유동성위기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건설사들은 모델하우스 앞에서 별 쇼를 다 해가며 '급전'을 당기려고 하고,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녹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죠.

    금리인하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진작하는 효과는, 어차피 빠른 시일 내에 발생하지 않습니다. 한은은 내년과 후년의 성장률을 고려하여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고,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 '경기부양'을 오직 건설쪽으로만 몰아가려하는 행정부에 대한 비판은 별도로 존재해야 하죠.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이제 경제 얘기하는 것도 지겹고 또 제가 아는 것도 한계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만, 문제 제기를 할 생각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neo/ 단정적으로 '이명박은 경제를 망치기 위해서 왔다'라고 한다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행동은 뭐가 남습니까. 유혈혁명? 쿠데타? 정치인을 정치인으로 바라보지 않고 일종의 자연재해로 간주하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정치적 무기력증이라는 더 큰 내상을 남길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부정성의 정치'라고 말한 것은, 방문자께서 '그럼 누구를 찍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으로 바로 사고를 이어가시는 그 맥락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의 정치가 잘못되었다'라는 말에서, '이명박이 아닌 다른 누구를 찍어야 하고, 그 대항마가 나와있어야 한다'는 말이 곧장 성립하지는 않죠. 어차피 총선 대선까지 모두 4년 남았습니다. 반면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진보진영이 얻기 위해서는, '정치'라는 것에 대한 한국 사회의 통념 자체에 균열을 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나라당 대 반 한나라당' 같은 고래의 구도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의 분열이, 원하던 만큼의 성과를 이루어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단결'보다는 나은 선택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중에 또 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군요. 좋은 리플 감사합니다.

    추신. 노무현정부 때 전국 방방곡곡에 지어진 골프장 수만 놓고 보더라도, 지방 땅값이 들썩거리게 만든 주범으로 노무현정부가 지목되는 것은 과히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미분양아파트가 넘쳐나는 사태는 지방에서 시작해 서울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총체적으로 부동산의 덫에 걸렸는데, 그걸 '전국구'로 승화시킨 것은 노무현정부의 업적입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