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2

6월 10일, 그리고 그날 이후

어제 쉬었고 오늘도 쉴 예정이다. 아마 오늘까지도 작은 규모의 촛불집회만이 진행될 듯하다. 대책회의는 10일 이후의 상황에 대해 똑부러지는 대책을 세워놓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수의 시민들이 KBS 경영권 흔들기에 맞서기 위해 방송국을 두르는 인간 촛불 띠를 만들자고 주장하고, 그에 따라 현장에 나가고 있지만, 아직 숫자가 부족하다. 게다가 정연주 사장 퇴진을 요구하던 KBS 노동조합과 손발이 맞지 않는 것 또한 사태의 해결을 어렵게 한다. KBS 노동조합과 정연주 사장간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많지 않으므로 섯불리 판단을 내리지는 않겠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6월 10일을 기점으로 촛불시위가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6월 첫째 주, 그리고 10일까지 광화문에서 발견되었던 지리멸렬한 분위기는, 사실 대책회의가 청계광장에서 진행하던 '촛불문화제'가 거리로 나와서 널부러진 것이다. 경찰은 청계천의 촛불문화제는 허용하겠지만, 집회 신고 없이 이루어지는 가두행진은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예전에 표명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합법'과 '비폭력'을 외치며 어깃장을 놓는 패배주의자들의 모습을 전혀 납득할 수 없다. 흐지부지 무너질뻔한 촛불시위를 지금의 규모로 키운 것은, 안전하고 평화롭게 문화제를 즐기던 다수의 '일반 시민'들이 아니다. 경찰이 때리면 맞겠다는 각오로, 연행하면 닭장차 투어를 떠나겠다는 발상으로 서울 시내를 쏘다니던, 1000명이 채 안 되던 또라이들에 의해 6월 10일의 폭풍이 몰아치게 된 것이다. 우유를 휘저어야 버터가 나온다.

"내가 만든 청계광장에서 학생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던 이명박의 말을 떠올려보자. 그는 진심으로 자신이 '문화제 참가자'들에게 일종의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광화문 사거리에 모여앉아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100만여명의 인파를 이명박이 두려워했을 것 같지도 않다. "내가 컨테이너를 쌓아서 임시로 만든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초여름밤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해도 이상할 게 없는 그런 인간이 이명박 아닌가. 그날 모인 사람들이 괜히 모인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명박산성을 향해 긴 행렬로 움직이던 스티로폼 박스를 보며 내가 환호성을 지른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저 위에 올라 방송장비를 가져다 놓고 이명박에게 소리를 지르면, 이쪽은 즐겁고 저쪽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터이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그런 일은, 진압이 불가능한 이른 시간대에 이루어져야 했다.

어제 쉬고 오늘도 쉬는 이유는 몸이 피곤해서가 아니다.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인간들인양 발악을 하고 있던 '비폭력 패배주의자'들의 횡포에 넌더리가 났기 때문이다. 그날의 상황을 제대로 모른 채, 마치 사실을 알기 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인권단체연석회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그 스티로폼을 공수해온 사람들이 연석회의이고, 그들의 기본적인 발상은 컨테이너 위에 올라가 연단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폭력에 환장한 우리의 '일반 시민'님들께서 두 차례에 걸쳐서 그 시도를 좌절시켰다. 만에 하나 불이라도 붙으면 어쩌냐, 컨테이너 박스 위에 올라가는 행위가 폭력 시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정말 0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이따위 논리를 들이댔다고 하는데 보면 알겠지만 이건 전부 반대를 위한 반대의 레퍼토리일 뿐이다. 박스에 올라가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청와대 쪽으로 내려갈 수는 없다. 그것은 1초만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비폭력 패배주의자들은, 스스로를 '일반 시민'이라 칭하면서도, 진정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을 결코 믿지 않는다.

