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6

대한민국 헌법 제119조 2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며 시위대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노래하고 있던, 문제의 5월 31일 밤. 그런 시위가 있건 말건,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제18대 국회의 첫 번째 법안을 발의했다. 그 내용은 다름아닌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면제였다. 시가가 1억이건 100억이건, 1가구 1주택이면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우리가 광화문 사거리를 뚫고 안국동으로 진격하고 있을 때 상정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노래하며 광장에서 빈둥거리는 6월 2일 이후의 '촛불시위'와, 그러한 종류의 '참여'에 과다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부 네티즌들에게 내가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민들이 거리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6월 10일 100만 명이 모인 이후 한국의 쇠고기 문제가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을 미국도 비로소 눈치챘고, 그에 따라 폴 크루그먼을 비롯한 다양한 논자들이 여러 의견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시위의 목적이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탈당파들의 복당을 일부 수용하면서 한나라당은 명실공히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는 여당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가 당권을 잡고, 현재로서는 분위기가 많이 죽었지만, 총리까지 된다면 그 결과는 실로 파멸적이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지난 포스트에서 "죽 쒀서 개 주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쁘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굳이 더러운 비유를 써서 말하자면,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여 죽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촛불시위가 불타오르고 있거나 말거나 한나라당은 종합부동산세의 적용 대상을 축소하려 들 것이고, 사학법을 더욱 나쁜 방향으로 개정할 것이며, 기득권층에게 눈엣가시와도 같은 헌법 제119조 2항을 슬그머니 빼는 쪽으로 개헌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추상적인 구호만이 가득한 촛불시위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헌법 제1조 1항이 상징하고 있는 바는 매우 크다. 하지만 구체적인 차원으로 내려와보면, 대한민국의 경제 정의를 지켜온 것은 사회적 시장경제질서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19조 2항이다. 자유 시장경제질서 원칙을 정하고 있는 동조 1항과 함께, 119조 전체를 우선 살펴보자.

제119조

1.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2.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얼핏 보면 당연한 말 같지만, 이 당연한 말이 헌법에 써있느냐 마느냐가 낳는 차이는 매우 크다. 이번 촛불집회와 가장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주제를 통해 그 영향의 일부를 살펴보자. 흔히 '신문고시'라 불리는 '신문업에있어서의불공정거래행위및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유형및기준'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부는 바로 저 119조 2항을 근거로 신문고시와 그에 따른 무가지 경품 배포가 합법임을 확인하였다(2002. 7. 18. 2001헌마605 전원재판부).

신문고시에 따르면 신문판매업자는 신문구독자가 내는 1년 구독료의 20%를 상회하는 무가지 혹은 경품을 제공할 수 없다. 신문고시는 그러한 행위를 불공정 거래로 규정하고 있다. 규정에도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신문업에있어서의불공정거래행위및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의유형및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1-7호) 제3조(무가지 및 경품류 제공의 제한)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는 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1항 제3호 전단에 규정하는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된다.

1. 신문발행업자가 신문판매업자에게 1개월 동안 제공하는 무가지와 경품류를 합한 가액이 같은 기간에 당해 신문판매업자로부터 받는 유료신문대금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2. 신문판매업자가 독자에게 1년 동안 제공하는 무가지와 경품류를 합한 가액이 같은 기간에 당해 독자로부터 받는 유료신문대금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이 경우는 구독기간이 1년 미만인 때에도 같다.

3. 신문발행업자가 직접 독자에게 1년 동안 제공하는 무가지와 경품류를 합한 가액이 같은 기간에 당해 독자로부터 받는 유료신문대금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이것은 우리가 흔히 '조중동 찌라시'들이 벌이는 패악 중 하나로 지목하는 바로 그 행위를 막는 것으로, 언론 정의를 실현함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 하나이다. 이에 신문 독자인 청구인 1과 신문 배급소를 운영하는 청구인 2가 공동으로 신문고시의 위헌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재판소의 판결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신문 독자는 신문고시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이유가 없다. 반면 신분 배급자의 경우, 지금 내가 이 글에서 인용하지 않은 다른 청구이유에 대해서는 관련이 없으므로 청구가 각하되었지만, 신문고시 3조 1항에 대해서는 심리에 들어갔다. 길고 긴 판결문의 끝에서 최종적으로 맞닥뜨리는 것은 결국 헌법 제119조 2항의 사회적 자유경제국가 규정이다.

