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경향신문에, 다음 아고라에서 SDE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인터넷 논객의 인터뷰가 실렸다. 안티조선 우리모두 사이트에 들락거려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그는 '서지우'라는 필명을 사용하기도 했고, 또 오랜 기간 눈팅을 해봤다면 그의 본명도 결국은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걸 굳이 써놓을 필요는 없겠다. 아무튼, 인터넷에서 아이디로만 접하던 사람의 (모자이크 처리된) 얼굴을 실제로 보니 놀랍고 반가웠다.
그는 안티조선 우리모두의 '소칼의 지적사기 논쟁'이라는 토론방에서도, 비선형 확률제어론에 입각하여 IMF를 금융위기로 정의하고 이런 저런 논의를 해왔다. 사구체논쟁과 관련해서는 주로 NL 진영에서 옹호하는 입장인 식민지 반봉건사회론을 주장하여 나름 큰 충격을 불러왔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그가 꾸준히 주장하는 '기준금리 대폭 인상'에 대해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어떤 식으로건 결국 대출금리도 올라간다. 현재 거품이 낀 아파트 가격의 절반 가량이 가계에서 대출을 받은 금액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 인상분에 대한 이자 부담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만약 그가 주장하는대로 금리를 높이고 '자발적 구조조정'을 조장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충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바꿔 말하자면, 아파트 가격 거품이 꺼지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빚 내서 아파트를 샀다가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우수수 떨어져 죽는 것이 먼저가 될 수 있다. 금리를 확 인상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5% 경제성장으로 1년을 지나"는 극약처방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그가 너무 쉽게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게 무슨 중학생 용돈 5% 깎는 것도 아니고.
SDE님뿐 아니라 그의 금리인상론에 동의하시는 분들께 정말이지 묻고 싶다. 엄연히 자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행정부와 중앙은행이, 환율을 지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한국에서 금리를 1%나 전폭적으로 내렸는데, 오늘 원달러 환율은 35원씩이나 뚝 떨어졌다. 기준금리와 환율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가정하는 것부터가 오류일 가능성을 그는 배제하고 있는 것 아닐까?), '마이너스 5%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발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일까?
게다가 그런 충격요법을 쓰면 결국 '큰 놈'만 살아남게 된다. 즉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반드시 바람직한 경재 구조를 낳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도 없는데, 그렇다면 굳이 충격요법을 사용해야만 하는가? 의문은 끊이지 않지만, 맡은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일단 여기까지만 쓰도록 한다.
*덧말: 손동우 사회에디터의 인터뷰였다. 이번에도 취재수첩에 새까맣게 필기를 하셨으려나. SDE님을 인터뷰한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지금 내가 적어놓은 이 질문을 전달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가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인물이라는 것도 취재 포인트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노정태님 오랫만에 덧글을 남기네요.
답글삭제이자율을 높이게 되면, 맞습니다. 경제에 충격이 높아지죠. (저분은 아니지만) 이자율을 높이자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중에 상당부분 심리적 견해가 들어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즉, 본인의 상환능력에 비해 턱도 없는 수준의 빚을 진 사람들은 그들의 바보같은, 그리고 탐욕적인 선택에 대해 당연히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발상이죠.
저는 이 주장에는 동감하지 않습니다. 이건 흡사 이명박 대통령 찍은 사람들은 국민취급하지 말자는 식의 주장과 비슷하죠.
그런데, 지금 단계에서는 금리를 올리는 것이 타당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금리가 계속 간다면 저런 선택을 한 개인들이 밉건 좋건 살아남겠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부실대출 은행과 건설업체들이 버틸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된다는 거죠. 모두에게 버틸 수 있는 유예기간을 더 주자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살아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저도 노정태님의 말씀처럼 극약처방을 보류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의 경제적 여건상 저금리는 결코 붕괴를 반전시킬 수 없습니다. 인공호흡기를 조금 더 달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죠. 저금리를 아무리 오래 유지해도, 경제적 불황이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외부요인으로부터 닥쳐오는 이 시점에서는 빚을 가진 사람들은 무너지게 되어 있고, 부동산 가격의 폭락도 피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 시점이 굉장히 빠르게 닥쳐올 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불필요하게 대출된 돈을 손해를 무릅쓰고 일부라도 회수하고, 저축을 높여서 시중의 유동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무너지는 계층이나 소비는 국가 재정으로 책임져야죠. (물론 그럴리 없지만)
그렇게 되면 분명히 아픕니다. 아주 아프죠. 부실 부동산들이 차례로 붕괴할 거고, 무리한 투자를 한 개인들이 (그들의 착오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는 무관하게) 무너질 겁니다.
그러나 은행은 일단 살아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부실대출에 대한 미회수가 커지겠지만, 늘어난 저축이 그 문제를 상당부분 회복시킬 것이고 (현재 부동산과 주식, 심지어 채권도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중에 남는 자금은 은행으로 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통해 회수된 돈을 가지고 경기가 좋아질 때 재투자를 하는 것이 우월한 전략입니다. 더불어 금리인상은 환율에도 약간은 영향을 주겠죠. 그러나 저 분의 금리인상 주장은 노정태님이 언급하시듯이 환율보다는 구조조정에 맞춰져 있습니다.
'큰 놈'이 살아남는다고 하지만, 개인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이 현재 큰 놈들입니다. 건설사와 금융사 이야기죠. 미국에서도 개인파산보다 대형금융업체, 건축모기지 업체 파산이 먼저 닥쳐왔죠. 제가 보기에는, 불가피하게도 충격요법,그리고 대마를 잡는 것이 지금 유일한 한국이 사는 길입니다.
*곁다리로, 정신나간 건설업에 대한 재정퍼붓기-혹은 대운하의 환경재앙-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겠죠. 물론 그걸 알기에 2MB도 필사적으로 일단 저금리로 돈 퍼붓기 전에 건설족들이 죽지 않게 하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