아무튼 새벽 1시가 넘어서던 시점에 다시 스티로폼 박스가 공수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 운송대에 끼어들어서, 무대 가까운 곳까지 진출했고 열심히 박스를 날랐다. 이 지점에서부터 연석회의의 정치적 패착이 이어졌다. 광장에 모여있던 시민들 중 3분의 2 이상이 스티로폼을 쌓아서 컨테이너 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막고 있는 한 줌의 집단이 있다. 그렇다면 연석회의는 그 한 줌의 '시민'들과 어설픈 합의를 봐서 연단을 쌓고 그 위에 올라 자신들의 한풀이 발언을 늘어놓는 대신, 바로 그 비폭력 패배주의자들에게 이 사태의 책임을 물었어야 한다. 연석회의는 얼렁뚱땅 자유발언을 시작하였고, 큰 기대를 걸었다가 흐지부지 끝나는 모습을 보고 실망에 빠진 시민들에게 '아침이슬' 따위 노래나 부르자고 권하며, 마치 어린애 사탕 줘서 달래는 듯한 말투로 일관했다. 명박산성을 점령하지도 않고 그 뒤에서 아무리 어청수 욕을 해봐야 그게 무슨 소용인가?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행동이 낫다. 1시에 명박산성을 점령했더라면 그날의 열기가 지금처럼 식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렁뚱땅 자유발언이 시작되었다. 그토록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의사진행발언을 해서, 사태를 안정시킨 후에 자유발언을 하거나 말거나 해야 한다. 하지만 연석회의는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보다는 대강 봉합하고 넘기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여러분, 꼭 오늘이 아니어도 이 연단을 쌓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힘을 보여준 거죠, 그렇죠?" 연단에 올라온 사람이 이따위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반칙이다. 나는 그 어린애 달래는 듯한 말투가 역겨웠다. 단상으로 달려간 다음 항의했다. 당신들이 정 자유발언을 하고 싶으면, 당신들과 비슷한 말 하는 사람들만 올리지 말고, 이 연단 저쪽에 붙여서 쌓자는 사람도 자유발언 시키라고. 50대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자청했고 나는 한 발 물러나 내 친구와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운동권 말투가 베어있는 한 여성이 연단에 올라와 '좌파로서 내가 겪어온 설움'등을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닥쳐라', '내려와' 등을 연호하며 분노를 표현했다. 그러자 그 발언자는 '내가 발언하는데 닥치라고 하는 이게 민주주의인가요?'라고 울부짖었다. 물론 대중들의 태도는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까지 된 책임 중 일부는,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 스티로폼의 적하를 막고 있던 비폭력 머저리들을 제어하지 못한 연석회의에게 돌아가야 한다. 스티로폼이 이동하는 것을 본 순간, 명박산성을 점령하고 싶다는 대중들의 욕망은 눈을 떴다. 그것을 말릴 수 없다면, 그 욕망이 좌절된 분노가 자신들에게 향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방어라도 했어야 한다. 하지만 연석회의는, 앞서 내가 미리 짜증을 낸 바와 같이, 사람들을 달래려 들었고 그러한 말투와 태도가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순신 동상 앞의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창의적인 발상을 꺼내든 연석회의를 비난하지 않겠다.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을 내놓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현명하지 못하게 대응한 것 뿐이다. 6월 10일, 정말 비난받아야 할 자들은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 세 줄로 버티고 있던, 비폭력에 환장한 자발적 노예들이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자발적 노예들이다. 컨테이너 박스에 올라가는 일이 폭력이라고 주장하며 새벽 3시 4시까지 버티던 그들은, 자발적 노예들이다.

만약 간디가 그 꼴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마틴 루터 킹 목사가 그 '자발적 노예'들의 비폭력 운동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비폭력 불복종 운동의 상징인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을 떠올려보자. 버스 앞쪽에는 백인들만 앉을 수 있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이고, 그것은 심지어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만약 어떤 흑인이 그 선을 침범한다면 그러한 행동은 경찰에 의한 연행과 백인들의 폭력을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6월 10일에 발악을 하던 '비폭력' 시민님들은 '그러한 행동은 백인들의 폭력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비폭력 시위가 아니다. 나는 반대한다'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로자 파크 여사는 백인 전용석에 앉았고, 마틴 루터 킹 목사는 흑인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흑인들은 일치단결하여 버스를 타지 않았다. 그리고 이겼다.

비폭력은 불복종과 함께하지 않는 한 저항의 수단이 아닌 굴종의 표현이 되어버린다. 광화문 광장에서 축제를 즐기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자신들의 창의력을 동원해 권력의 벽을 넘겠다는 사람들의 행동에 '비폭력'이라는 단어를 들이밀며 어깃장을 놓는 것은 옳지 않다. 비폭력 패배주의자들의 횡포는 차라리 님비(NIMBY)에 가까웠다. Not In Myong-Bak's Yard, 이명박이 만들어준 광화문 광장에 폭력적인 스티로폼이 웬말이냐, 웬말이냐. 조중동에게 빌미를 줄 수 있는 일체의 행동을 자제하고, 다만 조용히 앉아서 술 마시며 노래나 부르다가 집에 가라.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비폭력이다. 조중동에게 빌미를 주니까 안되고, 경찰을 자극할 수 있으니까 안되고, 내가 상상하는 평화시위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니까 안된다. 이토록 진한 무식은 그 자체가 벌써 폭력이다.

비폭력 패배주의자들의 '조중동 빌미론'은 마치 고르기아스의 3단계 회의주의론을 연상시킨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1. 비폭력 불복종 시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2. 설령 존재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해낼 수는 없다. 3. 우리가 해낼 수 있더라도 조중동은 왜곡해서 보도할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명박과 경찰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조중동의 눈치를 봐가며 거리에 나앉아 빈둥거리다가 쓰레기 잘 치우고 집에 가는 것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을 협박하는 정부에 맞서, 정부를 협박하는 국민이 되기 위해 거리에 서는 게 아닌가?