이 사건 조항은 신문판매업자가 거래상대방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무가지와 경품의 범위를 유료신문대금의 20%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신문판매업자의 사업활동의 자유와 재산권 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기는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신문판매업자에 대한 이러한 행위제한은 무가지와 경품등의 과다한 살포를 통하여 경쟁상대 신문의 구독자들을 탈취하고자 하는 신문업계의 과당경쟁상황을 완화시키고 신문판매ㆍ구독시장의 경쟁질서를 정상화하여 민주사회에서 신속ㆍ정확한 정보제공과 올바른 여론형성을 주도하여야 하는 신문의 공적 기능을 유지하고자 하는데 주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며, 나아가 무가지 살포와 경품 제공은 결국 신문의 구독강요에 흐를 위험이 큰 점을 고려할 때 일반 국민인 신문구독자가 내용상 자신이 선호하는 신문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을 억지하고자 하는 목적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고시 내용에 의한 신문판매업자에 대한 규제는 신문업에 있어서의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경제적 규제로서 헌법 제119조 제2항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이며, 따라서 결국 이는 헌법 제119조 제1항을 포함한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조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강조는 인용자)


이런 '독소 조항'이 헌법의 한켠에 버젓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은, 1987년 6월 시민항쟁 이후 7, 8, 9월에 걸쳐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흔히 '789 노동자 대투쟁'이라 부르는 이 항쟁이 있었기 때문에 개헌 과정에서 사회적 경제질서를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큰 힘이 실릴 수 있었고, 그 결과 우리는 민주공화국이며, 동시에 사회적 자유경제질서하에 움직이는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헌법의 규정이 그 자체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마저도 없으면 노동자와 시민들의 경제적 권리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수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무너진다. 이것은 심지어 홍준표마저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 "헌법 119조 2항은 사회적 시장경제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시장을 전부 일대일의 대결구조로 만들어 버리면 대기업만 살아남는 시장구조가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도 살고 근로자 살고, 힘없는 사람도 사는 구조를 만들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헌법상 원칙이 있다"며 "그 원칙이 이번 화물연대 파업사태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헌법 원칙에 의거해서 개입할 것은 개입해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화물연대가 불법파업에 나서게 된 절박한 배경을 정부가 헤아려서 헌법원칙에 맞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요즘 철근 값이 인상되면서 건설업계, 중소기업이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다"며 "그 문제도 결국 헌법 119조 2항에 따라 정부가 앞으로 약자들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인지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헌법, '사회적 시장경제' 천명 적극 개입해야"(뉴시스, 2008년 6월 15일)


'일반 시민'들의 촛불시위만으로는 한나라당의 연이은 악법 제정을 막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개헌을 통해 헌법 제119조 2항을 제거하는 일에도 속수무책이다. 구체적인 개정안에 대한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단지 개인들이 모여있을 뿐인 그런 '대중'이 아닌, 자신들의 경제적 요구 사항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는 '집단'들의 연합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나는 '일반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무의미하다거나 도움이 안 된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이 사회적 기득권층에게 줄 수 있는 위협의 정도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조중동의 광고를 며칠간 끊어놓을 수 있지만, 한나라당이 신문고시를 폐지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파업중인 노동조합이라고 해서 그 모든 문제에 해답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는 것은, 현재 완전히 마비되어버린 부산항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이명박 정권이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자본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위의 공격적인 파급력에 있어서 파업과 촛불시위는 작동하는 방식도 다르고 그 영향력도 다르다. 이것은 하나의 수직선 위에 올려놓고 직선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파업이 자본가들의 목줄을 졸라 이명박 정권의 궁극적인 지지기반을 흔들리게 한다면, 촛불시위는 시민들이 정치적인 관심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양자가 서로 보완해나갈 때 우리는 이번 시위의 승리 가능성을 비로소 엿볼 수 있다.

