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st.com에서는 매일 도표를 하나씩 업데이트해준다. 대체로 당일 발간된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소재로 삼을 때가 많지만, 워낙 업데이트가 잦다보니 별 희한한 것들을 다 통계로 만들어서 보여주곤 하는데, 오늘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다(정확히 말하자면 Factiva.com의 자료를 그래프로 만든 것이지만, 아무튼).
월스트리스 저널, 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 타임즈 세 신문에서 '디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자주 등장했는가를 세서 그래프로 만든 자료인데,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 올해 초부터 9월까지는, 많으면 25회, 적으면 5회 선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언급 빈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었다(사진 오른쪽이 잘렸습니다만 그냥 참고 보시기 바랍니다. 덕분에 그래프는 더 잘 보이는군요).
(이건 여담인데, 이렇듯 '일정하게 유지되다'라는 말은 세부적인 변동이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사용될 수 있다. 결정적인 변인이 개입하기 전까지 어느 정도 제한된 폭 안에서 수치의 변동이 발생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경향신문 칼럼에 대한 내 설명을 놓고,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일정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트집잡기에 불과하다. 나는 인류의 문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즉 빙하기나 이런 것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고),화석연료 사용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체온은 하루 종일 미세한 변동을 보이지만, 감기에 걸린 상태와 비교한다면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다가 10월부터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세 언론의 언급은 급증한다. 10월만 해도, 이전까지 가장 높은 수치였던 3월의 그것에 두 배에 달하는 '디플레이션'이 등장하고, 11월의 경우 11월 20일까지의 통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50번을 채우고 있다. 전 세계가 'D의 공포'에 휩싸여있다는 말은 괜한 표현이 아닌 것이다.
"War Room"에 준하는 국가종합상황실을 운영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발상이 가당찮게 느껴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이다. 전시에는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가 전쟁으로 집중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그것을 전선으로 옮겨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에 시급한 것은 국내 소비를 증진하여 디플레이션의 위험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므로, 그 비유는 전혀 옳지 않다.
사람들의 소비를 부추겨야 할 판에, 최저임금을 깎고(당연히 국내 소비가 줄어든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했을 때'라지만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한다면(밤에 장사하는 동대문 옷가게들은 문 닫으라는 소리?),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요소까지 함께 생각해보면, 'D의 공포'로 인해 정말이지 간담이 서늘해질 지경이다.
사실은 이명박의 '경제를 살리겠읍니다'는 맥거핀이고, 70년대로의 복귀가 진짜 노리는거 아닐까요? 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ㅋㅋㅋ
답글삭제의식적으로 노리고 있다기보다는, 워낙 몸에 찌들어있는 문화적 후진성을 드러내고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비상체계'='전시체계'라고 머리 속에서 등식을 긋고 있는 거죠. 이 후져터진 분들을 대체 어쩌면 좋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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