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디 워'를 보지는 않았지만, 방안에 모기가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 신경 쓰인다. 내 집은 남산에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붙어있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해충이 많다고 할 수도 없고 적다고 할 수도 없다. 도무지 다른 동네에서는 본 적도 없는 꼽등이 따위가 활개치고 다니는데, 홈메트 한 장만 켜면 모기장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도 숙면을 취할 수 있을 만큼 통제가 되기도 하니까. 어쩌면 이게 정상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을이를 너무 홀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나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집에 들어가서는, 맛있는 것을 주고 고작 몇십 번 정도 쓰다듬어 준 다음 잠들었다 벌떡 일어나 다시 문을 박차고 나섰다. 가을아, 아빠 회사 갔다 올게, 라고 하면서. 내가 너무 감정 이입을 해서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겠지만, 내가 회사 갔다 온다는, 혹은 학교 갔다 온다는 말을 하면서 빠이빠이 손을 흔들면 가을이는 다소 실망한 표정으로 와서 최후의 발악처럼 손을 깨문다. 훗, 어차피 같이 있어봐야 서로 누워서 더 잠을 자도록 충동질하는 것 말고는 하는 것도 없는데.
요즘 사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다. 제한된 시간 안에 일정한 퀄리티의 글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피곤하다. 한때는 듀나처럼 매일 업데이트를 하면 이런 식의 게으름증 내지는 무기력증이 치유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하루 하루 그런 짓을 한다는 것 자체가 듀나가 듀나임을 증명해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7월 한 달 동안 일곱 편인가 여덟 편인가 아무튼 그만큼 영화를 봐놓고도, 그것도 두 주의 주말에 몰아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글로 정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꼭 영화에 대한 것만도 아니다. 지금 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의 다음 화가 방영될 수요일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런 말을 글로 풀어놓지는 않는다. 말은 그래도 조금 한다. 이 괴리를 극복해야 한다고, 머뭇거리다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도록 강요한다.
비틀즈의 'I Will'은 너무 좋다. 지금 두 가지 버전, 엔솔로지와 일반 앨범판을 놓고 계속 반복하고 있다. 연애를 하고 있지 않고, 막상 시작하면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펼쳐질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아끼는 사람이 생기면 바로 이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꼭 안고 귀에 대고. 다들 그렇지 않을까.
정태야, 정말로 귀에다 대고서 너의 육성으로 그 노래를 들려줄 참이냐?... / kdy
답글삭제kdy/ 형한테는 할 일 없으니까 걱정 마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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