비유하자면, 파업하는 노동조합은 마린이고, 촛불시위하는 시민들은 메딕이다. 6월 10일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은, 이명박이 쌓아놓은 컨테이너 박스 너머에 메딕만 다섯 부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비유를 노동조합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물병을 던져야 한다는 그런 식으로 이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나는 폭력시위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파업을 옹호하고 있다. 파업 또한 평화적인 시위의 일부분이다. 나 또한 파이어벳이 나오지는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굳이 한 번 더 강조한다.

제발 현실을 직시하자. 국회를 한나라당이 가져갔다. 동시에 대한민국은, 어찌되었건 법치국가이다. 18대 국회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말이지 마음 내키는대로 사회를 뜯어고칠 수 있다. 현재 야당들의 꼬락서니를 볼 때, 그러한 발걸음을 원내정치를 통해 제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러므로 나는 2008년에, 1987년의 6월 항쟁만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789 노동자 대투쟁까지도 함께 부활하기를 희망한다. 촛불과 깃발이 함께 서야 거대여당과 재벌의 횡포로부터 중산층과 저소득층, 그리고 중소기업의 권리를 간신히 지켜낼 수 있다.

현재 정부는 화물연대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업무개시 명령이 떨어진 후에는 강제진압이 시작될 것이다. 나는 촛불들에게 묻고 싶다. 5월 31일 밤, 안국동 골목에서 물대포에 맞서 싸우던 깃발 중 금속노조의 것을 기억하냐고. 보건의료노조 사람들과 함께 모닥불을 피워놓고 몸을 말리던 그때를 잊지 않았느냐고. 현재 촛불정국의 2라운드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제는 아가씨들이 아저씨들을 지켜줘야 할 때인 것이다. 헌법 제119조 2항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촛불은 더욱 굵어져야 한다.

댓글 21개:

  1. 잘 보았습니다. 119조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동시에, 시민과 노동자가 왜 연대해야 하는가- 를 잘 보여주는 글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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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감사합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7.4%가 아니라 4.7%까지 떨어져도, 적법한 대통령은 적법하게 국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명박을 몰아내지 못할 거면 시민사회, 노동계급의 역량을 키워야 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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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잠시 가벼운 이야기. 크루그먼 아저씨 등의 코멘트가 속속 뜨다니, 이번 투쟁의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세계사적 사명감 비슷한 것을 지녀야 할 단계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세계와 역사가 모두 주시하는 순간에 살고 있는 것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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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여유가 되는 대로 번역해서 올릴 계획입니다. 한 마리의 크루그먼 빠돌이로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게 과연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지요. 제가 번역해서 올리기 전에 다른 사람이 해버렸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하지만 칼럼 하나 올라왔다고 해서 세계와 역사가 모두 주시하고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냥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또한 이게 자유무역이라는 경제학적인 테마를 건드리면서 동시에 미국의 식품 안전에 대한 문제 제기도 되기 때문에 크루그먼이 칼럼을 쓴 거지요. 번역을 하게 된다면, 그에 대한 코멘트 차원에서 이런 논의를 꺼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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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 맥락을 대충 알겠습니다. 다만, 역사가 이 순간을 보게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 정도는 스스로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라도 말할 수 있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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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마린, 메딕, 파벳 비유 정말 멋지네요.+_+

    저도 촛불시위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구호를 외치고 설득하고 홍보하고 알리는 광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글을 지지합니다.

