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3

목숨 걸고 먹는 음식

아까 GQ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기사 한 편을 보냈다. "미친 소와 감기 걸린 닭에 대한 전 지구적 고찰"이라고 제목을 달았는데, 편집부에서 더 좋은 것을 붙여준다면 바랄 나위가 없겠다. GQ 6월호에 실릴 예정인데, 그 기사에서 다소 논의가 미흡했던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이 포스트를 쓴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과 관련해서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지점 중 하나는, '우리가 100만 분의 1 확률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말이냐'라는 것이다. 이 질문의 전제가 되는 것은 '목숨을 걸고 음식을 먹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가정인데, 안타깝지만 그것은 옳지 않다. 일본에서 설날마다 먹는 끈적끈적한 떡국 오죠니(お雑煮)를 예로 들어보자.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일본에서는 매년 몇 분의 어르신들이 이것을 드시다가 지상에서 영원으로 향하신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이미 2006년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이는 총 인구중 65세 이상인 사람이 20% 이상이라는 뜻이며, 따라서 일본의 노년 인구수는 전체 인구를 1억 4000만으로 잡았을 때 대략 2800만 정도가 될 것이다.

이들 중 계산의 편의를 위해, 매년 7명 정도가 매년 설날에 오죠니를 드시다가 돌아가신다고 해보자. 그러면 사망률은 0.5/100만이 되므로, 200만 분의 1이다. 전체적인 사망 원인과의 비교 등을 하지 않고 그냥 아주 단순하게 접근하더라도, 일본의 노인 200만명 중 한 사람은 오죠니를 먹다가 목에 걸려 죽는다. 이것은, 정부에서 말하는 바를 네티즌들이 요약하는대로, 미국산 쇠고기를 먹다 사망할 확률이 100만분의 1이라고 할 때, 그것의 절반 정도 되는 수치이다. 결코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각심을 잃을 수도 없는 숫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이런 살인적인 풍습을 대체 왜 계속 유지하고 있는 걸까?

이 풍습이 살인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들 알 수 있다시피 넌센스이다. 떡을 먹다가 목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그 음식이 살인적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한 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위생 상태를 붙잡고 논란을 벌일 수는 있어도, 그것이 '위험'한 음식이라고 말하는 것에는 분명 어폐가 있다.

광우병 논란의 쟁점은 광우병 자체가 아니다. 그런 논점을 잡고 있을 때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측은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정부가 국민을 기망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삼을 수 있는 것이다. 거리로 뛰쳐나온 10대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간만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젊은 새댁들의 지속적인 호응을 얻기 위해 대중적 패닉을 계속 이용하려 드는 것은 정치적으로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는 생각을 하면 나도 불쾌하다. 하지만 그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그리고 현재 촛불집회 등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바로 그 지점을 혼동하고 있다. 그런 식이라면 일본 정부는 진작에 설날에 오죠니 먹는 것을 금지했어야 한다.

광우병 정국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 미국산 쇠고기가 악마의 음식이어서가 아니다. 설날에 떡국을 먹으려고 하는데, 모든 국민들이 일본산 오죠니를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이상한 상황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대중적인 반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중들의 인식은 이와 같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미 호도된 진실에 편승하지 않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며, 그에 기반하여 정치적인 주장을 전개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뿐 아니라, 찾아보면 목숨 걸고 음식을 먹는 사례는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고기 한 점을 먹기 위해 극미한 위험을 감소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했던 적이 없다. 바로 그것이 쟁점이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는 순간 한국이 좀비의 왕국이 된다는 식의 선동을 함부로 구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댓글 14개:

  1. 정부가 주장하는 광우병걸릴 확률이 터무니없어보여서 인터넷 뒤지다가 이런 글을 발견했습니다.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K161&articleId=23330

    정부가 불확실한 정보로 위험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으니 반대해야 된다는게 맞겠지요. 뭐 대운하때부터 그랬지만.

    광우병도 위험하지만 대운하,수도민영화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산넘어 산이군요.

    ps.오죠니는 꼭꼭 씹어먹으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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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6월호에 실리나요? 교보에서 GQ 뒤져보고 노정태씨 이름 뜨면 사보겠습니다. -고담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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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물어/ 통계에 대한 검토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신뢰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산술적, 기술적 차원이 아닌 제도적인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고 봐요. 그게 정치적으로도 더욱 효과적일 겁니다.

