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않은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늬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곳곳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꼬 들려오는 탓이다
104쪽, 《정본 백석 시집》, (고형진 엮음 : 문학동네, 2007)
정본 백석 시집 - 백석 지음, 고형진 엮음/문학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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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를 논하기 이전에, 말 그대로 '청춘'에 대한 시인 듯. 오늘 밤도 일하다가 문득 손에 잡혀서, 잠시 적어 본다.
아 백석, 겨울밤 방에누워 군고구마라도 먹으며 읽어야하는.
답글삭제백석의 토속적 서정성에만 주목하면, 이런 시의 참맛을 즐기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함흥의 수재이자 멋쟁이였던 백석이, 경성에 올라와 많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고개 푹 숙이고 돌아다니는 쓸쓸한 풍경이 떠오르는 시죠. 한대수의 노래 '사랑인지'와 왠지 유사한 것 같기도 합니다.
답글삭제동네친구와 도란도란 나누어읽는 시랍니다. 고달퍼도 힘을줘요 시에서 느껴지는 촉감도 위로가되고. 유리부딪히는 '사랑인지' 시작부분이 맴돌아 오늘밤에 리핏눌러놓고 잠들어야겠네요.
답글삭제이런 시를 함께 읽을 사람이 있다니 참 좋겠군요. 쓸쓸한 느낌이 감돌면서도, '달재 생선' 같은 구체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 백석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좋은 리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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