    좌파들도 나와서 외치세요. 제가 문제시한 것은 각자 나와서 구호를 외치는 거 자체가 아니라 자신들의 구호를 모두에게 외쳐달라고 (명령)하는 거였습니다. 그럼 이미 다양이 아니게 되버리니까요. 설득해서 외치는 거야 괜찮지만 외치지 않으면 안된다, 외치지 않으면 비난,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거죠.

    제가 생각하는 연대의 의미는 다양한 구호가 촛불시위에서 공존하는 그런 의미입니다. 각자 자기 구호를 외치면서요. 똑같은 구호를 모두가 외치는 것이 연대라면, 그런 연대는 꼭 의무감이나 해야만 하는 그런 성격을 가질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거야말로 개인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되겠죠.

    역시 스타크래프트로 비유하자면 알리를 먹은 같은 편의 질럿을 메딕이 고쳐줄 수도 있는 거고, 알리를 안 먹으면 안고쳐줄 수도 있는 거겠죠. 저는 그래서 무조건 광장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의 각각의 구호를 같이 외쳐줘야 한다는 데에는 반대합니다. 일종의 연대의무론에 대한 반대라고 할까요.

    정말로 다양한 광장이 되기 위해서는 연대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 되어야 합니다. 안한다고 욕먹어서도 안되구요. (그들도 어차피 자기 구호를 외치러 나온 사람들이니까요.)

    누구나 나와서 자신의 구호를 말할 수 있는, 다양한 광장. 그리고 그것을 배제하지 않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 그것만으로도 저에겐 이미 연대라는 의미는 충분합니다. 거기서 누군가는 같이 외치게 될 수도 있는 거고 누군가는 외치지 않을 수도 있는 거겠죠. 하지만 나와서 자기 구호를 외치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물론 당연히 환영해야 할 일이죠. 그것은 제가 문제시하는, 자기 구호를 같이 외쳐주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연대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일 테니까요.

    어떤 구호는 같이 외쳐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나와서 자신의 구호를 외칠 수는 있죠. 사람들을 설득할 수도 있구요. 제가 반대하고 싶었던 건 나와서 구호를 외치는 거 자체가 아니라 연대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사람, 잘나신 사람이 되버리는 그런 연대의무론이었습니다. 연대가 자유 선택이 되고 또 토론을 통한 설득이 되고 다양하게 광장에서 자기 구호를 외치는 공간이 촛불시위가 되는 것은 아주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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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to 익명

    혹시 일간지 등에서 "나이브한 사고방식" 이라는 표현 들어보신적 있나요? 님같은 태도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시간나실때 KTX 여승무원 문제나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 서울대를 포함한 대학들의 시간강사 문제를 어떻게 "소비자 운동"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한번 머리굴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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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어느쪽이 더 나이브한 건지 모르겠네요. 연대의 자유는 사실 선택의 문제라기 보다도 그냥 사실입니다. 연대해라! 라고 명령한다고 사람들이 연대할까요? 어차피 하고 싶은 사람만 하게 되있는 거고 제가 반대하는 건 연대하지 않는 사람을 욕하고 비난해서 시위대 내에서 서로 싸우는 뭐 그런 사태입니다.

    혹시 소비자 운동 자체만 가지고 나이브하다고 하시는 거면 저는 소비자 운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네요. 단지 지금 촛불시위가 소비자운동이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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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그리고 관찰해본 결과 지금 님의 문제는 노정태씨와 정치적 스탠스가 다르단게 아니라 "할 말 안할말, 발 뻗을데와 안 뻗을데"
    를 구분 못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님의 입장으로서는 조금이라도 노정태씨 같은 사람의 충고를 경청하고, 개중에 쓸만한 이야기는 받아들이는것이 이득입니다. 이런글 공짜로 읽을수 있는 현실에 감사하고 님이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 (예컨데 진보운동) 글을 쓸 때는 표현수위를 좀 낮추도록 하세요. 그러면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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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말장난 하시나요? 당연히 "연대하라!" 고 한다고 연대하지 않죠. 연대라는건 공동의 이익을 위해 자기 이익의 일부를 포기하는건데, 그게 쉽습니까? 연대하란다고 연대하게? 그리고 도대체 이전 포스팅 어디에 연대하지 않는 사람들을 욕해서 분란을 일으키자는 내용이 있나요?