    여론동향/ 네, 6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원래 이번호에 다른 기사와 함께 올라갔어야 하는데, 그쪽에 사정이 생겨서 그건 다음달로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천천히 공개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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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모기불통신에서도 노정태님과 같은 의도에서 과학적인 왜곡을 하지말라는 포스팅을 계속 해왔는데, 그 공포의 강력함을 믿고싶은 사람들은 도무지 들어먹을 생각을 하지를 않더군요. 이택광님께서 쓰신대로 이번에 10대들이 나선 이유중 광우병의 공포가 단지 "핑계"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나중에 여러가지로 역풍을 맞을 경우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빨리 전략목표와 구호를 수정해야할텐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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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맞습니다. 10대의 경우 자신들이 어른들에게 '속았다'는 인상이 들면 급격하게 회의주의에 빠져드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한 사실에 근거해서 대화해야만 하죠. 현재 촛불시위 보고 희희낙락하는 '아저씨'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어린이들에게서 가능성을 보고 싶은 그 심정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오버를 좀 자제하면 좋겠어요.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을 어른스럽게 처리하고 있어달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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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오죠니는 선택하는 것. 담배처럼.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는 사실상 선택할 수 없는 것. 이 중대한 차이.
    광우병은 확실한 전염병으로 확률상 나타나는 사고의 의미가 아닌 것. 즉 광우병은 특성상 단 1인 나타나는 특성이 아닌 것. 오히려 위험군 다수의 사람이 동시에 감염되고, 천천히 10년~40년에 걸쳐 발병하는 것으로 보는 게 유력설. 개인이 위험을 인지한 상태에서 오죠니를 먹어 발생하는 사고의 확률과 전반적인 위협을 발생시키고 선택의 여지를 없게 만드는 전염병 대책을 동일시하는 건 오류.
    특히 광우병 보균?자 VV형은 40년간 발병하지 않아 이들의 수혈감염을 막기 위해 영국은 모든 헌혈용 피에 백혈구를 제거하는 생노가다를 하기도 했다는. 그래봣자 감염력은 42%만 줄어든다는 불사의 프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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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만약 정부가 광우병을 질병으로 보지 않으며, 그저 살다가 생기는 안전사고로 간주한다면, 이렇게 켐페인하고 끝낼 수 있을 듯.
    "채식을 하십시오"
    "수혈이 필요한 만큼 많이 다치지 마십시오"
    그러나 이것을 세계 어느나라와 마찬가지로 전염병으로 간주한다면 "죽을 확률이 있는 식품"의 문제로 환원하는 개념상실을 해서는 안될 것. 특히 헌혈을 해보신다면 이미 우리나라는 vCJD를 전염병으로 간주하고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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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미국 적십자사로 가면 미국은 특정 시기 거의 대부분의 유럽 국가 주둔 미군 전체에게서 헌혈을 거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vCJD 때문에. 과연 인간 광우병 발생시 몇 명 죽고 말것인가에 대해 확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음. 영국의 경우 만이천명당 3명의 질병요소 검사 결과가 있는데, 이 중 2명은 발병하지 않았음. 4천만명이면 만오천명선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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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광우병을 전염병의 문제로 보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어느 수준의 위험성을 지닌 질병인가, 어떻게 대처해야 가장 적절한가를 놓고 토론이 벌어져야 한다는 거죠. 정부에서 대책 없이 일단 수입부터 하고 보겠다고 나서고 있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행정적 움직임은커녕 그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이 커지고 있고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논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적의 프리온이니 어쩌니 하는 자극적인 어휘와 선동적인 문구를 굳이 써가며 스스로의 입지를 줄일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리고 가급적이면 문장을 끝까지 완결지어 주시기 바랍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무례한 리플로 해석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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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넹. 실상 과학적으로 기술적으로 볼 때 광우병에 대한 위험 통제 방법은 아직 unknown인 거 같아요. 무적의 프리온은 거짓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왜곡 과장이라고는 할 수 있는 듯 해요. (변형 프리온은 정상적 소화과정에서 분해되지 않느다는 이론적 가설과 반대로 위에서 파괴된다는 반론 실험이 모두 있나 봐요. 수혈용 혈액 내의 변형 프리온의 제거는 불가능하다는 건 대략 정설인듯. 그러나 변형 프리온 자체가 감염원 병원체라는 가설 또한 가설일 뿐이라 -.-;;;)

