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9

[북리뷰]뿌리깊은 갈등의 다양한 비극

<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함규진 옮김·글논그림밭·1만2500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서로를 향해 로켓을 쏘아대면서 전투를 시작한 이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공간은 특히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참혹하게 희생당한 사진으로 뒤덮였다. 저곳에서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똑똑히 보라고, 선의와 분노로 가득찬 이들이 새로운 게시물을 올리면 우리들 중 많은 이들은 묵묵히 리트윗이나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그들의 피로 흥건한 참상을 우리 스스로가 일종의 구경거리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회의가 들지만, 우리는 이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스마트폰 시대의 세계시민적 분노란 이런 게 아닐까.

1917년, 당시 영국의 외무장관이었던 아서 밸푸어 경은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의 민족적 고향을 세우고, 그 일을 성취하는 데 대하여 팔레스타인에 거하는 비유대인의 시민적 그리고 종교적인 권한에 대해, 또는 타국에 거하는 유대인의 정치적인 상태에 대해 아무런 편견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렇게 비극의 씨앗이 뿌려졌다.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지방의 원주민이 아닌 유럽 열강들과의 협상을 근거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약성서에 쓰여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거주민임을 주장했다. 단지 말로만, 혹은 외교 협상 문서로만 주장한 것이 아니라 총과 칼과 탱크와 포클레인 등을 서슴없이 동원했다. 하염없이 수세에 몰리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1987년 이스라엘군의 무장 점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인 ‘인티파다’를 벌인다.

2014년 현재까지 우리가 보게 되는 참상은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단단히 꼬여 있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재판 없이 구금하고 고문한다. 이스라엘의 폭력이 일상화된 탓에 감옥에 다녀오지 않은 남자를 찾기가 어렵다. 군인들은 병원에 찾아와 환자들을 두들겨패가며 시위 주동자의 행방을 묻고는, 애먼 사람을 몇 명 붙잡아간다. 이것은 분명한 인권 유린이며, 당장 중단되어야 할 조직적인 국가 폭력이다.

그러나 현장에 뛰어들어 취재를 하고 그 내용을 만화로 그려내는 코믹저널리스트 조 사코가 보기에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그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암담하다. 이슬람 사회 특유의 고질적인 여성 차별, 폭력으로 종종 치닫는 내부 정파 갈등, 터무니없이 높은 실업률 등 이스라엘이 설령 가자 지구와 요르단 강 서안 지역에서 손을 뗀다 하더라도, 그것은 큰 문제의 해결이면서 동시에 비교적 작지만 지독하기로는 큰 차이가 없을 다른 문제의 시작일 것이다. 조 사코는 과감하면서도 섬세한 필체로 팔레스타인의 암담한 풍경과 비극적 일상을 처절하게 담아냈다. 미국인이기 때문에 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지 못하는 곳에 갈 수 있다. 가자 지구의 진창에서 뒹굴면서 예루살렘의 깨끗한 호텔로 돌아갈 날을 고대한다. 비극을 ‘경험’하지만, 그 비극의 ‘일부’는 아닌 관찰자인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당사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의 참상을 마주하면서 겪게 되는 거의 모든 딜레마를 정직하게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좋아요’를 누르기 전에, 리트윗을 하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한다.

<노정태 ‘논객시대’ 저자/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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