그나마 새벽 5시에 컨테이너 박스에 올라 일제히 깃발을 흔들기라도 했으니 망정이지, 그마저도 못 했다면 한 줌의 비폭력 얼간이들 때문에 촛불시위 전체에 찬물이 끼얹어질 뻔했다. 물론 이미 광화문의 분위기는 많이 식었다. 시위를 청계광장 바깥으로 끌어낸 열성 분자들은, 이제 KBS 앞에 모여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 기도와 맞서고 있다. 예전에 이런 짓을 할 생각을 못한 까닭은 경찰에게 폭력 진압당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촌 사태가 주요 언론에 의해 거의 보도되지 않은 선례를 보건대, 처음부터 여의도로 나가지 않은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6월 10일을 넘긴 후 군중들은 빠져나갔고, 대책회의는 내일 집회 준비 외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지만, 경찰들이 시위대를 함부로 때려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나는 KBS 앞에서 시위하는 이들의 자발성을 지지한다.

그날 이후 상황이 묘하게 돌아간다. KBS 노조는 지탄을 받고 있지만 화물연대는 전례 없는 호응 속에 13일 자정을 기해 총파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15일부터는 민주노총도, 투표를 통해 파업에 들어간다. 그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지지와 호응이 뒤따라야 한다. 왜 이명박은 100만명이 모여도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100만명이 어차피 내일 다들 출근할 사람들이라는데 있기도 하다. 축제의 형식을 지닌 투쟁이 아닌, 투쟁의 형식을 지닌 축제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위정자가 두려워해야 할 까닭이 없다. 하지만 파업은 다르다. 파업을 벌이면 정말 국가 경제가 멈추고, 경제에 타격이 오며, 따라서 CEO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꿩 잡는 게 매고, 쥐 잡는 게 파업이다.

민주노총에 가입한 사업장이 아닌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민주노총의 집회 현장에서 촛불시위를 벌임으로써, 경찰들이 과격진압을 하기 껄끄러운 상황을 연출할 것. '일반 시민'들에 대한 대응보다 몇 배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기껏해야 몇 시간 도로 막히고 마는 '일반 시민'들의 축제와는 달리, 파업은 길면 몇 달 넘게 국가 경제를 막아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촛불시위를 이어나가는 것은 파업 노동자들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둘째, 시청 앞 광장에서 나눠주는 각종 단체의 홍보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배포할 것. 6월 10일 해봤는데 은근히 반응이 좋다. 나는 수돗물, 전기, 가스 민영화에 반대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홍보물이 마음에 들어서 그것을 친구와 함께 수십장 가져다가 행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KTX 승무원들의 파업 홍보물도 있길래 그것을 서른 장 떼어서 여기 저기 돌리고 있었는데, 서대문에서 돌아오는 한 일행들에게 나누어주자 그 사람들이 대답하길, '우리 철도노조에요'라고 하더라. 사회적인 이슈는 이미 광장 위에 충분히 올라와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들을 퍼뜨리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셋째, 창의적인 집회를 위해 늘 생각하고 연구할 것. 비록 매우 늦은 새벽 5시에 벌어진 일이지만, 명박산성의 위에서 깃발을 흔든 것은 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스티로폼을 나르는 시민들 속에서, 나는 고전 컴퓨터 게임 레밍스를 떠올렸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가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상상력을 억누르는 비폭력에게는 냉소와 경멸로 맞설 생각이다. 우리는 더 똑똑해져야 하고, 더 실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전국적으로 100만명이 모인 것보다 더욱 놀라운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항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사건은 결국 하나의 원인에 기인한다. '비폭력'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일반 시민'들의 패배주의가 오마이뉴스 등의 진보 상업주의와 만나, 축제의 형식을 띈 투쟁이 아닌 투쟁의 외양을 흉내내는 축제를 낳았고, 그래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었으며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도 파업이 시작되고 있다. 그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 전례 없이 높다. 촛불시위대는 파업 노동자들의 옆에서, 촛불을 들고 사수대를 뛰어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바 '공공성의 복구'를 실어 나르는 신문팔이 소년 소녀가 되어야 한다.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토론하며 철옹성을 넘어설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비폭력 패배주의자들과 다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능동적이지 않을 사람들은 이명박이 만들어준 청계천으로 돌아가라. 불복종 없는 비폭력은 투항일 뿐이다. 본격적으로 제2라운드가 시작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p.s. 폭력에 맞서는 적극적인 비폭력과 무저항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노래 중 하나가 바로 노찾사의 "그날이 오면"이라고 생각한다. 이 노래의 화자는 모진 탄압을 당하고 있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으며, 자신이 당하고 있는 일을 똑같이 갚아주겠다는 복수심에 젖어있지도 않다. 묵묵히 참고 또 참지만 결코 복종하지 않는, 진짜 비폭력이 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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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노찾사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눈에 뜨거운 눈물들

한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피맺힌 그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댓글 30개:

  1. 짝짝짝!
    6.10 촛불시위에 대한 글 중에서 가장 속 시원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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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깊이 공감합니다.. 6월2일부터는 소모적인 느낌만 더해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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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말이지 저의 그날 생각과 100%일치합니다. 마음 잘맞는 친구의 글을 보는듯 합니다. 아무튼 정리해 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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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익명/ 감사합니다. 참 답답한 요즘입니다.