    광우병 공포가 휩쓸고 간 나라들, 그니까 영국, 일본, 포르투갈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다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반대로 상대적으로 광우병 공포가 없는 나라들, 미국 한국에서는 대충 하고 있지요.
    할만 큼 한 나라들, 영국 일본의 경우에 취해진 조치가 과연 전염병 통제였나하고 의심해 볼 수도 있어요. 이 기반 가설이 변형 프리온 food chain과 수혈 감염이어서 이 쪽으로 집중되었는데, 일부는 사실 전염병 대책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위험 식품 통제로 보이거든요.
    죽은 사람들 결과로 봐서는 도무지 전염병 같지는 않아요. 보균자 증가로 인한 기하급수적 증가세가 없어요. 이거 혹시 촉매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우야든동 과학적 결론은 없기 때문에, 각국은 광우병 대책에서 그야말로 제맘대로 기준을 가진 것 같아요. 이 제맘대로 기준의 핵심단어는 물론 연령, 부산물, SRM, 동물 사료, 소의 호적 추적, 전수조사 등이지만 각국은 하거나 안 하거나 한다해도 구체적 기준에서 다들 제각각이거든요. 이 다른 기준이 만들어지는 동기는 자국내의 광우병에 대한 공포 여론 + 타국에 대한 통상인 것 같구요.
    모든 정부는 이 문제의 처신에 대해 거의 공통적인데, 초반 부인->여론 확산->모든 통제책 으로가는 일본영국 경우. 초반 부인+광부병 발생국의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는 것 까지 모조리 엄금->여론 확산->통제책 으로가는 프랑스나 유럽 케이스 같아요.

    결국 unknown인 위험성에 기대어 설레발이를 칠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하고, 각국 정부는 수입 통상 문제에서는 위험성을 크게 평가하기도 했고, 자국 정책의 예산 문제에서는 위험성을 적게 평가하기도 했죠. 좀 특이하게 우리나라는 통상에서도 자국 정책에서도 줄기차게 광우병의 위험성을 과소 평가하려고 노력했달까. 미국이랑 한국에도 광우병 공포 신드롬이 상륙하는 분위기인데, 그 20년 동안에도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인 큰 진보는 없어 보여요. 그러니 우리는 여전히 변형 프리온이 병원체이며 광우병은 전염병이라는 유력설에 기반하는 것이 타당하고, 그렇다면 "미국 쇠고기는 위험확률이 있는 식품이다"식의 정부 입장이나 위의 포스트는 과학적으로 잘못된 입장인 듯 해요. 그건 촉매설이 유력설일 때나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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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과학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고 하면서, 정통고품격찌질찌질님께서는 제 글의 입장은 '과학적으로 잘못되었다'고 하시는군요. 제가 말하는 것도 그거에요. 과학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면, 특히 일반 시민들처럼 과학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 차원과 정치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죠. CJD와 관련된 과학적 논의의 수렁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 제 글의 주장입니다. 당장 확률론만 놓고 보더라도 우스워진다는 거죠.

    그리고 프리온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스크래피(양에게 감염되는 광우병 유사 질병) 인자를 죽이는 방법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죽음의 향연》 178페이지를 보세요. "그들[가야듀섹과 깁스]은 스크래피 인자를 확실하게 죽이는 단 한 가지 화학 물질로 염소계 표백제를 발견했고, 환자의 조직을 떨어뜨렸을 경우 그것으로 바닥이나 상판의 오염을 제거하라고 추천했다."

