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2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기에

일제시대에 대해 사람들이 잘 말하지 않는 진실 중 하나. 독립운동한다고 도둑질, 강도질하는 자들, 또 반대로 도둑질이나 강도질하다 붙잡혀놓고 독립운동 한다고 둘러대는 범죄자들이 참 많았다.

물론 그들은 독립운동가가 아니었고, 독립운동에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칼 든 강도가 독립운동가 행세를 하는 세상에서 평범하게 일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독립운동가를 구분하기도 어렵거니와 안다고 해도 옹호하기 싫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니 말이다.

제아무리 좋은 대의를 갖다 대더라도 인간 세상에서는 지켜야 할 법칙이 있다. 그 중 정말 어기면 안되는 것은 이미 다 형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횡령 같은 것이 그렇다. 설령 전쟁중이어도 전투의 일부로서 벌어지는 인명 손실이 아닌 살인은 처벌받는다. 그래야 인간 사회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정의연 앞에 판단 중지'를 외친 한 기자 칼럼을 본 후, 구역질나는 기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바로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포진하여 진정한 진보 운동의 출현과 정착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칼럼을 쓰는 사람, 이런 글에 동의하는 사람, 당신들이 소위 '적폐'와 다를 게 무엇인가.

댓글 11개:

  1. 『크리톤』에서 크리톤이 소크라테스에게 탈옥을 권유할 때 소크라테스는 정의에 대해 이렇게 대답합니다.

    "결코 정의롭지 못한 짓을 해서는 안 되네."
    "정의롭지 못한 짓을 당하더라도, 다수의 사람이 생각하듯이, 보복으로 정의롭지 못한 짓을 해서도 안 되네."

    그리고 탈옥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정의롭지 못하다고 대답합니다.
    1. 탈옥은 법률과 나라를 파멸시킨다
    2. 부당한 판결 때문에 탈옥하는 것은 보복으로 법률과 조국을 파멸시킨다
    3. 탈옥은 정의로운 계약과 합의를 파기한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란 말을 실제 하지는 않았다는 걸 이젠 꽤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그걸 비틀어 '법', 나아가 '원칙'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소크라테스는 "정의로운 것들과 정의롭지 못한 것들에 관해 전문 지식을 가진 한 사람과 진리 자체가 뭐라고 말할 것인지에 주목해야 하네." 라고 대답하고 있죠.

    거칠게 말하자면 이건 '기자 나부랭이'가 선명함에 집착하지 마라 할 문제가 아니란 겁니다. 물론 어느 쪽이든 군중의 아우성도 불필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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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하지 않았지만, 말씀하신대로 법이라는 게 지키라고 있는 것이며 그게 사회의 근간임을 천명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민변이나 우리법연구회 등 소위 '진보적'인 법률가 집단의 주장 혹은 망상과 달리, 구스타프 라드부르흐 역시 '합법적 불법'을 논한 그 유명한 논문에서 정의에 대한 추구가 결국은 더 넓고 확실한 법적 안정성을 위한 것임을 밝힌 바 있고요.

      자기네 편 아닌 사람들을 골라서 까발려라 뒤엎어라 솎아내라 이러는 건 법도 아니고 정의롭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법조인 집단에서도 저런 소위 '인민재판'에 부응하는 기색이 역력하여 정말 우려스럽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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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요즘 사회 전반에 꼭 필요한 정신 중 하나는 '단독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화뇌동하지 말고, 친구 선배 동문 따라 강남 가지 말고 자신의 실천적 지혜와의 치열한 문답 끝에 내린 결론을 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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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재벌에게 받은 돈 10억은 어차피 더러운 재벌이 쉽게 모은 돈이며 그들에겐 껌값이니 그 재벌기업에겐 사용처를 '통보'만 해 주면 되는 것이었을지도요.
    일반 시민이 기부한 돈은 이 시민들, 어차피 나처럼 평생 운동에 인생을 바쳐서 희생한 사람들의 '덕'을 보고 사는 사람들이니 그들에게 모은 돈이야 나처럼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내 친구들 그 자녀들에게 장학금이다 소녀상 건립이다 나눠주고 나눠 먹는 경제 공통체가 뭐 그리 잘못이냐고 생각하는지도요.

    하긴 이 모든 관점에서 자신들만 절대 선이니 자신들의 운동에 근본적인 정당성을 부여하신 할머님들조차 (할머님들의 슬픈 표현대로) 앵벌이로 만들어 어디서 돈을 뽑아 올 생각만 했겠죠. 그 할머님들도 결국 자신들이 베풀어서 국민적 관심을 받은 분들이라는 삐뚫어진 생각을 지금도 버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용수 할머님의 기자회견과 증언이 '기억이 왜곡되'어서 나온 것으로 치부한다면, 그 존립의 기반에 대해 스스로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죠.
    이용수 할머님이 이제라도 사실을 밝히고자 하신데 대해 '후손에게 거액을 물려주고 싶으신가 보다' 는 내용을 쓴 관련자의 페북 입장문은 아마도 지난 오랜 시간동안 기생하며 거액을 유용한 사람이 그간 어떤 마음으로 그 돈을 다뤄왔는지 고스란히 드러난 글이라 생각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 모든 행위를 감싸고 돌며 심지어 비판적인 말 나올까봐 '함구령'을 내린 집권 여당은 정치동물 그 이상도 아니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내 편 들어주느라 "30년 할머님들을 위해 희생한 정의연, 정대협을 함부로 비판하지 말라"며 "지켜보자"는 사람들도 기꺼이 정치 동물농장의 일원일 뿐 입니다.
    "이 사건을 또 다른 악의 축인 검찰이 수사하기 때문에 애초에 불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다" 라면서 사회의 기본 근간인 법체계를 무시하는 이들이 넘쳐 나더군요. 그 잘나신 분들보다 오히려 기사에 달린 일반 시민들의 댓글이 더 합리적이고 도덕적입니다.