    차이나돌/ 그러므로 좀 더 냉정한 시선으로 사태를 관찰해서 2라운드를 준비해야겠지요. 그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익명/ 적지 않은 분들이 그런 답답함을 느끼셨을 겁니다. 예비군복을 입은 사람들의 '보호'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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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handosa.egloos.com에 '순진무구 천진난만... 한국의 미래가 참 밝기도 하여라...'란 제목으로 님의 '확성기를 끄고...'에 대한 비판 글이 실렸네요.
    시위를 바라보는 연륜(경험)의 차이로만 치부할 수 없는 관점의 차이가 드러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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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건 관점의 문제이기 이전에 독해력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는 확성기를 끄고 구호를 외치자고 했지, 청와대로 쳐들어가자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청와대 진격조차 포기한 채 놀고 먹는 일에만 집중하는 시위 문화가 현 정국에 도움이 안 된다는 말에서, 다짜고짜 청와대로 진격해야 한다는 말을 읽어내는 것은 과잉해석이죠. 제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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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전략적으로 본다면 조중동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얘기는 조중동의 눈치를 보기보다 현재 중도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나머지 국민들에게 적어도 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봐야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나이 많으신 노인분들이나, 이명박에게 실망을 했지만 정치적 성향이 온건 내지는 보수쪽에 있으신 분들(여기서 조중동이나 뉴라이트 같은 우파같지도 않은 비상식집단을 제외한), 그리고 생계 때문에 정치적 자각을 하지 못한채 한나라당에게 지지를 해온 잠재적 보수층인 20대 후반 계층들에게는 그 성향이 폭력성을 가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가지는 명분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100만명이 모였고 시위에 직접적으로 참가하진 않지만 잠재적 지지계층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써는 3천만 유권자들 중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위의 성격이 조금이라고 과격해진다면 정부로써는 시위진압의 명분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뚜렷한 일관성을 가지지 못한 채 귀가 얇은 저같은 부류들은 시위에 대한 지지표명을 하기 어려워지겠죠. 경우에 따라서는 태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때문에 지극히 조심성 있게 해야된다고 생각을 하며 좀 더 장기적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우석훈 박사 말대로 이미 소통의지를 잃어버린 이메가에게 정신차리라고 시위하는 것보다는 그의 지지세력의 명분을 없애고 장기적으로 왕따를 만들어버리는 방법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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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제 마음에 끼었던 안개를 말끔히 걷어내주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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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쪽수도 이기기 위한 조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딜레마에 빠졌지 않나 싶습니다. 노정태님의 생각처럼 움직인다면 정말 혁명은 1초 앞에 놓여있긴 합니다만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근 한 달이 지나가면서 시위대도 슬슬 지쳐가는데 그나마 '일반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은 '비폭력'으로 덧씌워진 동기부여 때문이라고 봅니다.

    진보상업주의 언론이든, 보수 언론이든 '우리 시민들은 비폭력이다!'로 주례사를 퍼붓부었습니다. 그에 호명된 일반 시민들에게 '아니다. 진군하는 탱크에 짱돌을 던지는 것은 폭력이 아니다!'라고 프레임을 짜주지 못한 것이 패착 아니겠습니까.

    공권력이란 빌어먹을 법치의 현신들은 한발 재기면 다 죽인다고 어름장을 놓고, 시민들은 다들 스스로가 폭력 시위로 나가면 지는 것이다라고 믿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냔 말입니다. 그게 대중지성이라니... 참...

    결국 비폭력으로 나가봐야 청와대에는 씨알도 안 먹히는 이야기.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을 봐도 말로야 '정치를 이제 알았네' 어쩌네 하지만 다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오늘 김종훈이 미국 날아가 무언가를 받아오긴 하겠지요. 그러나 한미 FTA 관련 분야이든, 혹은 노후된 군장비를 사겠다는 각서를 써주든 큰 것 하나 내놓고는 이것이 최선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았냐고, 건강과 검역주권이 바라던 것이 아니었냐고 말하면서... 이제 돌아가 '너나 잘하세요'라고 뻔뻔하게 말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촛불이 있는 곳에서는 쇠고기 이슈를 넘어 양극화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사회복지시설 확충,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어쩝니까... 촛불은 꺼지고 다들 일상의 보수화에 젖어 살텐데. 다시 네이버의 연예인 사진에 침을 흘리고, 엉성한 연예 기사에 입질 당하면서 희희낙낙할 텐데..
    그러면서 스스로 촛불 들고나가 직접민주주의의 추억을 남겼다며 뿌듯해 하면서 살아갈텐데 말입니다. 선거 때는 또 저들의 뉴타운 공세와 꼼수에 넘어갈텐데 말입니다.