    과학적으로 검증이 안 된 이야기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이야기를 하지 맙시다. 전 그래도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봐요. 그리고 그 입장을 견지할 때 좀 더 건전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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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날아가는 코멘트는 날개가 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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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이제 되네요. ㅠ.ㅠ 하나 날렸음.
    제 입장이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정리해 볼께요.
    노정태님의 원 블로그에서 주장은 "광우병 논란이 과장된 루머가 아닌 정치적인 선택권 요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뭐 이런 걸로 이해합니다.
    우선 전 광우병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이해하지 과학적인 문제로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주된 주장 자체에 반박할 의사가 없어요.
    노정태님의 원 블로그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오죠니의 비유와 극미한 위험성의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과학적인 문제거든요. 광우병은 위험성이 적다고 결론난 바가 없어요. 노정태님은 광우병 문제의 정치성을 강조하기위해 광우병은 "그 발생 빈도가 매우 낮은 위험도의 증후군이다"라는 정부나 광우병 회의주의자의 주장을 은연중에 승인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광우병이 영국, 일본, 미국, 한국에서 번성한 광우병 공포 도시 괴담에 걸맞는 최악의 질병일 가능성은 적어요. 현재의 환자 발생 패턴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죠. 그러나 영국 초반에 나타난 패턴도 여전히 유효하죠. "고양이, 양, 소, 돼지, 사람에게 유사한 징후를 보이며, 일부는 음식 섭취로 감염되고, 일부는 음식 섭취로 설명할 수 없으며, 10년에서 최장 40년까지의 잠복기를 가지고 잇는 것으로 보이며 병원체로 인한 감염성 질병으로 추정한다." 이 유력설은 여전하거든요. 여기에 물론 우리나라 정부가 주장하고 쇠고기 수출업자들이 주장하는 "이제 곧 사라질 경미한 위험성을 가진 질병이다"라는 주장도 있죠. 하지만 전자에 비해 후자는 추정에 불과하죠.
    과학적으로 "위험성이 경미한지, 상당한지 결론내릴 수 없다"는 상태라면 위험성이 상당하다는 가정에 기반 정책을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죠. 일본과 영국의 광우병 통제 정책은 실제로 변형 프리온 교차감염설에 기반한 것이고, 미국의 정책 또한 일부 그러하죠. 하지만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이제 곧 사라질 질병"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오죠니의 비유와 경미한 위험성에서 그 주장을 차용한 것을 문제삼은 겁니다.
    오죠니의 경우 문제가 생기는 사람은 확률로 나타나겠죠. 오죠니를 먹은 사람들 중 삼분지 일 정도가 왕창 죽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광우병의 경우에는 어쩌면 몇 십프로까지는 죽을 수도 있는 문제죠. 아니라면 아예 안죽을 수도 있구요. 그러니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아니라, 미국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을 리스크로 판단하는 것이 합당하죠. 개개인의 도박이 아니라, 국가 식품정책을 통짜로 도박에 거는 겁니다. 문제가 생긴다면 분명 다발적으로 생길 겁니다.
    결국 제 입장은 오죠니의 비유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는 겁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은 리스크이지 확률문제가 아닌 것이죠. 오죠니처럼 고만고만한 위험성을 가진 식품이 아니라, 폭탄일지 아닐 지 모르는 밀봉된 우편물처럼 예단하기 힘든 것이다는 겁니다.
    정부는 현재 수준으로는 측정불가능한 광우병의 위험성을 측정가능한 확률의 문제로 오도하는 것이고, 그것은 마치 일본에 터진 두개의 핵폭탄을 전세계 핵폭탄 수로 나누어 핵폭탄이 터질 확률을 계산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북핵을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로 광우병은 발생할 수 있다는 나쁜 가정을 바탕으로 정책이 이루어져야 하며, 나쁜 가정의 원칙에서 볼때 오죠니의 비유는 에러다. 이런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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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부연하자면 개인적으로 저도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리스크를 크게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미국 내에서 거의 소비되지 않는 뼈나 창자등 식용 부산물의 수입에 대해서는 미국 사례로도 검증할 수 없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긴 리플의 논의에 따라 광우병 리스크를 정부보다 현격히 높이 평가하고 대책을 요구하는 반대자들의 입장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정부의 정책은 그러해야 하고, 광우병이 1.통제되고 있고 2. 사멸하거나 3. 극히 일부만 걸린다는 정부측 주장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괴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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