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7

대화와 소통과 자치공간



오늘자 경향신문에 실린 칼럼, "겁먹은 20대와 '쇼크 독트린'"은 기본적으로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에서 출발하고 있다. '쇼크 독트린'은 비단 20대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서울 시내 한복판에 컨테이너 박스로 장벽을 쳐버리는 그것 또한, 일종의 '충격 요법'인 셈이다. 방패로 땅을 찍고 구호를 외치면서 달려드는 전경들 또한 시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한 기제이다.

20대들이 '정보'와 '소통'으로 '쇼크 독트린'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대화와 사색을 위한 공간과 시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이 세워주는 으리으리한 건물에는 자치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과거의 대학생과 현재의 대학생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차이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자치공간이 있었지만, 지금의 대학생들에게는 몸을 누이고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한 뼘의 공간이 없다. 예전에는 세미나실에 모여서 그냥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스타벅스에서 4800원짜리 까페라떼를 주문하거나 토즈 등 공간을 빌려주는 업체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또 돈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 "겁먹은 20대와 '쇼크 독트린'"(경향신문, 2008년 8월 7일)에 대한 코멘트를 이 게시물에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댓글 5개:

  1. 슬프군요. 결국 신체적인 한계를 견뎌낼 초인적인 정신력이 필요하단 얘기인데... 이건 뭐 은행에서 모여 의견 교환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최근에 한 두시간 정도 공간을 빌려봤는데 가장 산 음료(2800원 가량)을 구입해야 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더군요. 19세기 이전의 지식인들 처럼 계곡이 흐르는 산으로 가 홀딱 벗는 수 밖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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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신체적인 한계를 이겨내는 초인적인 정신력보다는, 사회 구조적인 한계를 이겨내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연대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공간 빌리는 비용이 비싼 건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에요. 19세기 이전의 지식인들은 적어도 노비 한 두 명을 부리는 유산계급이었으니 그들의 경우를 현대의 사례에 적용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아무튼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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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괜히 딴지를 걸어보자면, '공간'의 다른 의미가 '웹'일 수 있을 텐데, 아고라든 어디든 어쨌든 지칠 때까지 '자유발언'을 할 수 있고 신문방송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생생한 체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웹상의 공간들이 좀더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한다는게 안타까워요. 웹을 뒤지다보면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에 포화상태가 되어버려 결국은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기 십상이잖아요. 소극적인 저항이더라도, 어쨌든 실행에 옮겨보는 그 첫걸음을 떼기만 하면,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없지도 않을 텐데.

    ---어쨌든 8월 15일 사수하는 겁니다 -_-

    ---그나저나 저 단편을 연출한 것이 알폰소 쿠아론이라니 놀랍군요. [이 투 마마]라든가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그 감독이라니...흠. 하긴 2006년에 [칠드런 오브 멘]으로 꽤 다른 행보를 밟긴 했었군요. 이 감독, 차기작 중에 [멕시코'68]이 있어요. 1968년 멕시코 학생운동에 관한 영화라네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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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 물론, 정태씨가 쓴 칼럼은 대학 내 공간에 중점을 둔 글이니까 전혀 딴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군 -_-; 위의 답글은 저 나오미 클라인 동영상을 보고 약간 감정이 동해서 남겼던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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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음, 그런 측면이 있죠 확실히. 웹 공간과 현실의 공간은 분명 다르지만, 정보를 얻고 나누는 목적이라면 웹 공간만큼 훌륭한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 또 없으니까. 그러나 말마따나 정보가 정제되어 있지 않은 채로 넘쳐나기 때문에, 웹만 바라보는 젊은 세대가 그 전 세대에 비해 지적으로 미성숙한 것도 사실이고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얼굴을 마주 보고 괜히 빈둥거릴 수 있는 그런 공간이지만, 웹 공간의 활용이 중요하다는 지적 또한 맞는 말이에요.

    8월 15일에 어떤 참극이 벌어질지 나로서는 이제 짐작을 할 수도 없어요. 그냥 일단 가서 서있기만 해도 무지 더울텐데, 게다가 전경들은 또 월월 하고 있을 거고.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다 했더니 해리 포터 감독 그 양반이었군. 나름대로 좌파 경력이 있거나 지향성을 감추고 있는 사람인가봐요. 사실 내용만 놓고 보면 다소 건조하거나, 괜히 사람들을 겁주기 십장인 영상인데, 마지막에 잔잔하게 희망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끝나는 것이 참 인상적이죠. 그게 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으니까 나온 거였구나 싶어요. 좋은 리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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