    쪽수를 지키자니 머나먼 길이고, 단 쇠뿔을 빼자니 소수만 남아 다구리 당할게고.. 이 딜레마를 어떻게 푼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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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김종훈에 대한 찬양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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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간밤에 있었던 100분 토론을 보고 거기에 방청객으로 참여하신 분의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 보았는데, 아마 그들이 조직적으로 스티로폼을 쌓는 것을 방해한 것 같아보이네요.

    인권단체연석회의에서 나오신 분들이 얼버무려 넘어가려한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반감을 산것 같은데. 실수를 통해 배운 것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정말 어떤 단체가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심증을 지울수가 없는데, 정말 답답해서 미치는줄 알았읍니다. 어떤 교란작전에도 넘어가지 말고 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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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정부와 보수언론이 현재 시위대 사이에 두 개의 바이러스를 심어 놓았지요.

    하나는 처음부터 이야기하던 배후세력론. 이것이 시위대에게 배후세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하고 그결과 엉뚱하게 다함께가 희생양이 되어버렸지요. 다함께만이 아니라 모든 운동단체에 대한 경계와 거부감, 그리고 끊이지 않는 프락치 소동이 그 결과일 것입니다.

    또 하나의 바이러스는 바로 비폭력 바이러스이지요. 이 역시 정부와 보수언론이 시위대를 폭력으로 몰려고 한다는 데 대한 시위대의 반작용이지요. 이런 폭력에 대한 과잉방어가 명박산성 점령과정에서 드러난 것이고, 또 정운천의발언을 막은 데서도 드러났지요.

    문제는 이 바이러스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시위대라는 숙주을 통해 자기재생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따로 비폭력 패배주의세력이란 존재하지 않지요. 그들 속에 그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바이러스가 존재할 뿐이지요.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백신을 개발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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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한단인/ 6월 10일, 그리고 그 전 주에 이루어진 광화문 촛불문화제는, 비폭력 시위가 아니라 비폭력 축제에 더욱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잔치날 취객을 뜯어말리듯 과격 행위자들을 제지했지요. 이런 식으로 정치성이 배제된 '시위'가 계속된다면, 100만 명이 아니라 1000만 명이 모여도 정권에는 타격이 가지 않습니다. 이건 시위가 아니라 축제에 불과하니까요.

    시위의 외연이 줄어들 것을 근심하시는 문제의식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오직 외연의 확장만을 위해 '비폭력'에 매몰되어, 전경을 자극하거나 조중동에게 빌미를 주거나, 그로 인해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줄어든다는 이유를 들어 비폭력적인 불복종을 굴종으로 전환시키려 드는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대통령 개인을 따돌리고 멸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국정을 운영하고 책임지는 행정 수반으로서의 대통령을, 컨테이너 박스 너머에 있는 존재로 도외시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우석훈 박사의 의견 또한 '장수를 잡기 위해 말을 쏘는' 전략을 돌려 표현한 것 뿐이지, 비폭력 불복종이라는 기조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 지지세력의 명분을 없애기 위해서는 경제가 안 돌아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 감사합니다.


    화씨451/ 혁명을 하자는 정도까지 주장하고 있는 건 아니고요, 다만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과 적극적인 연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1000만 명이 모여도 승리는 먼 일이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저는 인터넷 여론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턱없이 너그러운 이 현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뉴스메이커에서 폭로한 바와 같이, 쇠고기 협상 파문의 이면에는 외교부의 전횡이 놓여있고, 바로 그 외교부의 통상분과를 책임지고 있는 최종 책임자가 바로 김종훈입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한미 FTA를 추진해왔으므로, 한미 FTA와 쇠고기 문제를 연개시켜 정치적 이슈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수 없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여론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군요. 그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쪽수를 지키는 데 연연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국가를 압박하고 CEO 대통령을 위기로 몰아붙이는 세력과 적극적인 연대를 하자는 것이 제가 이 글에서 펴고 있는 주장입니다. 어차피 쇠뿔은 안 빠진다고, 저는 이 시위에 대해 발언하기 시작할 때부터 말해왔습니다. 이명박을 몰아내도 박근혜가 있으니, 시민사회와 노동운동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그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주요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므로 시민들은 노동조합과 연대해야 합니다. 저도 오늘 그렇게 행동할 생각입니다. 화씨451님도 어디선가 함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상한 모자/ 그러니까 말야. 위에도 썼지만 정말 이해 불가능이라능.


    익명/ 음, 100분 토론을 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만, 만약 혐의가 눈에 띈다면 분명 네티즌 수사대가 캡쳐의 칼날을 들이댔을 테지요. 그런 세력들이 존재하는 것 자체를 방지할 수는 없습니다. 언제나 그런 인간들은 있어왔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연석회의에서 좀 더 정치적으로 현명하게 대처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또한 우리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해나가야죠. 단결!