    할머님들이 그간 겪어오신 일들과 대접에 대한 참혹함, 할머님들에게 기생한 인간들과 그 경제 공동체에 대한 역겨움,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해서 공격하고 방어하는 사람들이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갖출 가능성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며 느끼는 암담함. 충분히 표현할 단어를 찾을 수가 없는 요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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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인데, '세상에서 돈이 제일 더럽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오히려 돈이 가장 깨끗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 온갖 정의롭고 아름다운 명분을 둘러쳐놓고 드러나지 않게 싸매고 있던 치부가, 부동산 거래라던가 기부금의 사용 같은 돈 문제 앞에서 와르르 드러나고 있는 것을 보면 드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현대중공업에서 준 기부금 10억을 '더러운 재벌 돈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면(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했을 가능성이 매우 커보입니다만) 정말 큰 오산인 거죠. 돈 문제가 깨끗하지 않으면 그 어떤 일도 깨끗할 수 없어보입니다.

      지금 이 문제는 결국 '어떤 대의명분을 위해서라면 뭘 해도 된다, 결국 다 용서된다'는 이데올로기적 구조가 있고, 그런 틀을 이용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워넣는 인간 본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굴하지 말고 비판해야죠. 빵과 장미님께서도 기운 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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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제가 요즘 참담함을 느낀다지만 30년을 믿고 의지하는 단체에 알면서도 속아야 했던 그 분들만큼 힘들겠습니까. 이 세상의 여성들과 미래 세대를 위해 중대한 증언을 하신 이용수 선생님의 커다란 용기에 예를 갖춰 먼 곳에서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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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러니까요. 저같은 사람이 힘들다고 찡찡거리면, 당사자로서 수십년을 그리고 또 30년을 살아오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정신 차리고 기운 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말을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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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노정태님 // '어떤 대의명분을 위해서라면 뭘 해도 된다, 결국 다 용서된다'는 이데올로기적 구조, 저 구조가 사실상 지금까지 민주화 운동, 노동 운동 인사들을 지탱해 온 게 아니겠습니까.
      칠팔십년대엔 자신들이 기성 권력에 저항하는 소장파였으니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이젠 그들이 기성 권력이 되었으니 확연히 보이게 된 거죠. 그렇게 신화가 된 계몽은 자신들이 그토록 혐오하던 구습을 더욱 공고히 하고요.

      빵과 장미 // 어디까지나 밝혀진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 보고, 저는 윤미향 당선자, 이용수 선생님 어느 쪽에 대해서도 섣부른 판단은 삼가고 있습니다.
      다만 이용수 선생님을 향한 군중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언동은 도저히 생리적으로 못 참겠더라고요.
      정치적 음모론을 전제한 개인에 대한 린치에 무감각해지는 건 위의 '대의를 위해선 뭐든 용서되는 이데올로기' 의 연장인 셈이지요.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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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Erasmut/ 그렇습니다. 그러한 행태를 '저항적'이라는 이유로 관용해왔던 것부터 반성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아무리 개판이었어도, 최강욱 같은 형사피의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더니 법사위에 들어가겠다고 설치는 꼴을 연출하지는 않았었습니다. 한국은 정말 급속도로 후퇴하고 있는데, 586 이데올로기에 푹 젖어 있는 이들은 그 사실을 일부러 도외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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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Erasmut 님/ 대의를 위해 뭐든 용서되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서 개인에 대한 린치를 저지르며 이에 대해 사람들이 무감각해 진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제가 읽은 글 중엔 심지어 '반일'을 위해 지금 할머니 한 분이 중요하냐는 글도 있더군요.

      이용수 선생님 비롯하여 피해자들은 제국주의가 일으킨 전쟁에 동원되어 그들의 삶, 특히 여성의 삶이 파괴되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전쟁 속에 잔인하게 파괴되는 여성의 문제를 환기시키셨습니다.
      그런데 전쟁에 여성들을 끌고 가서 전쟁의 도구로 써먹은 제국주의나, 지난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피해자를 자신들의 운동의 도구로 사용하고 "잇속"을 차린 단체들이나, 2020년에 '반일이 중요하지 할머니가 중요하냐'는 댓글러나 개인의 삶에 대한 존중이라곤 전혀 없다는 것이 저는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점이 너무도 씁쓸합니다. 수십년에 걸쳐 사람을 두 번, 세 번 죽인다고 하는 것은 이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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