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1

이것 저것

1. 대책회의의 행동 중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얼마 없긴 하다. 하지만 '48시간 국민행동'을 제안해놓고는, 10시 30분에 시청 광장에서 "우리 내일 만나요"라며 해산해버리는 건 대체 무슨 발상인지 지금까지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어떤 아주머니가 커다란 쇼핑백에 싸들고 온 은박 돗자리가 민망해보일 지경이었다.

2. 최장집 교수의 고별강의에 다녀왔다. 한국의 현실정치에 대해 그가 보여주는 인식적 탁월함과, 그것을 담론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시키는 실천적 한계가 동시에 잘 드러난 강연이었다고 생각한다. 필기한 내용을 정리해야겠다.

3. 이문열이 내놓는 정치적 발언들은 결국 책 팔아먹으려고 벌이는 노이즈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택광 선배의 지적은 상당히 적절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문열을 비판하는 것은 그리 효용 있는 일이 되지 못한다. 2008년의 촛불 혁명이 어디로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나는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1969-2000》(새물결, 2006)를 읽었다. 이것만으로도 내가 어떤 서평을 쓸지, 그것을 통해 이문열을 어떻게 비판할지에 대해 상당히 큰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현재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헌 논의가 매우 위험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기사를 레디앙에서 발견하였다. "개헌? 초가삼간 태운다!"(윤현식, 레디앙, 2008년 6월 20일)의 논의 중 특히 중후반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어떻게 소화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문제의식 또한 나는 필자와 공유하고 있다.

5. 잠시 광고 말씀. 7월호 GQ가 나왔다. 최근 나온 GQ중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오래된 아파트에 대한 특집은 정말이지 눈이 번쩍 떠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자료 삼아 한 권 사야 한다. 박상륭 인터뷰도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나이 많은 문학인을 이토록 멋지게 다루어준 사례를 나는 본 적이 없다. GQ 7월호에 실린 박상륭은 흡사 변희봉을 연상시킬 정도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사진과 인터뷰가 실려있다. 자세한 내용은 서점에서.

댓글 9개:

  1. GQ; 군대 간 남동생이 맥심이랑 같이 간혹 들고오던 잡지였는데 이따 사러 가봐야겠어요^^

    화분용 거름은 아마 8월쯤? 혹은 그 전 주말에 보내드릴 수 있을 듯 한데(푸대자루로 어느 창고에 쌓아놓은 거라 이게 끄집어내기 좀...;;) 너무 늦지 않을지 조금 걱정되네요. 8월에 보내드리는 거라면 다른 것도 같이 이것저것 넣어서 보내드리고 싶은데^^;

    미시마 유키오 전공투 저 책은 어떤가요? 저도 몇 년 전에 산 책이긴 한데 아직도 다 못 읽어서 어떤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집 공사하느라 잃어버려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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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화분용 거름 건은 아무리 늦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제가 식물원장 되는 일을 하염없이 미루고 있기 때문이죠.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미시마 유키오 전공투 책은, 일단 초반부에 미시마 유키오와 전공투의 토론이 나오는데 그걸 집중적으로 읽으시고, 뒤에 전공투 맴버들이 뒷풀이하는 길고 긴 토론은 그냥 슥슥 넘겨버리세요. 그건 그 책의 포인트가 아니니까요.

    이번호 GQ는 확실히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게 꼭 내 사진만 그런 것도 아니니까,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고맙습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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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 이택광 교수님의 "이문열씨"에 대한 언급을 글로 볼 수 있을까요? Wallflower에는 일단 없는 것 같습니다만, 혹여나 제가 게으른 것이면 정말 죄송하고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좋은 글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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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그렇지만 이번호에 실린 정태님 사진은 너무 작았어요^^; 나무가 잔뜩 실려 있어서 좋았지만요. 교보문고 쇼핑백이 왠지 반가웠어요. 저도 요새 이것만 들고 다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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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근데 이거, 자세히 보니 영풍문고 쇼핑백 같기도 하네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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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번의 협상결과때문에 일단 촛불집회 자체의 김은 좀 빠지지 않을까 싶은데... 어떨런지요. 이제 정말 앞으로의 진행방향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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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블랙스콜라/ '라캉과 종교' 강의의 제1강 뒷풀이 자리에서 지나가듯 언급한 내용입니다. '이문열은 대중주의자다' 정도의 내용이니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kritiker/ 작게 나왔으니 다행이지요. 그리고 교보문고 쇼핑백 맞아요. '책덕후' 처럼 보일까봐 걱정이 됩니다.


    erte/ 어제 촛불집회에 나가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전혀 김이 빠지지 않았어요. 이명박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촛불집회의 분위기를 가르는 것은 주로 날씨와 경찰의 대응 강도 등이죠. 물론 앞으로의 진행 방향에 대해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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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이택광 교수님의 글을 추종적으로 좇는 중이었고, 과거 "수호지" 와 "삼국지" 등(평역이지만요...) 언급된 작가(요즘은 마음에서 멀어지더군요)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던 시기가 '있었던' 지라 그 작가의 최근 행보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신 것이 있으시면 제 생각의 부족함을 채워보려 했습니다^^

    정태님의 답변을 기다리다가 조바심에 교수님께 실례임에도 불구하고 연락을 드려 "사석에서 한 말씀" 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교수님의 생각은 저서(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에 잘 정리되어 있음을 미리 짐작해 알지 못한 제가 불민했고, 정태님께도 귀찮음을 드린 듯해 사과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심리치료처럼 습관적으로 글을 씀으로써(물론 정태님의 글을 보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것들입니다만...) 자기를 다스려보는 사람으로서 정연함과 예리함이 미학적으로
    다가오는 정태님의 글에 항상 감사함 느끼고 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도둑 공부하듯 좋은 글 많이 보고 가며 감사하면서 죄송한 마음 남기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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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사석에서 오간 이야기를 제가 블로그에 공개한 것이 옳지 않은 일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물론 그분이, 비록 사석에서라도 책임지지 않을 말을 하지는 않는 성격의 소유자라 해도, 그것을 공개된 인터넷 공간에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지요. 제 입장에서는 귀찮다기보다는 다소 경각심이 든다고 해야 하나, 그렇습니다. 그러니 지나치게 미안해하시거나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도움을 얻고 계시다니 제가 도리어 감사할 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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