    인형사/ 바이러스와 백신의 비유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대략적으로는 알 수 있지만, 구체적인 적용에 있어서도 과연 그러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위에 어떤 분이 익명으로 제보해주신 바에 따르면, 비폭력을 폭력적으로 외치던 사람들은 공통된 카페에서 활동하는 일종의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군요. 그것은 제가 현장에서 목격한 분위기와도 일치합니다. 더군다나 스티로폼이 운반되던 순간 사람들은 '비폭력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다기보다는, 당장 뭔가 재미있는 일이 터져주기를 바라는 군중심리에 더욱 사로잡혀 있었죠. 그래서 그들을 말리려 들었던 연석회의가 필요 이상의 비난을 당하게 된 거고요.

    적절한 비유는 이해를 돕지만, 비유 자체에 함몰되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바라보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백신을 개발해야 할까요?"라는 인형사님의 질문에 대해, 그러므로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독특한 관점으로 제기해주신 문제 의식은 잘 참조하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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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현장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것이 현장에서 벋어나있을 때 보이기도 하지요.

    저는 명박산성 사건 날밤 인터넷 방송을 보던 사람들의 반응을 봤는데 대부분이 바리케이드에 올라가는 것에 부정적이더군요. 다만 마지막에 올라간 다음에는 잘 했다고 하기는 했지만요.

    그런 반응은 조직적인 개입은 아니지요. 현장에서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조직적 개입이 없어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조건은 충분히 있습니다.

    예비군으로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에 운동권 프락치를 봤다고 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십중팔구 허깨비를 본 것이겠지요.

    님이 본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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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연석회의는 그 한 줌의 '시민'들과 어설픈 합의를 봐서 연단을 쌓고 그 위에 올라 자신들의 한풀이 발언을 늘어놓는 대신, 바로 그 비폭력 패배주의자들에게 이 사태의 책임을 물었어야 한다."

    순수하게 궁금해서 질문합니다.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는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얘기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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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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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복거일이 6월 10일을 전후로
    비슷한 내용을 글을 2개 썼네요.

    [현 정권의 마지막 방어선]
    [이명박 정권의 최후 방어선]이 그것인데요.

    이명박이 여럿 실망시키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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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인형사/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절절 끓는 분위기였죠. 기껏 나와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영상으로 보면 신기하고 놀라울지 모르지만, 막상 그 현장에 있으면 어지간한 일들은 사소하고 재미가 없어요. 명박산성을 타넘는 것은 달랐습니다. 스티로폼이 운반되던 순간 사람들의 눈빛이 일제히 반짝이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죠. 제가 본 건 이런 겁니다. 순수한 대중적 욕망과, 그것의 좌절로 인한 분노. 그 분노가 표현되는 방식으로서의 반지성주의 등등. 아프리카에서 채팅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시청자'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진중권의 말빨을 통해 현장을 보기 때문에 대충 다 재미있다고 판단하죠. 하지만 실제 촛불시위는, 6월 2일부터는 지루함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그 점을 도외시하면 이 현상을 파악할 수 없어요.


    익명/ 제가 지난 포스트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렇게 과격한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는 연단입니다. 그들 중 가장 할 말 많은 사람을 자유발언대에 세웠어야죠. 아마 많은 사람들이 '웃기지 마라', '우리 폭력 안 저지른다' 라고 대꾸했을 겁니다. 그런 조소와 대중적 멸시가 바로 그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대가죠. 만약 대중들이 그런 종류의 '비폭력'에 호응했다면,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유발언의 기회를 얻어서 그 비폭력주의자들과 그들에게 호응하는 이들을 논박하려고 시도했을 겁니다. 그 또한 마땅히 치루어야 할 대가죠.


    SEOK CHEOL/ 좋은 제보 감사합니다. '보수 논객' 복거일씨의 삶도 참 딱합니다. 신문에서 차마 신문사의 이름으로는 못 할 이야기를 대신 처리해주는, 일종의 자객 역할을 하고 있네요. 자꾸 이런 식으로 정신적 에너지를 허비하니까 '비명을 찾아서' 이후 좋은 소설을 못 쓰는 겁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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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졸시-닭꼬치


