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1

청년들을 개·돼지 취급하는 나라

너무 심한 모욕을 당하면 어이가 없어서 화를 못 내는 경우가 있다. 요 며칠 사이 출산율과 관련하여 정부와 새누리당이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그렇다. 이들은 가임기 여성과 혼인 적령기 남성들을 딱히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 같다. 어서 너희들이 새끼를 쳐야 할텐데, 라고 혀를 차는 양돈장 주인의 눈빛에 더욱 가깝다고 생각한다.

10월 1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안)을 내놓았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사회 전반에 만연한 비혼(非婚)·만혼(晩婚) 경향이라는 것이 그들의 분석이었다.

일단 이 분석부터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그 어떤 선진국에서도 비혼과 만혼을 줄여서 출산율을 높이지는 못했다. 출산율을 회복한 나라가 없지는 않다. 프랑스가 그런데, 프랑스는 비혼여성들이 낳은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복지와 인식 개선을 통해 출산율을 회복했다. '출산'을 '결혼'과 연결짓는 한, 현대 산업 사회의 국민들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을 꺼리게 된다. 반대로 그 연결을 끊으면 끊을수록, 자녀를 낳고 기르고 싶은 자연스러운 본능이 발휘되어, 출산율이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정부의 판단은 정 반대다. 빨리 시집 장가 보내서 애 낳게 해야 한다는, 전지적 시부모 시점으로 청년 세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나오는 대책의 모습은 인격과 판단력을 지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이 사회의 정책결정자들은 애완견 눈 맞추는 브리더들처럼, "국가가 나서서 미혼 남녀를 위한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1]다.

"광역지자체가 복지부 소관 단체인 인구보건복지협회와 함께 '만사결통(萬事結通·만사는 결혼에서 통한다)'이라는 단체 맞선 프로그램을 마련해 총각, 처녀 사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2]

이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아니다. 청년들을 진정 '사람'으로 본다면, 서로 자유롭고 자발적인 만남을 갖고 결혼을 할 수 있도록 사회 여건을 개선하면 될 문제다. 청년들을 단지 '일해서 세금 내고 번식해서 그 뒷세대 낳을 것들'로 바라보고 있으니까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암컷 수컷 눈 맞춰주면 번식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말이다.

내가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도 그런 고민을 안 해봤던 것이 아니지만, 10월 21일자 뉴스를 보고 의혹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국회에서 열린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1년 정도 앞당기고 초등학교를 6년제에서 5년제로, 중·고 6년을 5년으로 줄이는 학제개편까지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3]했다.

입학연령 1년, 초등학교 1년, 중학교 고등학교 각각 1년씩 해서 총 4년을 빨리 졸업시키겠다는 이야기이다. 현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대학 교육을 빨리 받게 하기 위해서? 절대 아니다. 어서 고등학교 졸업해서 결혼하고 애 낳으라는 소리다. 청년이라는 이름의 개·돼지들, 국민이라는 이름의 가축들에게, 어서 번식하고 새끼 쳐서 세금 내고 국민연금 납부할 장래의 또 다른 가축을 생산하라는 대한민국 축사 주인들의 헛기침 소리인 것이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말을 들어보자. "재정투입 중심의 출산과 보육대책이 축을 이루고 있어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발상의 전환과 획기적인 대책을 요구했습니다."[4] 실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긴 하다. 국민을 '사람'이 아니라 '가축' 취급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번식의 본능이 있다.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빼닮은 아이를 낳고 싶어하며, 건강상의 이유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경우에는 입양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모든 여건이 바람직하다면, 적잖은 사람들은 알아서 자녀를 낳고 기른다.

높으신 분들은 안달이 나 있다. 이 국민이라는 이름의 가축들이 어서 새끼를 쳐야 자신들이 계속 지배자 노릇을 할 수 있을텐데, 왜 이것들이 번식을 안 하는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을, 청년들을 바로 그렇게 가축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간단한 진실을 그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런 모욕적인 '정책'으로 출산율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심지어 동물도 여건이 안 좋으면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은 다음 기르지 않고 물거나 밟아서 죽여버린다. 나치 독일에서도 국민 강제 번식 정책을 추진한 바 있었지만 실패했다. 사람을 가축 취급하는 이 나라의 국격은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하루에 8시간 일하고, 충분한 급여를 받으며, 안정된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준다면 출산율은 장기적으로 알아서 회복될 것이다. 반대로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정책을 빙자한 모욕이 쏟아진다면, 글쎄, 사람들이 과연 언제까지 참아줄 성 싶은가?



[1, 2] 연합뉴스, "<인구위기> ② 국가가 처녀총각 단체 미팅 주선한다", 2015년 10월 18일,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10/16/0200000000AKR20151016186900017.HTML

[3, 4] SBS뉴스, "새누리, 초등학교 조기입학 추진…"신중해야"", 2015년 10월 21일,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228032&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댓글 23개:

  1. 해당 학제 개편은 노무현 정권에서도 국정목표로 추진되었던 사안이고...근대국가의 폭력성에 대한 주목이면 모를까 글 좀 너무 편하게 쓰시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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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님도 제발 이런 편한 글 좀 써주시고요. '이것도 알고보면 노무현이 하려고 했다'는 편한 폭로글 원합니다. 근대 국가의 폭력성까지 갈 것까지도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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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당정협의' 에서 논의된 학제 개편인데 당연히 연결되는 주제죠. 노무현까지 끌고올 필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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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여기서 노무현이 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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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뭐만하면 노무현 노무현... 노무현 없었으면 글 어떻세 읽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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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전형적인 진형논리네요. 학제 개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보는게 아니라, 일단 글쓴이는 노무현의 지지자 인것 같고, 그래서 맘에 안들고, 그러다 보니 학제 개편에 대한 내용보다는 노무현이 하려고 했다라는 결론이 도출되는것으로 보입니다. 정상적인 사고라면 왜 학제 개편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역설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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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전형적인 진형논리네요. 학제 개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보는게 아니라, 일단 글쓴이는 노무현의 지지자 인것 같고, 그래서 맘에 안들고, 그러다 보니 학제 개편에 대한 내용보다는 노무현이 하려고 했다라는 결론이 도출되는것으로 보입니다. 정상적인 사고라면 왜 학제 개편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역설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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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주장과 자기확신을 재료로, 진영논리를 조미료로 해서 전형적인 "쓰기 위해 쓰는 글"을 내어놓고 있으니 기가 차서 하는 소립니다. 노 전 대통령을 걸고 넘어진 거 진영논리 맞죠. 그렇게 들리라고 썼고요. 그건 알아보시겠는 분들이 학제 개편도 출산율도 고령화 아무것도 깊이 생각해본 적 없이 그냥 새누리가 싫어서만 단숨에 써 내려간 이 글의 진영논리는 왜 안 보이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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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조선일보 사설 옆에 놓고 이 글 한번 비교해 보세요. 놀랍도록 똑같은 거울쌍이 보일 겁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비판한다고 (혹은 그러는 것 처럼 보인다고) 자동적으로 어떤 글이 논리적 정합성을 부여받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 블로그에 무슨 글을 못 쓰겠습니까만 청년논객 소리 듣던 사람이 쓰는 글 치곤 너무 싸구려라서 경악스러움에 댓글을 안 달 수가 없어요. 도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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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새누리가 싫어서? 무슨 어린아이 떼쓰기도 아니고...
      정부여당의 분석이 잘못되었으니 그 대책도 잘못되었다는 아주 간단한 논리인데 그런 단순한 것도 못 읽고 스스로 진형논리에 매몰되는 분이 무슨...
      출산율 재고에 대한 대책이 학제개편, 정부차원의 미팅주선이라는 어이없는 것인 근저에 정부의 이런 시선이 담겨있는 느낌이 든다는 지극히 단순한 글입니다. 이 글 어디에 진형논리가 있는지??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말조차 모르는 분은 아니길 바랍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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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잘못했으면 비판받아야지. 진영이 어디든 상관없이. 노무현이 하려고 했으면 그분도 마땅히 비판의 대상이 되시는 것이고 새누리당만 까는게 꼴사나우시면 직접 능력껏 비판글을 생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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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본문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자도 안나오는데 뜬금 노무현도 그거 하려고 했었는데요? 하면서 양비론 수준의 트집잡기...
      그래서 지금 이 글의 주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학제 개편인가요?
      아니면 현 정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안)인가요?

      저 숲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더니 보라는 숲은 안 보고 그 손가락의 때만 찾고 계시는 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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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반대로 그 연결을 끊으면 끊을수록, 자녀를 낳고 기르고 싶은 자연스러운 본능이 발휘되어, 출산율이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요즘 학부 페이퍼도 이렇게 내면 욕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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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ㅋㅋ 님은 부디 페이퍼 저렇게 쓰지않고 에이더하기 꼭 받으시길... 아님 시간강사하셔서 저렇게 쓴 학부생 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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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위 문장, 정확히는 위 문장을 발췌한 문단을 읽으면서 본능적인 거부감이 일어나지 않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일이실 것입니다.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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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우물에 독타기 참 잘하시네요 ^^
      정량적 자료로 된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할 수 있을수는 있겠네요
      근데 님처럼 우물에 독부터 타면 뭐 어쩌란건지ㅎㅎ 참 어처구니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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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몇몇 문장의 거부감을 우선하여 편협적인 시선으로밖에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 글 전체를 보고 글의 내용과 주제를 이해할 줄 아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특히 글의 내용과 주제는 볼 줄도 이해할 줄도 모르고 그저 자기 마음에 안 드는 부분, 그것도 글의 아주 일부분만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부러워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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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완전공감 저출산 대책이랑 학기개편이 대체 무슨연관ㅋㅋㅋ 진짜 노답이다. 제발 그냥 가만히 있어주는 게 도와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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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총 4년이 아니라 3년 앞당기는것 아닌가요?
    기사를 읽어보니 입학시기 1년 초등 6년을 5년으로 중,고 6년을 5년으로라고 적혀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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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결혼을 안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애를 낳아서 살고 싶어도, 그 기반이 될 집값이 개 지랄났으니 이러는 거 아니냐.

    전세? 월세? 말이 좋지. 결과적으로는 내 돈 모아다가 바칠 테니 제발 어디 잘 곳만 만들어주십쇼 굽신굽신 이거 아니겠냐.

    애초에 근본적인 걸 해결을 안 해 놓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상만 갖다놓고 해석을 하니 저런 병신같은 정책이 튀어나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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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랑 완전 같은 생각.... 저도 완전 보자마자 노예들이 줄어들고 있으니 똥줄타나보네 이 생각했어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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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몹시 공감이 된다...
    마냥 부정적인 댓글다는 사람들은 알바인가 생각될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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