    그리고 님처럼 말장난으로 빠져나가자면 "노정태씨도 연대하기만 하면 모든게 해결된다고 한 적 없습니다." 이런식의 말장난이 반복되는게 의미가 있을까요? 님이 소비자 운동을 정말 대안이라고 생각하시면 거기 대해서 뭔가 생산적인 글을써보세요. 님이야 말로 님이 그토록 혐오감을 가지는 "말로써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키는 세력"이라고 생각해 본적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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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님은 그냥 아무 말 안하면 될 거 같습니다. 할말이 그런거 밖에 없으시다면요. 님의 글은 제 글에 대한 비판이 아닙니다. 단지 제 글에 대한 태도일 뿐이죠. 혹은 인상비평이거나요. 그런 말들만으로는 유효타가 나올 수 없습니다. 아니 그걸 떠나서 노정태님에게 한 말을 왜 님이 뭐라고 하나요? 보아하니 노정태님을 좋아하시는 분 같은데 제가 님하고 여기서 싸워봤자 노정태님에게 좋을 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그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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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to 익명

    어차피 저도 님이 촛불시위 참여 세력중에 의미있는 다수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운동권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다수겠지만, 그렇다고 님처럼 거부감을 넘어 그걸 정당화 하기 위해 가라타니 고진까지 끌어오는 열성분자는 소수일겁니다) 남의 블로그 익명으로 눈팅하는 처지면 피차 관객의 도리를 지키자, 이겁니다. 연극비평은 막 내리고 극장 밖에가서 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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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운동권에 대한 거부감도 있지만 촛불시위가 소비자운동인 것도 맞습니다. 가라타니 고진이 소비자운동에 대해서 말한 것도 맞구요. 소비자운동으로서의 촛불시위를 생각할때 가라타니 고진을 끌어오는 것은 전혀 오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건 운동권에 반대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구요. 소비자운동이 운동권에 반대하기 위해서 나온 건 아니니까요. 그냥 서로 다른 거죠.

    연대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노정태님이 비난하지 않았다구요?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염치' '그 잘나신' 이 두가지 문제적 표현이 전부 고전적 좌파적 사안으로서의 노동자 운동과 연대하지 않는 일반시민을 향한 말이었습니다.

    인터넷 글은 원래 공짜입니다. 덧글을 달려면 돈내고 달기라도 해야 하나요? 여기는 익명 덧글을 달 수 있게 되어 있고 저는 덧글을 달 자유가 있습니다. 님이 저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실 문제는 아닌 거 같은데요.

    저는 단지 노정태님 블로그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제삼자 분과 싸우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노정태님이 그걸 싫어하시기도 하구요. 원래 세상 모든 것에는 비판이 허용됩니다. 성역은 없어요. 비판을 원천봉쇄하는건 마치 디워 빠들이 그런 것처럼 잘못된 빠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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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바로 전 포스팅을 읽고 이 포스팅까지 읽으니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선명하게 설득되는 느낌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서 두 번째 문단의 '제제'는 '제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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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6월 10일, 그리고 그날 이후'와 그 이후 쓰신 글들은 스티로폼 사건 이후로 답답하고 우울하고 혼란스럽던 제게 가장 선명한 해답으로 다가왔습니다. 비아냥이 아니라 정말이지 공짜로 이런 글을 읽을 수 있다니 감사할 따름이죠. 바쁘시겠지만 계속 좋은 글 올려주세요. 그리고 사전에 노정태님께 허락도 구하지 않고 '6월 10일, 그리고 그날 이후'를 제 블로그에 일부 퍼 가는 짓을 했는데 원치 않으시면 지금이라도 지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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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가끔 들려서 퍼가는 것을 허락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자주 올려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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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으하하. 저분 또 오셨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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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익명/ 연대가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 저 또한 동의합니다. 글에서 느껴지는 뉘앙스에 대한 반감을 지나치게 긴 리플로, 여러 번에 걸쳐 반복해서 표현하시는데, 안 그러셔도 됩니다. 특히 그것이 리플 논쟁으로 번져가는 것은, 블로그 주인인 저 뿐 아니라 다른 방문자들에게도 눈쌀 찌푸려지는 일입니다.