    나는 그 자리에서, 망연자실한 나머지 닭꼬치를 베어물어요. 무력함을 매 순간 곱씹으며 죽치는 시간을 견디다 못해 사람들이 맥주를 사들기도 하고...그걸 평화라고는 죽어도 말 못해요. 평화시위 어쩌고 하면서 좋다고 박수치고 춤추는 것들 사이에서 모질게 닭꼬치를 씹으며, 나는 여기 닭꼬치를 먹기 위해 나온게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닭꼬치 먹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할 수 없었던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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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가금류/ 가벼운 음주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맨정신으로 '비폭력'이라는 어휘에 취하는 것보다는, 약간 술기운이 도는 상태로 행동하는 편이 낫죠. 사람들도 이런 문제를 느끼고 있나 봅니다. 시위가 다각화되고 있죠. 좋은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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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국가 경제를 멈추게 하는 방법이 CEO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할수 있다는 데에 의견이 같습니다. 그래서 파업이 상당히 효과적인 무기가 된다는데도 생각이 같습니다.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지켜야 한다는데 촛불집회가 노조의 사수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매우 훌륭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연대를 해야할 지 생각해봐야 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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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간만에 아고라 들어가니 김종훈 본부장에 대한 동정론과 찬양글이 올라와있어서 놀랐습니다(왜 이 시점에 저런 글이 올라오는지-_-;;;) 벌써 다른 분께서 말씀해 주셨네요.
    음...에...인터넷엔 참여정부에 호의적이신 분들이 많긴 많나봐요; 현 대통령을 특별히, 유난히, 무지막지 싫어하는 사람들 중에는 참여정부 지지자가 유독 많은 걸 보니. 그게 김종훈에 대한 호의적 반응으로까지 연결된 거라면 조금 이해하기 어렵지만요--;;;; 소고기는 싫고 FTA는 좋다...이것도 잘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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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땀 좀 흘려야지요. 어디서든.

    그런데 뭔가 잘못 전해졌군요.

    김종훈은, 한덕수의 실언 즉 2004년 한미재계회의 때부터 FTA를 경제인들이 주도했다고 실토를 한 후부터 착실하게 그들의 꼬붕 노릇을 해왔을 뿐, 단지 그들만의 잔치를 위해 열심히 제 할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모종의 음모론이라면 음모론이겠지만 말입니다. 김종훈은 어쩌면 애초부터 짜여진 각본대로 행동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영어를 줄기차게 공부해온 그들이 그 몇 문장 엉뚱하게 해석했을 리 만무하고, 분명 냄비근성이 다분한 우리네의 처지를 생각하면 4.18 협상 자체가 상식 선에서 이해가 안 되는데 왜 그런 짓을 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한미FTA와 더 나아가서는 부시 똥꼬를 빨고자 하는 인사들이 애초부터 이런 형국으로 흘러올 것을 내다보고는 '그래 적당한 시기에 김종훈이 보내놓고는 큰 거 한 방 주고 명분 살리자.'라고 생각했을거 아니냐는 겁니다. 토론회든 언론이든 김종훈이 하는 얘기도 출혈 없이는 되돌릴 수 없는 짓을 했다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피 좀 보자는 얘긴데 그게 어떤 분야일지는 미지수겠지요. 애초에 이야기했듯이 짜고 치는 고스톱에 놀아난다는 음모론의 궁상이었습니다. 따라서 김종훈 찬양이라는 말은 오독이거나 혹은 제가 말을 잘 못한 데서 온 오해이겠지요.

    이제 최시중을 앞세우고 방송장악까지 시도하고 있습니다. 노무현이 정연주를 앉혔던 것에는 조중동에 맞서야 한다는 일종의 균형론으로서 정당성이 있었는데, 지금 KBS를 먹으려는 이명박과 그 일당들의 의도는 참으로 불온합니다. 조중동이나 잘 관리하지 방송까지 먹으려하니 제 밑이 아득한가 보지요. 신문법 고쳐서 조중동에게 보도채널 안겨주기가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기를 쓰고 감사까지 벌이는 작태가 참으로 아니꼽습니다. 다행히 한 200명 정도가 그에 대한 이슈파이팅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적정한 쪽수가 머리수라도 채워줘야 합니다. 저는 쪽수가 반은 차지한다고 생각하기에...

    1000만 명이 모여도 연대하지 않으면 깨진다는 말은 동감합니다. 하지만 1000만 명이 모이면 큰 주제에 대해서 연대할 지 모르지만 언제나 깨질 위험은 다분합니다. 내부의 요인에 의해서든 외부의 요인에 의해서든. 그러니 큰 틀에서 묶을 수 있는 동력은 필요하며, 그 속에서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함으로써 연대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저 연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의미없다고 외치는 것도 헛발질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쇠고기 외의 이야기를 꺼내면 닥치라는 그 잘난 대중지성에겐 지난한 길이겠지요. 수는 보이지 않고 김은 새고 있습니다. 끈적한 여름은 다가오며 사람들은 식어버릴 게 뻔합니다. 그게 너무 답답한 게지요.

    그래서 어쩔거냐?
    모르겠습니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면서 귀동냥하고 말을 일삼으며 게릴라전이라도 펼쳐야지요. 여의치 않다면.... 저도 등을 돌리는 꼴이 되겠지만...

    어쩌다 이렇게 자극을 주는 블로그를 만나게 됐습니다. 아무튼 옆구리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 서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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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화씨451님/ 앗; 제가 말씀드린 김종훈 동정론 찬양글은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어느 글과 그 아래 달린 덧글들 이야기였어요. 그거 읽고 여기 들어와보니 마침 이상한 모자님의 덧글이 올라와있어서 포털 사이트의 반응을 말씀하신 건 줄 알았고요. 혹시나 해서 소심하게 몇 자 더 올리고 가요;ㅂ; 코멘트 수정도 삭제도 안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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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남의 블로그에서 예의차리는 것이 또한 불손하오나 kritiker님.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서 한 말이에요.

