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도의 '비교 우위론'과
대한민국 요소수 공급대란
한 어머니에게 두 아들이 있었다. 첫째는 우산을 만들었고 둘째는 짚신을 삼았다. 어머니는 근심이 끊일 날이 없었다. 비가 오면 우산 장사는 잘되겠지만 짚신은 잘 팔리지 않을 것이다. 맑은 날이면 짚신 장수야 좋지만 우산은 도통 팔리지 않을 테니 역시 걱정이었다.
그런 어머니에게 어떤 현명한 사람이 찾아와 조언해주었다. 맑은 날이면 짚신 장수 아들의 장사가 잘되는 것이니 좋은 일이고,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이 잘 팔릴 테니 좋은 일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나쁜 쪽으로 봤을 때는 어떤 쪽에서 봐도 불행했던 어머니는 생각을 바꾸자 해가 뜨나 비가 오나 행복한 어머니가 될 수 있었다. 독자 여러분도 모두 아실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이야기다.
좋게 말하면 비판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삐딱했던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현상은 그대로인데 긍정적인 면을 본다고 달라질 게 무엇이겠느냐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공부하다 보니, 저 흔한 전래 동화에 경제학의 핵심 원리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발견한 ‘비교 우위(comparative advantage)’가 바로 그것이다.
가정을 해보자. 형제는 근면하게 하루에 14시간씩 7일 동안 총 100시간을 일한다. 첫째는 둘째보다 손재주가 좋아서 한 시간에 우산 네 자루, 짚신 세 켤레를 만든다. 반면 둘째는 한 시간에 우산 한 자루, 짚신 두 켤레밖에 만들지 못한다. 즉, 첫째는 우산뿐 아니라 짚신도 둘째보다 더 잘 만든다. 첫째는 동생이 답답하게 한 시간에 짚신 두 켤레만 만드는 꼴을 보고 있느니, 차라리 본인이 직접 우산도 짚신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 경우 첫째의 생산량은 어떻게 달라질까?
만약 100시간 내내 우산만 만든다면 우산 400자루를 만들 수 있다. 반면 50시간씩 나눠서 우산도 만들고 짚신도 만들면 우산 200자루와 짚신 150켤레를 갖게 된다. 우산과 짚신 모두 하나에 한 냥이라고 가정해보자. 첫째는 400냥이 아닌 350냥을 벌게 된다. 손해다. 비록 우산뿐 아니라 짚신 역시 첫째가 둘째보다 더 잘 만든다 해도 상대적으로 더 잘하는 우산에 집중할 때 생산량이 높다.
첫째와 둘째 모두의 생산량을 놓고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궁금하신 분은 직접 계산해보셔도 좋겠다. 두 사람이 50시간씩 나눠서 생산하면 우산과 짚신의 전체 가격은 500냥. 반면 형제가 각자 더 잘하는 일에 집중하면 형제는 도합 600냥어치의 우산과 짚신을 생산하여, 첫째는 400냥을 벌고 둘째는 200냥을 벌게 된다. 비 오는 날을 대비해 짚신 장수가 우산도 만들고, 맑은 날에 우산이 안 팔릴까 봐 우산 장수가 짚신도 만드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상대보다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낫다.
우리는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다. 어떤 일을 하려면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포기해야 한다. 요컨대 모든 일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비교 우위 원리는 그 당연한 세상의 법칙을 경제학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우리는 무인도에 갇혀서 모든 것을 스스로 생산하는 로빈슨 크루소가 아니다. 남보다 잘할 수 있는 것, 세상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 그런 것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리카도는 왜 비교 우위 원리를 주장했을까? 1815년부터 영국에서 시행한 곡물법 때문이었다. 당시 영국은 밀에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 밀은 일정 금액 이상으로 팔 수 없도록 했다. 리카도가 볼 때 곡물법은 영국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값싼 외국산 곡물을 수입하는 대신 영국이 비교 우위를 지니는 모직물을 생산하여 수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큰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았다. 실제로 그 후 영국은 곡물법을 폐지하고 산업화에 집중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거듭났다.
비교 우위 원리가 만능은 아니다. 곡물법에 반대했던 영국인들의 우려가 전적으로 잘못된 건 아니라는 소리다. 어떤 재화는 가격이 낮고 부가가치가 작지만 없으면 곤란해진다. 현재 공급 대란을 겪고 있는 요소수가 대표적 사례다. 요소는 비료의 원료이면서 동시에 화약 재료가 되는 핵심 전략 자원이다. 일본,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경제적 효율이 떨어지는데도 요소 공장을 유지하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반면 우리는 오직 시장 원리에 따라 요소 공장들이 폐업하도록 방치했다가, 중국에서 벌어진 석탄 공급난의 유탄을 맞아 나라 경제가 마비될 위기에 처해 있다.
시장경제는 때로 오작동하고 실패한다. 그것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것은 정부 몫이다. 대한민국호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다. 중국 측 해명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요소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한국에 통보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그 무렵 선제적 대응책을 고심했다는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임기 막바지에 부인을 대동하고 유럽 순방을 하며 로마 교황을 만나 북한을 방문해달라는 뜬금없는 부탁이나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고는 화물차 333대에 나눠 넣으면 소진되는 요소수 2만 리터를 군용기로 공수한다고 홍보한다. 주중 대사 장하성은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중국 정부에 똑 부러진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우산 장수 짚신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처럼 국민을 걱정하지 않는 듯하다. 분통 터진 어머니가 짚신을 신고 뛰어나와 우산으로 등짝을 때려주는 장면을 상상하게 될 지경이다.
대한민국은 북한과 달리 세계시장에 일찌감치 참여했다. 우리가 가진 비교 우위를 최대한 활용했다. 근면하고 손놀림이 빠른 여공들이 경공업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일했다. 그렇게 쌓인 자본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산업을 고도화해 나갔다. 그 결과 우리는 반도체와 문화 상품이라는 최첨단 영역에서 비교 우위를 지닌 경제 강국을 이룰 수 있었다. 선택과 집중이 낳은 세계 경제사의 기적이다.
하지만 시장경제는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국민을 걱정하고 다가올 위험에 대비하는 현명한 정부가 필요하다. 내년 3월, 우리 각자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좋은 정부를 선택할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