    확성기로 방송하는 여경의 말을 빌려보겠습니다. 당신의 의견은 충분히 전달되었습니다.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소모적인 논쟁으로 변질되는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저는 블로그 관리자의 공권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2/ 원래 진보적인 가치를 설명하는 일에는 난관이 많이 따르는 법입니다. 저 또한 이번 계기를 통해 그것을 몸으로 다시 한 번 배우고 있는 중이죠. 설득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손님/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이 사안이 너무 크고 또 시시각각 변해서, 하나의 통일된 글을 통해 다룰 수 없다는 난점이 있죠. 그래서 꾸준히 써야 하는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이삭/ 네, 감사합니다. 정확한 출처를 밝히며 인용하신다면, 저에게 매번 굳이 허락을 받거나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 또한 6월 10일 이후의 혼란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계속 글을 쓰게 됩니다. 이삭님도 스스로 느끼시는 바를 표현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익명/ 위에서 이삭님께 말씀드린 것처럼, 정확한 출처를 표시해주신다면 퍼가거나 인용하는 것 등에는 제약이 없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 뭐랄까, 아주 할 말이 많은 분이신 것 같은데, 그렇다면 가급적 '익명'이라는 이름으로 제 블로그에 리플을 다는 것보다는 본인의 공간을 마련해서 글을 쓰시는게 어떨까 싶군요. 좀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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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최근 촛불 시위의 양상을 보면서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시위 참가자 숫자의 감소 등을 보면 우려하던 방향으로 전개 되는게 아닌가 싶구요.

    축제같은 시위를 하더라도, 스스로 '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과 싸움의 최종 목적과 타켓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늘 불안했는데.....

    저도 현 이명박 정권의 독주를 박고 타격을 가하는 길은 노동자들의 총파업과 이것을 자신의 문제로 연결시킨 시민들의 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역설적으로 서민들의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합니다. 그래야 노동자의 파업을 일반 시민들이 자신들의 문제로 연결해서 생각할테니까요.

    이명박 정권의 퇴진 운동은 지금으로선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고, 아마 이 정권 중후반에나 국민들은 들고 일어나야 하나 생각할지도 모르겟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최대한 미국을 닮은 사회로 나아갈 뿐,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났던 것 혁명적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는 - 국민의 절반이 노점상을 하던 그 네들과 우리의 상황은 분명 다르니까요. 혁명의 추동성이 다르겠지요 - 것을 생각하면, 이리저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오는 느낌입니다. 노정태님은 이 정권의 중후반과 그 후 한국 사회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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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글 잘 보았습니다.
    http://miniwini.com/miniwinis/bbs/index.php?bid=talk&mode=read&id=106343&m=&s=&p=1&sp=&op=

    여기에 펌글 남겼는데, 괜찮을까요?
    안된다고 하시면 삭제하겠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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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명왕성/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시위대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직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오늘은 강남에서도 촛불이 켜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건 정말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대통령 이명박'에 대한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실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김종훈 협상대표가 귀국하고 노동계의 파업이 본격화되면 다른 정국이 펼쳐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더 자세한 예측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죠. 지금으로부터 석 달 뒤 한국사회가 어떻게 굴러갈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튼 긍정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한국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겠죠. 참고로 저는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혁명'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선호와 지향의 문제라서, 리플을 통해 논할 주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 출처가 표기되었으므로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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