    그런데 가만 고민해보니...
    호민은 거세당하고, 원민은 없고, 촛불시위대는 그저 항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코멘트 수정도 삭제도 안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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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erte/ 제 머리에서는 두 가지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더군요. 본문에 써놓은 것처럼, 촛불시위를 지속하면서 노동조합의 주장이 담긴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거죠. 어제는 너무 늦게 나가서 과와문 갔다가 여의도 갔다가 한나라당사 앞에서 돌아왔는데,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erte님이 더 좋은 연대의 방법을 발견하시면 꼭 가르쳐 주세요.


    kritiker/ 김종훈 본부장의 외모가 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너무 차갑다', '냉혈한 인상이다'라는 식의 비판을 하지만, 적어도 이명박만 쳐다보던 사람들의 안구에 한 줌의 평화를 가져다주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니까요. 그 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해봐야 할 것 같아요.


    화씨451/ 흠, kritiker님이나 이상한 모자 님이나, 둘 다 화씨451님을 김종훈 찬양자로 보고 리플을 단 게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김종훈에 대한 언급이 나왔고, 인터넷에서 그에 대한 칭송이 떠도는 것도 사실이어서, 그래서 말이 나온 거지요. 별개의 발화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외교부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이토록 무소불위로 농림부의 의견까지 묵살해가며 한미 FTA와 그에 관련된 쇠고기 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는지 우리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습니다. 내부 권력 투쟁이 있다는 것 정도는 언론에서 보도된 바를 통해 알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아예 알 수가 없어요. 젊은 날의 조갑제 같은 탁월한 기자가, 외교부 내에 라인을 뚫어서 심층 취재하지 않는 한 이 미스테리가 풀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어젯밤 촛불시위대는 KBS 앞으로 진격하고, 또 한나라당까지 쳐들어갔습니다. 광화문에는 10대 연합이 남아서 시민들에게 춤과 노래를 선사했고요. 저도 1000만을 모을 수 있을지, 설령 모은다고 해도 어떻게 간수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도 스스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고, 그에 따라 조금씩이나마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도외시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제 블로그가 화씨451님께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는 말씀,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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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시청자와 참여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시청자의 상당수는 이미 시위에 여러번 참여했던 사람들이고, 당일 시위에 참여했다가 일찍 귀가한 사람들도 있었지요.

    무언가 가시적인 성취감을 주는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와 비폭력에 대한 집착은 많은 사람들의 내부에 공존하는 것입니다.

    촛불시위대를 이용해 파업에 대한 과격진압을 막겠다라? 촛불시위대의 도움을 받고 싶으면 촛불시위대에 인정 받을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

    며칠 전에 비해 분위기가 많이 다르군요. 다마섹의 길을 가신 모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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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저는 포털싸이트(다음, 싸이월드, 기타등등)의 김종훈에 대한 반응을 보고 리플을 단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저도 졸시를 적어보았습니다.

    닭꼬치2

    안국동에서 광화문까지
    한밤 중에 점심도 먹지 않고 걸었다
    아스팔트에 앉아 술 먹는 사람들
    장 모에게 준 닭꼬치는 내 손에도 왔다
    그것이 오늘 벌이의 전부여서
    나는 내일 아침에도 인력시장에 간다
    쓰메끼리 쓰메끼리 찻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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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인형사/ 이미 시위에 여러번 참여했거나, 그날 시위에 다녀왔거나, 그건 이 글의 논점과 관계가 없습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컨테이너 박스 사이의 공간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를 저는 문제삼고 있으니까요.

    현재 촛불시위대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일은 이명박 정부가 항복하는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노동조합들의 파업이 연쇄적으로 지속되면 이명박은 항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보다 더 큰 도움이 어디 있나요? 또한, 저는 "촛불시위대를 이용해 파업에 대한 과격진압을 막겠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시위를 위한 행동 방침을 나름대로 세워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는 거죠.

    저는 이 논의가 지나치게 추상화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인형사님이 가지고 계신 기본적인 해석 틀에 대해 설명하고 싶으시다면, 본인의 블로그 등 다른 공간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상한 모자/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일반 시민'이 아닌 일용직 노동자 그 외 노동계급의 삶의 단편을 보여주는 좋은 시인 것 같습니다. 특히 마지막 행의 "쓰메끼리"가 인상적이군요. 손톱깎이를 뜻하는 일본어인 쓰메끼리를 두 번에 걸쳐 반복함으로써, 화자는 이명박을 잘라내야 할 그 무엇으로밖에 취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묘하게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뒤에 따라오는 "찻차차"의 명랑함이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해줍니다.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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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구구절절이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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